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랜우드 PE에 매각 안 하기로 결정, 중단 사유는 묵묵부답···업계 “매각 대금이 결렬 원인”
한미약품도 사모펀드 지분 매각 대신 OCI그룹과 통합 결정···“OCI그룹이 낫다”
사모펀드가 소유한 제뉴원사이언스는 매각 진행···업계 “진입 세력은 충분한 업종 공부 우선”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지난해부터 사모펀드 운용사인 글랜우드 PE를 대상으로 제약사업 매각 협상을 진행해왔던 SK케미칼이 협상을 중단했다. 이에 제약업계 진입과 경영참여 등을 추진하던 사모펀드 영향력이 감소될 지 주목된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케미칼은 제약사업을 매각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전날 공시했다. 향후 SK케미칼은 사업 포트폴리오 구조를 유지하며 제약사업 성장과 새로운 비전 창출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로 글로벌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을 확대하는 한편 주력품목 성장과 국내외 파트너 기업과 공동 마케팅 등 전략 과제를 추진할 방침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오픈이노베이션 R&D 성과를 확보하고 R&D 인프라도 구축키로 했다. 다만 지난해 제약사업 매각에 대한 MOU를 글랜우드 PE와 체결한 후 협의를 진행해 온 SK케미칼은 매각 중단 사유에 대해서는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회사 측은 “대내외 변수와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며 안정적으로 사업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하는 수준에 그쳤다. SK케미칼 관계자는 “매각 관련 내용은 경영진만 알고 직원들은 모른다”며 “공식 입장에서 추가 확인할 부분은 없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제약업계는 원인을 분석하며 SK케미칼에 관심을 표명했다. 익명을 요청한 제약업계 관계자 A씨는 “노동조합에 통보도 하지 않고 사모펀드에 매각을 추진, 제약업계 종사자 긍지를 떨어뜨렸던 회사 경영진이 공시 한 줄 발표하고 다시 제약사업을 한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SK케미칼 동향에 정통한 제약업계 관계자 B씨는 “경영진이 여러 부담 때문에 매각을 추진한 것은 이해 가지만 수개월간 진행된 상황은 아쉬움이 남는다”라며 “6000억원대로 알려진 매각 대금과 관련, 글랜우드 PE와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것이 중단 사유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제약업계 관계자 C씨는 “조만간 SK케미칼과 글랜우드 PE가 계약할 예정으로 인지하고 있었다”라며 “업계에는 매각 불발 사유가 다양하게 거론되고 있지만 현재로선 금전적 원인이 결정적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같은 SK케미칼의 사모펀드 매각 중단은 업계 차원에서는 긍정적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최근 수년간 바이오 열풍을 타고 제약사 인수를 직간접적으로 타진해온 사모펀드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제약업계 관계자 D씨는 “제약사가 재정적으로 취약한 틈을 노리고 일부 사모펀드가 인수나 경영참여 추진 움직임을 보여왔다”며 “제약업종을 모르면서 인수만 노리는 세력 진입에 대해 업계 차원 우려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이같은 측면에서 상속세 납부 목적으로 추진했던 한미약품 경영진의 사모펀드 지분 매각 추진이 무위로 돌아간 것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당초 지난해 5월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과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이 라데팡스파트너스가 조성하는 사모펀드에 한미사이언스 보유 지분 11.8%를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계약 직후 10%가 넘는 한미사이언스 지분이 사모펀드에 매각되는 점을 업계가 주목했었다.

금융권 관계자 E씨는 “라데팡스파트너스는 계약 체결 후 3-4곳과 꾸준한 논의를 했지만 여러 사정으로 유보했다가 지난해 말 OCI그룹을 한미약품에 소개해 양 그룹 통합으로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즉 예정대로라면 사모펀드가 한미사이언스 지분 11.8%를 인수할 예정이었지만 라데팡스파트너스가 소개한 OCI그룹이 대신 한미약품 오너들과 협상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업계는 사모펀드보다는 제약사업에 관심을 보여왔던 OCI그룹이 낫다는 평가를 내리는 분위기다.

하지만 향후 사모펀드의 제약사업 진출 가능성은 상존한다는 분석이다. 현재도 사모펀드가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제뉴원사이언스가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등 여러 사안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IMM로즈골드 4호 사모펀드합자회사가 현재 제뉴원사이언스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IMM로즈골드 4호 사모펀드합자회사가 운용하는 파나세아1호 유한회사와 파나세아2호 유한회사가 제뉴원사이언스 지분을 갖고 있는 방식이다.

이 업체들과 관계사로 묶여있는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가 현재 제뉴원사이언스 매각을 진행 중인데 예비입찰을 거쳐 조만간 본입찰을 추진 중인 상태로 파악된다. 즉 그동안 제뉴원사이언스를 실질적으로 경영해왔던 사모펀드에 이어 또 다른 업체들이 인수를 위해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결국 SK케미칼의 매각 중단과 한미약품의 OCI그룹 통합으로 인해 사모펀드의 제약업계 진출은 불발됐다. 하지만 다른 경로를 통해 사모펀드의 제약사 인수와 경영참여가 이어질 가능성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제약업계 관계자 C씨는 “사모펀드라고 무조건 배척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제약사 인수를 희망하는 기업이나 집단은 충분한 업종 공부가 우선이고 제약업계도 흐름에 맞춰 배타적 분위기를 바꾸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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