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의협, '후배' 의대생도 단체행동 조짐
정부 "강경대응···여론은 정부 정책 지지

지난 8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로 이송되는 환자 / 사진=연합뉴스
지난 8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로 이송되는 환자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반대해 집단행동을 예고하면서 의료 혼란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분수령은 전공의들이 사직서 제출 시한으로 정한 19일이 될 전망이다. 이들의 선배인 주치의와 후배인 의대생들 등도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는 점은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에 힘을 실어줄 대목으로 꼽힌다. 다만 정부 정책에 대한 여론이 높은 점은 전공의들의 단체행동에 최대 걸림이다.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빅5 병원 전공의 대표들과 논의한 결과 오는 19일까지 해당병원 전공의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 6시 이후 근무를 중단하기로 했다. 수련병원 차원에서 집단사직을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19일까지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 규모에 따라 다음날 의료 현장의 혼란의 정도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공의들은 상급종합병원 의사 인력 가운데 30~40%를 차지하고 있다. 전문의와 전임의(펠로우)를 보조하며 당직 근무를 맡고 환자들의 주치의 역할을 하는 의료현장의 핵심 인력이다.

현재까지는 보건복지부가 업무개시(복귀) 명령을 내리자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 중 상당수는 복귀한 것으로 전해진다. 복지부가 지난 16일 전공의의 집단 사직서가 제출되거나 제출이 의심되는 12개 수련 병원에 대해 현장점검을 실시한 결과, 235명이 사직서를 냈으며 이들 가운데 103명은 실제로 근무를 하지 않았다. 사직서가 수리된 병원은 없었다. 복지부는 이들 103명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내렸고 100명은 현장에 복귀했으나 3명과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하지만 전공의 사이에서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이 여전히 큰 만큼 마지막 날인 19일 사직서 제출이 몰릴 가능성이 남아있다. 정부는 현장 이탈이 확인되면 즉각 업무개시 명령을 내리고 불응하면 면허정지 등 강경대응을 예고했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지난 16일 브리핑에서 "만일 전공의들이 장기간 복귀를 하지 않아서 (병원) 기능에 상당한 마비가 이뤄지고, 실제로 환자 사망 사례 등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면 법정 최고형까지 갈 것"이라고 밝혔다.

전공의들의 선배인 대한의사협회(의협)이 투쟁노선을 선택한 점은 단체행동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의협 '의대 정원 증원 저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지난 17일 첫 회의를 열고 "의료계 단체 행동의 시작과 종료는 전 회원 투표로 결정하기로 결의했다"면서 단체 행동 개시 시점에 대해서는 "날짜를 못박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의협 비대위는 이어 "단 한명의 의사라도 이번 사태와 연관해 면허와 관련한 불이익이 가해진다면 의사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간주하고 감당하기 어려운 행동에 돌입할 수 있음을 강하게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전국 의과대학 학생 대표자들도 20일까지 동맹휴학계를 제출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을 지지하는 여론이 크다는 점이 문제다. 전공의들이 쉽게 사직서를 제출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갤럽이 지난 13~15일 전국 성인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6%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 '긍정적인 점이 더 많다'고 답했고, '부정적인 점이 더 많다'는 응답은 16%뿐이었다. 국민의힘 지지자의 81%, 더불어민주당 지지자의 73%가 각각 긍정적이라고 답해 여야 지지층 사이에 이견도 없었다.

의료 현장은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에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분주하다. 세브란스병원은 지난 16일 병원 내에 '수술실 운영 관련 공지'를 내렸다. "19일 오전 6시부터 전공의 부재 상황이 예상돼 마취통증의학과가 평소 대비 50% 미만으로 수술실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19일까지 수술 예정 환자 중 입원 대상과 연기 명단을 입원원무팀에 제출해달라"는 내용이다. 서울성모병원, 서울대병원과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역시 수술과 입원 스케줄이 조정될 수 있다고 환자들에게 안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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