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전환 아직 안끝났는데 중도사임
"전국구 은행 도약 주역은 아닌데 점수 얻어" 반응도

이은미 토스뱅크 대표 내정자 / 사진=토스뱅크
이은미 토스뱅크 대표 내정자 / 사진=토스뱅크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이은미 전 대구은행 경영기획부문장 상무가 토스뱅크 신임 대표로 내정되면서 DGB금융지주는 불편한 기색이다. 시중은행 전환을 위해 끝맺을 일이 많은 상황에서 임기도 채우지 않고 사임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이 내정자가 시중은행 전환 사업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은 점이 토스뱅크 대표 선임의 핵심 이유가 된 것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시중은행 전환은 지주 차원에서 추진한 일이기 때문이다. 

토스뱅크는 이 전 상무를 차기 대표 후보자로 단수 추천했다고 21일 밝혔다. 이 내정자는 향후 주주총회에서 표결을 거치면 대표로 공식 취임한다. 그는 대구은행에서 보장된 임기가 1년 남았지만 중도 사임하고 토스뱅크 대표로 가기로 결정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가 이 내정자 입장에선 큰 성공이란 평가가 나온다. 토스뱅크는 카카오뱅크를 따라잡을 수 있는 유일한 인터넷은행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토스뱅크가 은행권의 재무전문가로 통하는 이 내정자를 선임한 것도 적절한 인사라는 평가다. 이 내정자는 HSBC 홍콩지역본부 아시아태평양 지역총괄 상업은행 최고재무책임자, 도이치은행 서울지점 재무관리 부문장 등 외국계 은행에서 '재무통'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DGB금융은 유쾌하지 못한 분위기다. 은행의 전략·재무를 총괄하는 자리를 맡았던 이 전 상무가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코앞에 두고 사임했기 때문이다. 아직 세부적으로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았는데 이를 담당할 인물이 나갔다는 것이다. 그는 대구은행 시중은행 전환 테스크포스(TF) 공동의장을 맡기도 했다.

대구은행은 일단 진영수 iM뱅크그룹장 상무가 경영기획그룹장을 겸직하도록 했다. 이번 대구은행 시중은행 전환의 핵심은 은행 디지털 앱인 iM뱅크의 경쟁력 강화다. 대구은행과 지주는 사명도 ‘iM뱅크’, ‘iM금융지주’로 바꾸기로 했다. 이에 iM뱅크 사업을 전담하던 진 상무에게 은행 재무·전략을 총괄하도록 한 것이다. 진 상무는 과거 재무관리본부장도 맡은 바 있다. 

DGB금융 일각에선 이 전 상무가 대구은행 시중은행 전환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높은 점수를 받아 토스뱅크 대표를 맡게 된 것이 의아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토스뱅크 이사회는 이 전 상무를 대표를 내정한 이유로 “지난해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주도하며 TF 공동 의장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 전 상무는 시중은행 전환 사업의 주역이라고 하긴 어렵다는 평가다.   

대구은행 시중은행 전환은 지주가 주도한 사업이기 때문이다. 전체 사업의 밑그림은 지주가 그리고 이에 맞춰 대구은행은 구체적인 사안을 시행하는 것을 담당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시중은행 전환 후 개인금융은 디지털 앱, 기업금융은 ‘기업금융전문역(PRM)’ 중심으로 한 ‘하이브리드뱅크’ 구축이란 전략도 지주가 주도해 정했다는 것이다.  

특히 가장 핵심인 금융당국 대관 업무도 지주가 담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에 있어 관건은 '당국의 허가' 였다. 지방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되는 사례는 없었기에 법적인 문제도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작년 대구은행에서 고객 계좌 도용 사건이 벌어졌기에 당국과의 소통은 더욱 중요했다. 해당 사건에 대해 상세히 소명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 당국에 설명하는 일이 시급했다. DGB금융이 노력한 결과 금융당국은 최근 지방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는 데 있어 거쳐야 할 법적 절차를 최대한 줄여줬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임원이 자리를 옮기는 일은 흔히 있는 일”이라며 “하지만 시중은행 전환을 앞둔 만큼 이 전 상무의 사임에 대해 DGB 내부에선 불만도 나오는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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