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장 둔화 탓에 부품·모듈 사업 적자
A/S로 이익 방어···리더십·사업 재편해 활로 모색

현대모비스의 사업별 분기 영업손익 추이.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현대모비스의 사업별 분기 영업손익 추이.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현대모비스가 신차 시장 둔화, 비용 상승 때문에 핵심 사업의 이윤 창출에 고전하는 가운데 손익 개선에 분투 중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의 전동화 부문을 포함한 ‘모듈 및 핵심부품 사업’ 영업손익은 최근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해 4분기 해당 사업에서 692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전기차 등 친환경차 수요 등락과 품질보증비, 원자재 구입비 등 지출에 따른 결과다. 같은 해 1분기 특별성과금, 에어백제어장치(ACU) 리콜 등으로 일회성 지출이 늘어나 1170억원 손실을 내면서 해당 사업에서 연간 적자를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업황이 불확실해진 2020년에 2615억원을 거뒀지만 이후 매년 하락해왔다.

현대모비스 모듈 및 핵심부품 사업의 손실은 전기차를 비롯한 신차 공정에 납품한 결과인 점을 고려할 때 성장 동력 약화를 의미한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것은 고물가, 고금리 기조, 주행거리 불안 등의 영향으로 전기차 시장이 둔화하고 나머지 신차의 수요도 주춤했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더해 경쟁사 간 납품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완성차 업체들이 부품·장치 공급 내재화를 이어감에 따라 현대모비스 사업이 영향을 받았다.

이 가운데 현대모비스가 전체 영업이익 증가세를 유지한 점은 또 다른 사업 부문인 애프터서비스(A/S)에서 일정 수준의 이익을 지속 창출한 덕분인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모비스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현재 글로벌 5800만여대가량 운행되는 현대차, 기아 차량에 적용 가능한 A/S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현대차, 기아를 비롯한 고객사별 차량이 더 많이 운행될수록 현대모비스의 A/S 사업 성과가 확대된다.

A/S 사업은 신차 출고 이후 시점에도 수익 창출이 가능한 점에서 안정적인 수익 창출원으로 꼽힌다. 다만 출고된 차량을 정비, 수리할 때 최초 장착된 부품을 사용해야 하는 만큼 신차 납품 성과를 확대하는 것이 현대모비스 수익성 개선의 관건이다.

이규석 현대모비스 사장이 지난해 12월 5일 경기 의왕시 소재 현대모비스 전동화 연구동에서 열린 개소식에 참석해 축사를 전하고 있다. / 사진=현대모비스
이규석 현대모비스 사장이 지난해 12월 5일 경기 의왕시 소재 현대모비스 전동화 연구동에서 열린 개소식에 참석해 축사를 전하고 있다. / 사진=현대모비스

◇ 그룹 차원서 사업 재편···이규석 사장의 지휘 원년

현대모비스는 올해 모듈 및 핵심부품 사업의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리더십·조직 개편, 수주 확대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했다. 리더십 강화를 위해 지난해 10월 조성환 사장 후임자로 현대차 구매 분야 출신 이규석 사장을 선임했다. 조 사장이 국제표준화기구(ISO) 회장으로서 역할에 집중한다는 명분으로 당초 임기보다 앞서 물러난 후, 이 사장이 조기 취임한 모양새다.

이 사장은 현대차·기아 구매본부장, 부품별구매실장, 구매전략실장 등을 지낸 공급망 전문가로 꼽힌다. 현대모비스의 모듈·부품 공급 성과 확대에 필요한 네트워크 관리, 원자재 및 부품 조달 등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현대모비스는 앞서 북미, 유럽, 인도 등 주요 시장에서 현지 전문가를 영입해 수주 물량 증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현대모비스는 그룹 신성장 분야인 수소 사업의 효율 제고를 위해 상반기 중 수소연료전지 사업의 인력, 시설 등을 현대차로 이관 완료할 계획이다. 현대차가 2178억원을 들여 현대모비스 자산을 인수해 수소 사업의 육성 과정을 일원화한다는 방침이다.

현대모비스가 지난달 9~12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된 CES 2024에 참석해 현장에서 고객사 전용 공간을 마련하고 잠재 고객사를 대상으로 영업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 사진=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가 지난달 9~12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된 CES 2024에 참석해 현장에서 고객사 전용 공간을 마련하고 잠재 고객사를 대상으로 영업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 사진=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는 적자를 기록했던 신사업 분야 중 하나인 수소사업을 떼낸 후 전기차,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로봇 등 미래 먹거리에 더욱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이 중 전기차는 현대모비스의 핵심 투자 분야다. 지난해 12월 5일 현대차그룹 의왕연구소에서 개소한 2만1600평 규모 ‘전동화 연구동’이 최근 사례다.

현대모비스가 전동화 중심의 사업 체질 전환을 위해 설립한 전동화 연구동은 기존 국내 3개 시설로 분산됐던 전동화 R&D 역량을 결집한 곳이다. 현대모비스는 연구동을 통해 조직, 인력 운용 효율을 확보하고 양산 품질을 개선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이 사장이 부임 후 첫 공식 행보로 전동화 연구동 개소식에 참석해 시설에 담긴 의미를 강조했다. 이 사장은 개소식 현장에서 “전동화 연구동에 전문 연구 인력을 중심으로 핵심 역량을 집중해 전동화 분야 혁신 기지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현대모비스의 해외 완성차 대상 수주 실적 추이. / 사진=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의 해외 완성차 대상 수주 실적 추이. / 사진=현대모비스

◇ 올해 수주성과 확대 박차···“고객 늘리고 비용은 줄인다”

이와 함께 현대모비스는 그간 늘려온 공급 수주 성과를 올해 더욱 늘려 시장 입지를 다져나갈 계획이다. 지난해 현대모비스의 해외 완성차 업체 대상 수주 물량은 92억2000만달러로 전년(46억5000만달러)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폭스바겐 등 주요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를 고객사로 확보해 실적을 예상보다 크게 늘렸다.

현대모비스는 올해 수주 예상치로 작년에 비해 1.3% 증가한 93억4000만달러를 제시했다. 전기차를 비롯한 신차 수요의 전망이 불투명한 점을 고려한 수치다. 현대모비스는 제품 라인업 확대를 통한 고객 다변화, 표준 부품 기반 비용절감, 부품 통합 공급(모듈화) 확대 등을 통해 성장세를 공고히 구축한다는 목표다.

현대모비스는 지난달 26일 진행한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전동화 사업부와 관련해, 북미 전동화 공장의 양산 초기 비용을 제외하고 손익분기점(BEP) 달성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현대모비스의 현대차그룹 외 공급 실적 및 비중 추이. 현대모비스는 그룹사인 현대차, 기아에 대한 매출 의존도를 낮추고 글로벌 고객사를 추가 확보해 핵심 부품 사업 성과를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 사진=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의 현대차그룹 외 공급 실적 및 비중 추이. 현대모비스는 그룹사인 현대차, 기아에 대한 매출 의존도를 낮추고 글로벌 고객사를 추가 확보해 핵심 부품 사업 성과를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 사진=현대모비스

업계에서는 올해 현대모비스가 일회성 비용 등 돌발 변수를 마주하지 않는 한 모듈·부품 사업의 수익성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모비스의 실적 회복 모멘텀은 전동화, 전장 부분의 흑자 전환인데 올해 가능할 것”이라며 “작년 일회성 비용과 수소사업부 이관 손실을 털어낸 것이 모듈사업부 이익의 증가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