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가격 탓에 성능·성과별 보조금의 절반만 적용
수요 둔화에도 점유율 다툼 치열···할인경쟁 지속 전망

고급차 브랜드별 2023년 최다 판매 전기차와 올해 국고 구매 보조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고급차 브랜드별 2023년 최다 판매 전기차와 올해 국고 구매 보조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제네시스,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주요 고급차 브랜드들이 고물가로 전기차(BEV) 수요가 둔화한 국내에서 구매 보조금 확보에 공들이고 있다.

21일 환경부에 따르면 주요 고급차 업체들이 다수 판매(볼륨) 모델인 중소형급 전기차로 보조금을 적용받았다.

올해 브랜드별 주요 모델에 트림별로 적게는 205만원(iX1 xDrive30), 이하 모델별 최고액)에서 많게는 325만원(GV60 스탠다드 2WD 19인치)의 보조금이 적용된다.

이는 올해 승용 전기차에 지급되는 보조금 최고액인 650만원(소형 기준 550만원)보다 적은 수치다. 각 판매사가 차량 기본가격 인하, 성능 강화, 고객 인프라 확충, 저공해차 보급목표 달성 등을 통해 보조금을 최대한 확보해도 비싼 차량일수록 최종 보조금이 감액되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 판매되는 전기차의 기본가격(선택사양 미적용)이 5500만원 미만이어야만 각종 기준에 따라 산출된 보조금을 전액 지급한다. 가격대별 보조금 지급액 비중은 5500만원 초과~8500만원 미만은 50%, 8500만원 이상은 0%다. 억소리나는 차량에는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는다.

이번에 보조금을 받는 프리미엄 브랜드별 모델들은 대부분 ‘5500만원 초과~8500만원 미만’ 범위에 해당돼 성능, 가격 인하 등 기준에 따라 산출된 보조금의 절반만 받는다.

BMW의 소형 전기 SUV iX1. / 사진=BMW코리아
BMW의 소형 전기 SUV iX1. / 사진=BMW코리아

◇BMW, 보조금 지급범위 내 소폭 인상

각 사는 최근 보조금 지급 가능한 차량 가격을 책정하기 위해 고심한 것으로 분석된다. 예를 들어 BMW는 지난해 12월 6930만원에 판매하던 iX1 xDrive30 M 스포츠를 이달 20만원 인상해 판매하고 있지만 제도상 기준을 충족함에 따라 올해 보조금 184만원을 적용받는다.

같은 기간 벤츠(EQB 300 4MATIC), 아우디(Q4 e-트론, 스포트백 포함)는 각 사 모델의 기존 연식 모델을 같은 가격에 판매해 보조금 지급 대상에 올랐다. 가격 할인에 따른 보조금 추가 할인이 가능하지만 이를 단행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국가별 순수전기차(BEV) 연간 신규 등록대수. / 자료=국제에너지기구(IEA)
국가별 순수전기차(BEV) 연간 신규 등록대수. / 자료=국제에너지기구(IEA)

보급차 브랜드에 비해 가격에 덜 구애받는 고급차 브랜드들이 한국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적극 확보하는 것은 한국을 주요 시장으로 여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22년 국가별 전기차 신규등록대수를 집계한 결과 한국은 12만대로 중국(440만대), 미국(80만대), 독일(47만대) 등에 이어 7위에 올랐다.

고급차 브랜드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전기차 확산 정책과 밀도 높은 차량 충전 인프라 등 여건을 고려해 국내 시장 점유율 확대에 힘쓰는 중이다. 이들은 브랜드 전동화 전환에 대한 민관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주요 전기차 시장 내 실적 확대를 통한 이미지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소형 전기 SUV인 EQA(오른쪽)와 EQB의 부분변경 모델. / 사진=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의 소형 전기 SUV인 EQA(오른쪽)와 EQB의 부분변경 모델. / 사진=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브랜드 가치-점유율 제고 사이에서 가격 정책 고심

다만 고급차 브랜드들은 판매가 조정에 따른 소비자 반발이나 브랜드 가치 손상 등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가격을 어렵게 책정하는 실정이다. 올해 EQA·EQB 부분변경모델, Q4 e-트론 연식변경모델 출시를 각각 앞두고 있는 벤츠와 아우디도 보조금 제도를 염두에 두고 신차 가격을 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고급차 업체들이 브랜드 가치를 중시하면서도 고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가격 정책과 보조금 제도 활용에 고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체들은 판매가 책정에 비해 할인 등 프로모션은 비교적 자유롭게 시행하고 있다. 전기차가 여전히 동급 내연기관차에 비해 비싸기 때문에, 판매가를 기준으로 일정 수준 할인하더라도 브랜드, 제품 가치에 악영향을 덜 끼칠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이달 BMW는 i4의 보조금이 확정되기 전 고객에게 공격적인 할부 혜택을 제공하고 있고, 아우디도 Q4를 대상으로 0%대 할부금리 적용, 차량 운행 후 반납(바이백 할부)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국내 고급 전기차 시장의 점유율 다툼이 갈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자체 할인 경쟁도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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