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적단백질분해(TPD)···현 치료제 한계 극복 '기대'
세포 내 분해 시스템 이용해 질병 관련 단백질 분해
"글로벌 리더 없고, 시장 규모 커"···국내 협력도 활발

[시사저널e=김지원 기자] 질병과 관계된 단백질을 신체 내 분해 시스템을 이용해 없애는 ‘TPD(targeted protein degradation·TPD·표적 단백질 분해)’ 치료제 연구 개발이 활발하다. 관련 단백질을 억제하는 데 그치는 기존 약물의 한계를 넘을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TPD가 새로운 대세 모달리티로 떠올랐다. 

20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TPD를 활용한 신약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화이자, 암젠, 머크 등 글로벌 제약사가 연달아 관련 계약을 체결하며 TPD가 차세대 먹거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발표한 ‘제3차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지원 5개년 종합계획’의 지원 신기술 분야에 TPD가 포함되는 등 국내에서도 TPD 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다.

TPD는 우리 몸속에 있는 세포 내 단백질 분해 시스템을 활용해 질병과 관계된 단백질을 분해하는 기술이다. 타깃하는 단백질을 아예 분해한다는 점에서, 기존 저분자화합물저해제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전통적인 치료제인 저분자화합물저해제는 세포 내 질병 단백질을 표적한다. 이후 표적 단백질의 활성 부위에 결합하는 방식으로 질병 관련 단백질 기능을 억제하는 방식이다. 

이에 원하는 타깃 단백질과의 결합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타깃할 수 있는 대상이 한정적이라는 단점이 있었다. 또 타깃 단백질뿐 아니라 다른 대상을 억제하는 데서 발생하는 부작용과 단백질이 변이됨에 따라 발생하는 내성 문제 등도 한계로 꼽힌다. 

이같은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으로 주목받은 것이 TPD다. 우리 신체 내에서는 전체 단백질의 6% 정도가 매일 새로 합성되고 분해된다. 해당 과정은 세포 내 단백질 조절 시스템인 유비퀴틴-프로테아좀 시스템(ubiquitin-proteasome system·UPS)과 오토파지-리소좀(autophagy-lysosome system)에 의해 진행되는데, TPD는 이들을 이용한다. 대표적인 TPD인 ‘프로탁’과 ‘분자 접착제’는 UPS가 목표하는 단백질을 분해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신체 내 단백질 분해 시스템을 이용해 TPD는 암 성장의 근본 원인인 타깃 단백질을 분해함으로써 암세포가 사멸하게 만든다. 아울러 암세포 안으로 들어간다는 점에서 기존에는 타깃으로 삼을 수 없었던 질병 단백질에도 접근가능하다. 또한 약이 표적하는 단백질 외 다른 곳에는 반응하지 않기에 부작용도 덜할 것이라 전망된다. 단백질 기능 억제에 따른 변이 발생이 없다는 점에서 내성 문제 극복도 가능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TPD 신약 연구 개발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다만 상용화된 약물은 아직 없다. 가장 앞서가는 곳으로 꼽히는 곳은 전립선암을 적응증으로 하는 파이프라인의 임상 2상을 진행 중인 미국 아비나스다. 아비나스는 유방암 후보물질에 대해 2021년 화이자와 약 2조3600억원 규모의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자료=각사, 표=정승아 디자이너
./자료=각사, 표=정승아 디자이너

 

국내에서는 유빅스테라퓨틱스가 파이프라인 개발 속도를 내고 있다. 유빅스테라퓨틱스는 지난해 말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혈액암 치료제 신약 후보물질인 ‘UBX-303-1’의 재발성·불응성 B세포 림프종 환자에 대한 임상 1상 시험계획서(IND)를 승인받았다. 국내에서 TPD 단일 플랫폼만으로 본임상에 진입한 것은 처음이다. 

UBX-303-1은 미충족 의료 수요를 공략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마땅한 치료 대안이 없는 재발성·불응성 B세포 림프종 환자를 위한 대안을 내놓고자 하는 것이다. 이들은 BTK 단백질을 치료 표적으로 한다. BTK 저해제 시장은 전 세계 시장 규모가 6~7조원에 달한다. 2013년 허가를 받은 ‘임브루비카’가 대표적인 BTK 저해제다. 

유빅스테라퓨틱스 관계자는 “기존 BTK 저해제가 등장한 지 10여년이 지나며 내성 환자가 많다”며 “BTK저해제의 내성 문제를 TPD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BTK 저해제의 시장 규모가 크고, 미충족 수요도 있다는 점에서 시장성이 크다는 판단이다.

SK바이오팜은 신규 모달리티 중 하나로 TPD를 선정하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TPD 기술을 보유한 SK라이프사이언스랩스(전 미국 TPD전문 바이오 기업 프로테오반트 사이언스)를 인수하고 고형암 파이프라인 ‘IKZF2’과 에스트로겐 수용체 분해제로 호르몬양성 유방암을 적응증으로 하는 ‘ER’의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업테라는 소세포폐암(SCLC)을 적응증으로 하는 신약후보물질 ‘UP1002’의 비임상독성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UP1002는 PLK1을 표적한다. PLK1은 세포 분열 주기를 담당하는 단백질 중 하나로, 암 조직에서 높게 발현된다. 암의 증식 뿐 아니라 암의 전이와 악성화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PLK1을 타깃하는 치료제를 개발하고자 하는 노력이 지속돼왔다. 다수 글로벌 제약사가 PLK1 저해제에 대한 연구개발을 시도했지만, 독성 문제 등으로 번번이 임상에 실패했다.  

업테라 관계자는 “PLK1 저해제의 단점을 보완한 TPD 방식으로 새로운 치료제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며 “그 중에서도 아직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소세포폐암을 적응증으로 해 ‘퍼스트인 클래스’ 치료제를 내놓고자 한 것”이라고 밝혔다. 

사이러스테라퓨틱스는 혈액암과 고형암을 적응증으로 개발중인 신약후보물질 ‘CYRS1542’의 전임상을 진행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TPD는 글로벌 리더가 아직 없다는 점에서 시장 가능성이 큰 모달리티"라며 "국내 업계에서 관련해 활발한 오픈 이노베이션 협력이 시도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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