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내달 주총에 정관 개정안 상정···회장과 부회장 신설 포함, 하마평 무성  
업계 “서열 고려 시 회장과 부회장 후보 제한적”···유한 직원, 블라인드에 특정인 비판 올려 
유한양행 “글로벌 진출 대비한 선제적 조치”···올해 임명 안 할 가능성, 유연한 입장 밝혀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유한양행이 회장·부회장직 신설을 위한 정관변경을 추진하고 있어 그 배경이 주목된다. 단일기업인 유한양행에 회장직 신설 필요성에 대한 업계 의문이 제기되며 서열을 고려한 하마평도 돌고 있다. 유한양행은 향후 글로벌 진출을 위한 선제적 조치라는 입장이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최근 공시를 통해 3월 주주총회 소집을 공고하고 상정 안건을 소개했다. 이중 주목할 부분은 정관 33조와 34조 개정이다. 참고로 정관이란 회사의 설립, 조직, 업무 활동 등에 관한 기본규칙을 정한 문서를 지칭한다.  

우선 기존 정관 제33조 제2항에 나온 ‘이사회의 결의로서 이사 중에서 사장, 부사장, 전무이사, 상무이사, 약간인을 선임할 수 있다’ 부분을 ‘이사회의 결의로서 회장, 부회장, 사장, 부사장, 전무, 상무 약간인을 선임할 수 있다’로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사장 위에 회장과 부회장을 신설하고 전무이사와 상무이사 명칭을 각각 전무와 상무로 바꾸려는 것이 회사측 의도로 분석된다. 정관 제34조 제1항과 제2항 개정도 눈길을 끌고 있다. 유한양행은 기존 ‘대표이사 사장’을 ‘대표이사’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처럼 대표이사 사장 체제를 운영하는 유한양행이 회장과 부회장을 신설하려는 의도에 대해 업계에서는 적지 않은 말이 돌고 있다. 유한양행 내부에도 특정인이 회장에 유력하다는 풍문이 돌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참고로 그동안 유한양행에서는 창업주인 고(故) 유일한 박사와 연만희 전 고문만 회장 직함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는 유한양행 경영진이 회사 실적 제고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여야 할 시점에 자리 신설을 통해 자체 승진을 도모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다음달 주총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조욱제 대표이사 사장 연임이 유력한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공시된 정관 개정안에 회장과 부회장 신설이 포함됨에 따른 우려가 제기되는 것이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유한양행 외부에서 인물을 수혈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보면 회장과 부회장을 맡을 후보군은 제한적이라는 업계 지적이다. 여기에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인 ‘블라인드’에도 유한양행 직원으로 추정되는 A씨가 “(유한양행이) 회장 자리를 만든다고 한다. 힘없는 직원이지만 막아보고 싶다”며 “주총에서 이번 안건이 통과되면 직원으로서 좌절할 일이며 유일한 박사님께서 곡할 노릇”이라고 토로하며 이슈는 확산되는 형국이다. A씨는 유한양행 신임 회장에 거론되는 특정인에 대한 비판도 제기하며 어수선한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업계에는 하마평과 별도로 굳이 이 시점에서 유한양행이 회장과 부회장을 신설하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 B씨는 “유한양행은 올해 2조원 매출을 달성하고 ‘렉라자’ 시장정유율 확대 등 현안이 적지 않은 상황”이라며 “더 내실 있고 우수한 제약사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지 회장 신설은 차후 해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제약업계 관계자 C씨는 “유한양행은 회장과 부회장 신설로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며 “블라인드에서 거론됐던 그분이 오해를 받거나 명예가 훼손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유한양행은 구체적 입장을 설명했다. 우선 회장과 부회장 신설은 회사 조직이 커지고 글로벌 진출을 위해 검토했다는 주장이다. 해외에 진출했을 때 사장보다는 급이 높은 회장 직함이 필요할 수 있다는 논리로 풀이된다.  실제 유한양행 부사장 이상 임원 규모가 늘어 일정 부분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대표를 포함한 사장이 2명이고 부사장도 6명이 포진해있다. 구체적으로 사장은 조 대표와 김열홍 R&D 총괄 사장이다. 부사장은 이병만 경영지원본부장과 이영래 생산본부장, 오세웅 중앙연구소장, 임효영 임상의학본부장, 유재천 약품사업본부장, 이영미 R&BD본부장(무순) 등이 활동한다. 

특히 유한양행은 3월 주총에서 정관 개정안이 원안대로 통과되더라도 회장과 부회장 임명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개정안이 확정되더라도 회장과 부회장 발령을 올해 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정관 개정은 향후 필요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한 ‘선제적 조치’라고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대표이사 사장’을 ‘대표이사’로 개정한 부분과 관련, 유한양행은 기존 정관이 ‘대표이사 사장’으로 못 박은 측면이 있어 탄력성을 주기 위해 개정을 진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유한양행이 글로벌 체제에 대응하고 향후 상황을 고려해 선제적 조치로 준비했다고 밝힌 회장과 부회장 신설이 주총에서 어떤 결론에 도달할지 주목된다. 만약 통과돼 확정된다면 유한양행이 어느 시점 발령낼 지에도 업계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제약업계 관계자 B씨는 “유한양행이 당장 회장과 부회장 임명을 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밝힌 것은 최근 여러 상황을 감안한 조치로 보인다”며 “유한이 더 우수한 기업으로 발돋움하는데 이번 논란이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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