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 1명·한화오션 2명·삼성중공업 1명 사망
노동계 "무리하게 작업 강행···크고 작은 사고가 계속돼"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모습. / 사진=현대중공업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모습. / 사진=현대중공업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국내 대형 조선 3사에서 올해 4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조선업계는 3~4년치 일감을 쌓아두며 10년 만에 최대 호황기를 맞았지만. 노동계는 무리한 작업강행으로 사업장은 더욱 위험해졌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외국인 등 비전문인력 투입되면서 사고 위험이 더욱 가중됐다는 주장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A(62)씨가 숨지고 또다른 하청 노동자 B(51)씨가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원유생산설비 블록을 옮기는 작업 중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고는 지난 2022년 4월 HD현대중공업에서 폭발사고로 근로자 1명이 숨진 뒤 약 2년 만에 발생한 중대재해다. HD현대중공업이 지난달 16일 중대재해 없는 1000일에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지 26일만이다.

고용부는 이번 사고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인지를 놓고 수사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으로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이다.

조선업계가 중대사고 근절을 위해 체계적인 안전·보건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여전히 조선소 근로자들은 사고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HD현대중공업을 제외하고 올 초에만 한화오션에서 2명, 삼성중공업·HSG성동조선에서 각각 1명이 숨졌다. 

노동계는 일감이 밀려 무리하게 작업을 강행해야 하는 조선소 근무 환경이 근로자를 사망케 했다고 보고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민주노총 울산본부 등은 지난 15일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울산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장에선 기본적인 안전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채 무리하게 작업을 강행하며 크고 작은 사고가 계속됐다”고 했다. 

조선 3사가 매년 안전·보건 예산을 증액하고 있지만, 실효성은 크지 않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HD현대중공업은 3085억원,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은 각각 3200억원, 3300억원을 안전·보건 예산으로 사용했다. 올해는 전년 대비 증액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2010년대 이탈한 숙련공의 빈자리를 비숙련 근로자가 채우고 있다”면서 “안전 관련 예산만 늘린다고 해서 안전 사고 위험이 낮아지기 힘든 구조”라고 말했다.

위험의 외주화가 인명사고를 부추긴다는 비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조선소에서 숨진 근로자 모두가 하청업체 소속으로 드러나면서다. 안전 관리를 책임져야 할 원청이 책임을 하청에 떠넘기는 구조 탓에 작업 허가 및 점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조선업계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에 따른 경영 리스크 확대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2022년 1월 법 시행 이후 조선 3사에선 총 10건의 사망사고가 있었지만 아직 중처법으로 기소된 사례는 없다. 다만 법 시행 이전에도 산업안전보건 위반과 중대재해 관련 업무과실치사 등의 위반에 따라 HD한국조선해양 임직원 8명이 제재를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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