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주식 수수료 1232억으로 미래에셋·키움證 제치고 2년 만에 1위 탈환
대형 증권사 중 유일한 성장···주간거래 서비스에 노령 자산가 대거 유입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삼성증권이 지난해 국내 증권사 가운데 해외주식 수수료 1위에 올랐다. 지난 2021년 1위 증권사에서 2022년 3위로 추락한 지 2년 만에 다시 1위를 탈환한 것이다.

지난해 국내 대형증권사 가운데 해외주식 수수료가 늘어난 증권사는 삼성증권뿐이었다. 삼성증권을 제외한 다른 대형증권사들은 모두 전년 대비 감소했다.

삼성증권이 지난해 해외주식 수수료를 늘릴 수 있었던 이유는 미국 주식 주간거래 서비스가 지난해 활성화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증권 주 고객층인 노령의 자산가들이 대거 서학개미로 유입되면서 수수료 수입이 늘어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 ‘1위 탈환’ 삼성증권, 대형사 중 유일한 성장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증권사들 가운데 해외주식 수수료 1위는 1232억원을 기록한 삼성증권이었다.

2위는 미래에셋증권으로 1231억원을 거뒀고 3위는 키움증권으로 1068억원이었다. 4위는 NH투자증권으로 713억원, 5위는 토스증권으로 667억원이었다.

삼성증권은 2021년 1위에서 2022년 3위로 순위가 하락했는데 2년 만에 다시 1위를 탈환했다.

국내 대형증권사 가운데 지난해 해외주식 수수료가 늘어난 증권사도 삼성증권이 유일했다. 삼성증권의 해외주식 수수료는 2022년 1148억원에서 지난해 7.3%(84억원) 늘어났다.

반면 미래에셋증권은 17.9%, 키움증권은 15.4% 감소했다. NH투자증권은 2.7%, 한국투자증권은 5.8%, KB증권은 2.9%, 신한투자증권은 13.2% 줄었다.

삼성증권을 제외한 나머지 증권사들의 해외주식 수수료가 감소한 이유는 지난해 해외주식 투자자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증권사마다 수수료 인하 및 무료 이벤트 경쟁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영향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지난해 7월부터 온라인으로 미국 주식을 사는 미래에셋증권 모든 고객에게 무료 수수료 혜택을 제공하는 ‘전 국민 조건 없이 미국 주식 온라인 매수 수수료 제로’ 이벤트를 연말까지 진행했다.

토스증권이 젊은 이용자층을 잠식한 영향도 적지 않았다. 지난해 토스증권의 외화증권 수탁수수료는 667억원으로 전년(380억원) 대비 75.4% 증가했다.

◇ 삼성증권 성장 비결은 주간거래 서비스

삼성증권이 전년 대비 수수료 수익을 높일 수 있었던 원동력은 지난 2022년 2월 세계 최초로 선보인 미국주식 주간거래 서비스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활성화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삼성증권 미국 주식 주간거래는 우리나라 시간으로 낮시간에 미국 주식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이전까지 미국 주식 거래는 밤과 새벽에만 가능했는데 삼성증권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미국 금융산업규제국(FINRA)으로부터 미국 기준 야간거래를 승인받은 유일한 대체거래소인 'Blue Ocean'과 독점 제휴를 맺고 이 서비스를 출시했다.

삼성증권이 서비스를 출시했던 2022년에는 금리 인상에 따른 미국 증시 급락 여파로 큰 반응을 얻지는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초부터 인공지능 열풍에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미국 증시가 급반등에 성공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낮시간에 미국 주식에 투자하려는 사람들이 삼성증권의 미국 주식 주간거래 서비스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2022년 미국 주식 주간거래 서비스 월평균 거래액은 3000억원 수준이었으나 지난해부터는 6000억원대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6~8월에는 월평균 거래대금이 8000억원 수준까지 급증했다. 이러한 열기에 지난해 삼성증권의 미국 주식 주간거래 서비스 누적 거래금액은 10조원을 돌파했다.

특히 삼성증권 주요 고객층인 노령의 자산가들이 지점에 방문해 PB들의 안내에 따라 미국 주식 주간거래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중이 급증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이용자 연령층을 분석한 결과 60대 이상이 전체 거래대금의 28.8%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50대(26.1%), 40대(19.7%), 30대(15.0%) 순이었다. 60대 이상의 경우 매장을 방문해 이용하는 비중이 65.3%에 달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최근 들어서는 노령층을 넘어 이용자 연령층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며 “미국 주식 커뮤니티 등에서는 미국 주식 주간거래 서비스가 삼프장(삼성증권 프리마켓)이라고 불릴 정도로 활성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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