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5 전공의, 19일까지 사직 후 20일 출근 거부···타 병원 전공의 주목, 의대생들도 휴학계
복지부, 수련병원 대상 집단연가 불허 명령···박민수 차관 “이번엔 선처 없다” 강조 
빅5 병원 전공의 출근 거부 현실화할 경우 사실상 총파업···내일 비대위 회의 결과 주목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한 의료계가 전공의 사직과 의대생 휴학을 강행하는 추세다. 이에 정부는 수련병원에 전공의 집단연가 사용 불허 명령을 내리는 등 강경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빅5’ 병원 전공의들이 오는 20일 출근하지 않기로 결정함에 따라 사실상 이날 총파업이 개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빅5 병원 전공의 대표들이 논의를 거쳐 오는 19일까지 해당 병원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아침 6시 이후 근무를 중단키로 결정했다. 빅5 병원은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대형병원을 지칭한다. 대한전공의협의회와 빅5 병원 전공의 대표들은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까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대전협은 빅5 병원 대표들을 주축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향후 전공의가 근무하는 전체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사직서 제출 여부를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의사회 소속 의사들이 15일 저녁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궐기대회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서울시의사회 소속 의사들이 15일 저녁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궐기대회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전공의란 전문의 자격을 얻기 위해 병원에서 일정 기간 임상 수련을 하는 의사를 말한다. 인턴과 레지던트를 합친 개념이다. 전공의는 응급 당직은 물론 수련 병원 진료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빅5로 일컫는 대형병원 의사 중 전공의 비중은 40%에 육박할 정도로 중요도가 높고 상징적 의미도 크다. 빅5 병원 전공의들이 사직을 결정한 흐름이 다른 병원에 영향을 주며 전체 총파업에도 여파를 전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 2020년 총파업 당시에도 전체 전공의 중 80% 이상이 의료현장을 이탈하며 환자들이 진료를 받지 못한 사례가 있었다. 

의료계 관계자 A씨는 “12일 열린 대전협 임시총회에서 투쟁 방식이나 방향 대신 비대위 전환만 결정돼 일각에서 전공의들이 소극적이지 않느냐는 의문이 있었다”라며 “하지만 대전성모병원 인턴 홍모씨가 유튜브에 사직 의사를 밝혔고 박단 대전협 회장이 오는 20일 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한 것이 일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박 회장 토로는 전공의를 포함한 현실을 토로한 것이어서 동료들 공감을 얻었다고 한다. 박 회장은 SNS를 통해 “병원에서 근무했던 3년은 제 인생에서 가장 우울하고 불행한 시기였다”며 “죽음을 마주하며 쌓여가는 우울감, 의료 소송에 대한 두려움, 주 80시간의 과도한 근무 시간과 낮은 임금을 감내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할 경우 해당 병원 교육수련부장이나 또는 병원장이 수리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하지만 사직서 수리 여부와 관계 없이 당장 전공의들이 출근하지 않는 상황도 예상 가능하다. 이처럼 전공의 사직이 논의되는 와중에 의대생들도 집단행동을 추진하는 분위기다. 전국 40개 의대 중 35개 의대 대표들은 전날 밤 긴급회의를 열고 오는 20일 휴학계를 내기로 결정했다.

앞서 전날 한림대 의과대학 비상시국대응위원회는 한림대 의과대학 의료정책대응 TF 공식 SNS를 통해 본과 4학년 학생들이 동맹휴학을 결의하고 휴학원을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의대생 휴학은 당장 총파업에 영향은 적지만 전체 의료계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이어서 복지부는 물론 교육부도 상황을 체크하는 단계다.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는 16일 오전 조규홍 본부장 주재로 제9차 회의를 열어 전공의 사직 대책 등을 논의했다. / 사진=보건복지부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는 16일 오전 조규홍 본부장 주재로 제9차 회의를 열어 전공의 사직 대책 등을 논의했다. / 사진=보건복지부

이같은 의료계 움직임에 정부는 강경 대응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본부장을 맡은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이날 제9차 회의를 개최하고 전공의 집단행동과 관련된 상황을 점검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원광대병원과 가천대길병원, 고대구로병원, 부천성모병원, 조선대병원, 경찰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7개 병원 전공의 154명이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사직서가 수리된 병원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복지부는 전체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집단연가 사용 불허 및 필수의료 유지명령을 발령했으며 전공의가 출근하지 않은 병원을 대상으로 현장 점검을 실시키로 했다. 현장 점검 결과 진료를 거부한 전공의에 대해서는 개별적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법적 조치를 취한다는 방침이다. 의료법에 따르면 의사가 환자 진료를 거부하면 정부가 업무 개시를 명령할 수 있다. 해당 의사가 이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1년 이하 자격 정지는 물론 3년 이하 징역형도 가능하다.

정부는 지난해 관련 법률이 통과됨에 따라 의사가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게 되면 해당 의사 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즉 업무개시명령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사법처리와 이로 인한 의사 면허 취소 가능성을 거론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2020년 총파업 당시 복지부가 10명 의사를 고발했지만 의료계 부탁으로 취하한 경험이 있다”며 “이번에는 사후구제, 선처는 없고 기계적으로 법을 집행할 것”이라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이처럼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을 놓고 의료계와 정부가 양보하지 않는 상황에서 17일 오후로 예정된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총파업 돌입이 결정될지 주목된다. 의료계 관계자 B씨는 “최근 분위기를 보면 비대위에서 총파업 돌입이 결정될 가능성이 예상된다”라며 “이날 회의에서 구체적 방법론이나 세부사항만 논의하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의료계 관계자 C씨는 “총파업이 결정된다면 날짜는 빅5 병원 전공의들이 출근하지 않기로 한 오는 20일이 될 가능성이 예상된다”며 “규모가 큰 빅5에 전공의들이 부재한 상황이 도래하면 사실상 총파업 개시로 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결국 의료계와 정부 대립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각각 17일과 20일로 예정된 비대위 회의 결과와 빅5 병원 소속 전공의들 출근 여부에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이에 맞서 복지부는 최악의 경우에 대비한 진료계획을 준비하고 있어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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