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 차세대 보툴리눔 톡신 MT10109L 美·日 공략
휴젤, 보툴렉스 전세계 공급 확대···균주 소송 리스크 분산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메디톡스와 휴젤의 보툴리눔 톡신(보톡스)을 둘러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이 오는 6월 예비 판결을 앞두고 있다. 양사는 ITC 판결에 따른 미국 시장에서의 불확성 해소와 새로운 매출처 확보를 위해 시장 개척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내달 중 메디톡스가 휴젤 측에 제기한 소송의 심리를 개시할 예정이다. 해당 재판에서는 기존 ‘영업비밀 도용’ 혐의가 배제되고 ‘균주 절도 및 개조’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ITC 소송의 예비 판결은 올해 6월, 최종 판결은 10월로 예정돼 있다. 양사는 향후 사전심리회의, 증거심리, 최종증거목록 제출 등 후속 절차를 밟게 될 예정이다.

앞서 메디톡스는 지난 2022년 3월 휴젤이 자사의 보툴리눔 톡신 공정 및 원료(균주)를 도용했다며 ITC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휴젤은 사실무근이라며 맞서고 있다. 휴젤이 패소하게 되면 수입배제·중지 명령으로 미국행이 좌절되거나 원고 측에 거액의 합의금을 배상해야 한다.

메디톡스·휴젤 FDA 허가 신청 보툴리눔 톡신 제제./ 표=정승아 디자이너
메디톡스·휴젤 FDA 허가 신청 보툴리눔 톡신 제제./ 표=정승아 디자이너

메디톡스와 휴젤은 전 세계에서 보툴리눔 톡신 시장 규모이 가장 큰 미국에 진출하고자 다양한 노력을 이어왔다. 메디톡스는 지난해 12월 비동물성 액상형 보툴리눔 톡신 제제 ‘MT10109L’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신청서(BLA)를 접수했다. 지난 1월에는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현지 법인 ‘루반타스’를 설립했다. 휴젤은 4년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보툴리눔 톡신 제제 ‘레티보’(국내명 보툴렉스) 미국 진출을 두드렸다. 올해 1분기 FDA의 승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메디톡스는 지난 2013년 애브비(당시 앨러간)와 총 3억6200만달러(약 4836억) 규모의 MT10109L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고 미국 시장 진출을 노렸다. 그러나 해당 라이선스 계약은 현지 상업화 문턱을 넘지 못하고 지난 2021년 조기 종료됐다. 이후 메디톡스는 자체 힘으로 MT10109L의 미국 진출을 도모하기 위해 역량을 쏟고 있다.

최근에는 MT10109L를 차세대 보툴리눔 톡신제제로 일본 품목 허가도 추진한다고 밝혔다. 지난 1월 글로벌 임상시험수탁기관(CRO)과 계약을 체결하고 현지 임상시험 신청을 위한 사전 작업에 착수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품목허가 획득 시 일본에서 처음으로 정식 허가받은 국산 보툴리눔톡신제제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메디톡스에 따르면 MT10109L 외에도 동결건조제형 ‘MT10109P’ 등 여러 후속 제품을 일본에 선보일 계획이다. 여기에는 지난해 말 국내 허가를 신청한 턱밑 지방 개선 주사제 ‘뉴브이(영문명 NEWV, 개발명 MT921)’도 포함된다.

휴젤 역시 자체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의 미국 진출을 앞두고 있지만, 메디톡스와의 균주 소송 난관을 극복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 판매 등에 막대한 영향을 주게 될 올 1분기 레티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여부와 하반기 메디톡스와의 국제무역위원회(ITC) 분쟁 등 사안들의 결론에 관심이 모아진다. 휴젤은 미국 진출 리스크를 해소하고자, 미국 외 국가들에서 시장지배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필러 사업을 성장시키며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앞서 휴젤은 보툴렉스에 대해 호주와 중국 등 아시아뿐 아니라 남미 지역 공급을 확대했다. 유럽에선 불가리아와 아이슬란드, 크로아티아, 에스토니아 등에서 추가로 품목허가를 획득하며 공급 국가를 30개로 늘렸다.

휴젤 관계자는 “태국, 레바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필러 인지도를 높이는 활동도 전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휴젤의 HA필러 ‘더채움’은 전 세계 40여개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지난해 3분기에는 유럽 및 아시아 태평양 지역 매출이 확대돼 20%대 고성장을 기록했다. 더채움, ‘바이리즌’ 같은 필러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5% 늘어 사상 첫 300억원을 돌파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 ITC 소송은 메디톡스와 휴젤 모두에게 부담”이라며 “메디톡스는 경쟁사인 휴젤과 미국에서 진행 중인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 일정이 지연되면서 소송 비용으로 인한 영업이익 악화 부담이 있고, 휴젤은 소송 패소에 따른 미국 진출 리스크가 크다”고 진단했다.

이어 “다만 미용, 성형 분야가 사업성이 높은 만큼  두 회사 모두 보툴리눔 톡신 제제로 시장 확대에 속도를 높이며 수익성을 강화하는 모습”이라며 “톡신 제제의 적응증 다각화와 필러 사업 확대에 따른 성장세가 기대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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