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값 하락세 지속
이자 부담에 급매물 속출
경매 시장에서도 찬바람

서울 노원구 일대 아파트 전경 / 사진=연합뉴스
서울 노원구 일대 아파트 전경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이 내림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서울에서도 아파트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청년층 영끌족이 몰려 매매시장을 주도했던 ‘노도강’(노원·도봉·강북)이 직격탄을 맞았다. 고점 대비 절반 가량 하락한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정부의 대대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와 주택 공급 의지 피력에도 고금리 장기화와 주택경기 불확실성에 수요자들의 관망세가 짙어지는 모양새다.

1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월 둘째 주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0.04% 하락했다. 지난주(-0.06%) 대비 내림폭은 줄었다. 올해로 범위를 넓히면 0.35% 하락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도 0.03% 떨어졌다. 지난주(-0.05%)보다 낙폭이 축소됐다. 자치구별로 살펴보면 도봉구(-0.1%), 은평·관악구(-0.06%), 성동·중랑·금천구(-0.05%), 성북·서초·마포구(-0.04%), 강북·노원·서대문·강서구(-0.03%), 용산·광진·양천·영등포·동작·강남구(-0.02%), 종로·동대문·구로·강동구(-0.01%) 등 23곳이 약세를 나타냈다. 중구와 송파구 등 2곳은 보합을 기록했다.

특히 노도강의 집값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5단지’ 전용 31㎡는 지난달 4억6000만원(3층)에 거래됐다. 2021년 8월 실거래가 8억원(1층) 대비 3억4000만원 가량 빠진 금액이다. 이곳은 서울 지하철 7호선 노원역 역세권에 재건축을 추진 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수요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모습이다.

도봉구 창동 ‘주공3단지’ 전용 66㎡는 지난달 4일 4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2021년 11월 최고가(8억9500만원·12층) 대비 3억원 가까이 급락했다. 인근 방학동 ‘벽산1차’ 전용 52㎡는 3억3000만원에 집주인이 바뀌었다. 2021년 12월 최고가(5억2000만원) 대비 2억원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같은 동에 위치한 ‘청구’ 전용 84㎡도 2021년 9월 6억9500만원에서 지난달 4일 4억8000만원으로 2억원 넘게 떨어졌다.

또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 전용 84㎡는 지난달 12일 6억1800만원에 새로운 집주인을 맞이했다. 우이신설선 솔샘역 역세권으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품고 있는 단지지만 지난해 7월(8억5000만원) 신고가를 기록한 이후 하락 곡선을 그리는 모양새다.

노도강은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된 지역으로 최근 부동산 상승기에 2030세대들이 몰리면서 집값 상승폭이 컸던 지역이다. 하지만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이자 상환 부담을 견디지 못한 급매가 쏟아지면서 집값이 빠르게 하락했다. 정부가 ‘노후계획도시특별법’ 등 재건축 규제 완화 조치를 잇따라 내놨지만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여기에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과 특례보금자리론 등의 대출 종료로 작년 4분기 거래가 위축되면서 매매가 하락폭을 키운 요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가시장은 이미 대출규제가 촘촘해 대출 요건이 강화되더라도 매매가에 영향을 덜 받는다”며 “반면 중저가 시장은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되면 매수세와 집값에 탄력적으로 반응해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노도강은 경매 시장에서도 수요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전세사기가 집중됐던 강서구 다음으로 증가세가 가팔랐다. 부동산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서울 강서구 경매진행건수는 94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분기 42건의 두 배를 넘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노원구는 71건으로 전분기 48건보다 23건 늘었고 도봉구는 37건으로 전분기 27건 대비 10건 증가했다. 경매 건수는 늘고 있지만 낙찰률은 20~30%대에 머물고 있다. 10건의 경매가 진행되면 두세 건만 주인을 찾아간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올해도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고금리에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한 매물들이 잇따라 경매 시장에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이주현 지지옥션 연구원은 “노도강 지역은 진입장벽이 낮아 최근 몇년간 매수세 유입이 많았는데 최근 경매로 나오는 물건들이 늘고 있다”며 “역전세나 이자부담을 견디지 못하는 물건들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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