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1일(현지 시간) 실적 및 가이던스 발표 예정
“실적 부진 시 증시 자체가 흔들릴 수 있어” 전망도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국내외 증시가 AI(인공지능) 테마에 들썩이고 있는 가운데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엔비디아의 실적과 가이던스(기업 실적 전망치)가 시장 예상에 미치지 못할 경우 증시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오는 21일(현지 시간) 미국 증시의 장 종료 이후 실적과 가이던스를 발표한다. 엔비디아는 글로벌 반도체 설계회사(팹리스)로, 지난해부터 조명받기 시작한 AI 반도체 칩을 앞세워 미국 내 시가총액 3위까지 올라온 기업이다.

올 들어 지난 16일 기준. / 그래프=정승아 디자이너.
올 들어 지난 16일 기준. / 그래프=정승아 디자이너.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는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엔비디아는 AI 반도체 칩 시장에서 90%가 넘는 높은 지배력을 보이고 있어 AI 시장 수요의 가늠자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의 실적이 호조를 보이고 가이던스가 높게 나온다는 것은 AI 시장 성장세가 견조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동안 엔비디아의 호실적은 국내 AI 관련 기업들의 호재로 작용해왔다. 그중에서도 AI 관련 반도체주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AI가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하기 위해 활용되는 AI 칩에는 고대역폭메모리(HBM)가 탑재되는데, 이 분야에는 증시 시가총액 비중이 높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국내 주요 종합 반도체 회사들의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엔비디아에 HBM을 납품하는 SK하이닉스는 1년 동안 주가가 63% 넘게 상승했다. SK하이닉스에 HBM 관련 장비를 판매하는 한미반도체의 경우 5배 가까이 급등했다. 이밖에 HBM 시장 확대 수혜주로 묶인 반도체주나 관련 ETF(상장지수펀드)들도 시장 상승률을 넘어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반대로 엔비디아의 실적 부진은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증시 자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SK증권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현재 증시에 AI 기대감은 여전히 크게 반영돼 ‘AI’와 ‘Non-AI’ 기업들의 주가 흐름은 분명히 상반돼 있다”며 “실적과 가이던스로 만족시키지 못하는 상황이 나타날 경우 즉시 증시 자체가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엔비디아의 실적은 시장 전망치를 상회할 가능성이 다소 큰 것으로 점쳐진다. 대표적으로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최근 엔비디아의 실적이 컨센서스를 최대 5% 상회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목표주가를 기존 700달러에서 800달러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앞서 미국 데이터 분석 업체 팩트셋은 엔비디아가 지난 분기 매출 202억달러에 주당 4.56 달러의 순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엔비디아가 지난해 2분기와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AI 관련주에 훈풍이 불었듯 이번에도 호실적을 기록하게 된다면 국내 관련주들은 더욱더 힘을 받게 될 전망”이라며 “반대로 실적 부진 실망감에 주가가 하락할 수 있는데 중장기적인 AI 산업 성장세를 감안하면 이는 매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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