이달 16~26일 토목·건축 공사 엔지니어 신입사원 모집
올해 말까지 코폴리에스터·재활용 원료(r-BHET)·페트(CR-PET) 생산시설 투자계획 발표 예정
글로벌 규제 강화···코카콜라·로레알 등 소비재 기업 중심 재활용 플라스틱 수요 증가

SK케미칼 판교 본사. /사진=SK케미칼
SK케미칼 판교 본사. /사진=SK케미칼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SK케미칼이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는 폐플라스틱 재활용 소재 수요에 맞춰 국내 코폴리에스터 설비 증설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해당 설비 증설 일정에 맞춰 재활용 원료(r-BHET)·페트(CR-PET) 생산시설도 함께 마련한다. 이와 더불어 증설 관련 신규 채용에 나서는 등 인력 확보에도 나선 모습이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케미칼은 이달 16일부터 26일까지 울산공장서 근무할 토목·건축 공사 엔지니어 신입사원을 모집 중이다. 회사 신·증설 프로젝트를 수행할 인력을 확충하고자 채용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SK케미칼은 친환경 소재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을 고려해 올해 안으로 코폴리에스터 신규 라인 투자 결정을 마치고 늦어도 오는 2026년까지는 설비를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설비 공사 기간을 고려하면 올해 말까지 부지를 확보하고 착공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투자규모는 1000억원대로 관측된다.

◇ 재활용 원료부터 코폴리에스터까지···벨류체인 전반 생산능력 확대 나서 

SK케미칼은 국내에서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가장 먼저 상용화한 기업이다. 생산하는 소재는 크게 페트(PET)와 코폴리에스터 소재로 분류된다. 코폴리에스터를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전 세계적으로 이스트만과 SK케미칼 두 곳 뿐이다. 

코폴리에스터는 환경호르몬으로 분류되고 있는 비스페놀A(BPA) 검출 우려가 없는 고부가가치 소재다. 높은 투명성을 가지면서도 가볍고 강도가 강해 화장품 용기뿐 아니라 전자부품·광학필름 등 생활용품부터 산업재까지 다양한 용도로 쓰인다.

앞서 SK케미칼은 코폴리에스터 설비 증설을 추진해왔다. 회사는 지난 2021년 코폴리에스터 공장을 증설, 현재 총 4개의 생산라인을 보유 중이다. 생산능력은 연산 26만t에 달한다. 추가 증설이 확정되면 생산라인은 5개로 늘어난다. SK케미칼은 증가하는 재활용 플라스틱 수요에 맞춰 오는 2026년까지 코폴리에스터 생산 능력을 기존 21만톤(t)에서 30만t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코폴리에스터 원재료 중 하나인 CHDM(사이클로헥산디메탄올) 공장 증설을 위한 설비 보강 작업도 한창이다. SK케미칼은 이번 증설을 통해 CHDM 생산능력을 25% 늘린다는 계획이다. 해당 공장은 올해 내로 상업가동에 들어간다.

코폴리에스터 생산시설 증설 일정에 맞춰 국내에도 재활용 원료(r-BHET)·페트(CR-PET) 생산시설도 함께 구축할 계획이다. 생산 능력 등 세부사항은 미정이다. SK케미칼은 지난해 3월 중국 ‘슈에’의 화학적 재활용 사업 부문 인수를 통해 폐플라스틱 기반 원료 및 제품 상업 생산 능력을 확보한 바 있다. 해당 설비는 지난해 5월 가동을 시작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글로벌 규제 강화 움직임···“재활용 플라스틱 수요 더 늘어날 것” 

글로벌 플라스틱 사용 규제가 점차 강화되며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소재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삼일PwC경영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폐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은 올해 60조원에서 2027년 85조원, 2050년에는 600조원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유럽연합(EU)은 모든 플라스틱에 대해 2030년까지 재생원료 30%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이에 맞춰 오는 2025년부터 최종 플라스틱 제품에 재생원료 사용률을 설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EU처럼 모든 플라스틱에 재생 원료 사용 의무화를 적용하진 않고, 일단 페트병 등에 2030년까지 30%를 우선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도 글로벌 규제에 발맞춰 재활용 플라스틱 사용 공약을 내걸었다. 네슬레, 코카콜라, 로레알, 에스티 로더 컴퍼니즈 등은 내년부터 최대 50% 수준의 재활용 플라스틱 사용 목표치를 정했다. 

이에 오는 2025년은 글로벌 플라스틱 시장서 재활용 소재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원년이 될 전망이다. SK케미칼이 국내 원재료 공장을 추가로 마련하면서 주력 제품인 코폴리에스터의 친환경성도 강화될 전망이다. 재료부터 재활용 플라스틱을 활용해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SK케미칼은 현재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코폴리에스터 소재의 원료를 2040년까지 100%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교체해 나갈 방침이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투자금 마련이 과제

SK케미칼은 지난 2022년 3월 향후 3년간 그린케미칼 부문에 1조200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화학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환, 이를 기반으로 전 세계로 시장과 고객 범위를 확대해 2030년 그린 소재 관련 매출액 2조6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라 석유화학 업황이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투자금 마련에 경고등이 들어왔다. 소비침체로 화장품과 가전 등 전방 산업의 수요 역시 쪼그라들었다. 

SK케미칼 실적도 눈에 띄게 악화했다. SK케미칼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조7488억원, 영업이익 84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년 대비 각각 4.4%, 63.3% 감소했다. 코폴리에스터 생산을 담당하는 그린케미칼 부문의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7% 감소한 1979억원, 영업이익은 46.3% 하락한 179억원을 기록했다.

제약 사업부 매각 후 그린케미칼 사업을 확장하려던 계획도 무산됐다. 당초 SK케미칼은 국내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글랜우드 프라이빗에쿼티(PE)와 제약 사업 매각에 대해 논의해왔으나 지난 14일 매각 논의를 철회했다고 밝혔다. SK케미칼 제약 사업의 거래 가격은 6000억원 안팎으로 거론됐다. 업계는 석유화학 시황 악화 속에서 SK케미칼이 ‘캐시플로우’ 역할을 해온 제약 사업을 포기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케미칼 관계자는 “코폴리에스터를 비롯해 재활용 원료 설비 신·증설 투자 결정과 관련해 아직 확정된 사안은 없다”면서 “시장의 성장 속도에 맞춰 적절한 시점을 찾아 투자 관련 의사결정을 내릴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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