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양육 경제적 부담 커”
“한국은 무한경쟁 사회”
“태어날 아이 행복할 것 같지 않아”

저출산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54회 웨덱스코리아 웨딩박람회에서 예비 신랑 신부들이 웨딩드레스를 둘러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54회 웨덱스코리아 웨딩박람회에서 예비 신랑 신부들이 웨딩드레스를 둘러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대한민국이 위기를 맞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출산율은 0.66명까지 감소했다. 이대로 가면 2750년에는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세계지도에서 지워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나라 대한민국에서 다시 우렁찬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100명의 입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되살릴 방법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아이를 낳으면 최소한 내가 자라면서 부모님께 받은 만큼은 해주고 싶다. 하지만 그마저도 어려울 것 같다. 아이를 낳았다면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아이를 지원하고 책임을 져야 하는데 요즘 사회에서는 그게 정말 어렵다고 느낀다”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남성 양모씨(32)는 비출산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내년 결혼을 앞뒀지만 자녀 계획은 없다. 예비신부와 결혼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전부터 ‘딩크족(맞벌이 무자녀 가정)’으로 결혼 생활을 하는 방향으로 합의를 봤다.

통계청의 ‘2022년 신혼부부통계 결과’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혼인 신고를 한 지 5년이 되지 않은 초혼 신혼부부 81만5357쌍 가운데 맞벌이를 하면서 자녀가 없는 부부는 23만4066쌍으로 28.7%를 차지했다. 딩크족 비중은 2018년 21.7%, 2020년 25.8% 등으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Q. 아이를 갖지 않기로 결심하게 된 요인은 무엇인가

“경제적 부담 때문이다. 뉴스를 보면 자녀 1명을 만 18세까지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이 3억원이 넘는다고 하더라. 지금의 생활 수준을 유지하는 것도 마냥 여유롭진 않은 마당에 자녀까지 생기면 경제적 부담이 더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Q. 경제적 여유가 생긴다면 아이를 낳을 것인가

“지금보다 더 경제적인 여유가 생기더라도 자녀를 갖지는 않을 것 같다. 자녀를 키울 때는 경제적인 지원 외에도 정서적 지원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무한경쟁 사회다. 이런 사회에서 살아가면서 경제적 부분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측면에서도 많은 압박을 느끼며 살 수밖에 없다.

아이를 낳으면 자녀의 고민이 곧 내 고민이 될 텐데 내가 가진 고민만으로도 버거운 상황에서 자녀를 위한 정서적 지지까지 해주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도 나와 마찬가지로 경쟁사회에 뛰어들어야 할 텐데 그런 세상에서 태어날 아이가 행복할지 의문이다.”

Q. 많은 사람들이 저출산이 ‘위기’라고 규정하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리 부모 세대는 물심양면으로 모든 걸 희생해서 자녀를 키우는 데에 힘을 쏟았지만 나는 자녀를 위한 희생보다 자신에게 투자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내 코가 석자’인 상황에서 자녀를 낳지 않는 건 당연한 행동양식이다. 저출산이 문제란 시각은 국가 입장에서인 것이지 개인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자연스러운 선택일 뿐이다.”

Q. 노년기를 맞았을 때 자녀가 없는 데 대해 후회하지 않겠는가

“왜 후회를 하겠는가. 자녀가 없어서 후회한다는 근거는 대부분 부부 사이가 소원해질 수 있다거나 자신을 부양해 줄 가족이 없다는 것 등 본인 상황에 대한 두려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녀를 일종의 수단으로 보는 시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시각으로는 오히려 아이를 낳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Q. 지난 16년 동안 정부가 저출산 대응에 투입한 예산이 280조원이라고 한다. 정부에서 지금까지 내놓은 저출산 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대부분의 지원이 유자녀 가정을 대상으로 한 금전적인 지원에 치중된 것 같다. 주거비용이나 양육비용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는데 단순히 돈을 준다고 해서 애를 낳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출산에 호의적인 입장으로 바뀌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매달 몇십만원 더 준다고 해서 남은 평생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손쉽게 내리겠나? 아니라고 본다.”

Q.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정부가 내놓는 대응책이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출산율을 높이려면 결국 무자녀 가정이 애를 낳아도 괜찮겠단 인식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자녀 가정에 금전적 지원을 해주는 건 사실 아이를 낳지 않은 사람들 입장에서는 전혀 어필이 되지 않는다. 사람들의 인식에 여유를 만들어주는 게 관건이라고 본다. 퇴근 후 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저녁 있는 삶이 당연시되고, 육아휴직을 다녀오더라도 승진이나 커리어에 위협받지 않는 환경을 조성하는 등 금전적인 노력보다 인식 개선 측면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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