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인상률, 희망퇴직금 지급 조건도 악화
금융지주 "내년도 주주환원 늘리겠다"
추세 지속되면 향후 노사 갈등 가능성도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 서울 사옥 전경 / 사진=각 사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 서울 사옥 전경 / 사진=각 사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가 배당,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을 위해 투입한 돈은 늘렸지만 직원의 성과급, 임금인상률 등 임금 조건은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은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이러한 경향이 계속되면 노사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총주주환원율은 35%에 달했다. 총주주환원율은 한 해 당기순익 가운데 배당과 자사주매입 등에 투입된 금액의 비중을 말한다. 이 비율이 높으면 그만큼 주주친화적인 기업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가장 높은 주주환원율을 기록한 곳은 KB금융이다. 지난해 총주주환원율은 37.5%로 1년 전과 비교해 4.5%포인트 올랐다. 특히 KB금융은 작년 당기순익이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증가한 결과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쓴 금액(1조7830억원) 자체도 19% 급증했다. 신한금융의 총주주환원율도 같은 기간 6%포인트 오른 36%를 달성했다. 하나금융(32.7%), 우리금융(33.7%)도 각각 5.3%포인트, 7.5%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4대 금융지주의 최대 계열사인 은행의 임직원 성과급은 줄었다. KB국민은행 노사는 올해 초 성과급을 통상임금 230%에 우리사주로 지급된 액수를 합쳐 총 280%로 결정했다. 지난해 통상임금 280%에 340만원 현금, 기타 복지포인트를 제공한 것 대비 감소했다. 신한은행도 성과급 300%에 우리사주 61%를 제공했던 조건에서 올해 230%에 우리사주 51%로 줄였다. 임단협을 진행 중인 하나·우리은행도 성과급이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희망퇴직금 조건도 축소됐다. 5대 은행은 2022년 기준 희망퇴직금은 근무 기간 등에 따라 최대 35∼36개월 치 급여를 지급했지만 지난해엔 일제히 최대 31개월 치로 줄였다. 임금인상률도 2023년 산별교섭 끝에 2%로 결정됐다. 1년 전과 비교해 1%포인트 하락했다. 4대 금융지주는 임금인상률과 함께 올해 초 결정된 성과급도 지난해 재무제표에 비용으로 반영한다. 희망퇴직금도 하나금융을 제외한 나머지는 작년 기준으로 회계처리한다.  

실제로 4대 금융지주는 지난해 인건비를 크게 줄였다. KB금융의 종업원급여는 4조143억원으로 1년 전 대비 약 1400억원 감소했다. 우리금융(2조7290)은 같은 기간 1830억원 크게 줄였으며, 하나금융도 709억원 감소했다. 신한은행은 255억원 소폭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 경향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4대 금융지주는 내년에도 주주환원율을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김재환 KB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실적발표회서 "올해도 분기 배당을 하고 한 차원 높은 주주환원 계획을 실행하겠다"고 말했다. 신한·하나·우리금융도 각각 중장기 자본정책에 따라 배당과 자사주 매입 규모를 늘리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반면 직원 임금 조건은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성과급 축소와 임금인상률 하락의 원인은 은행권을 향한 ‘이자장사’ 비판인데, 올해도 비슷한 분위기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더구나 올해 은행권의 경영환경은 녹록지 않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되며, 금리 인하로 인해 수익성이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은행들의 실적이 감소하면 성과급 조건 축소는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금융지주는 그간 주주환원 규모를 크게 늘리지 못했기에 이번 조치는 당연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국내 금융지주는 글로벌 은행들과 비교해 주주환원율이 낮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지난 2020년 금융지주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주주환원율을 낮춘 바 있다. 또 지난해 금융당국이 은행권이 과도하게 이익을 추구한다고 직접적으로 비판했기에 임금 조건을 올릴 수 없었단 입장이다.

노조도 사측의 주주환원 확대에 문제 삼지 않는 분위기다. 다만 임금 조건이 계속 악화되면 사측과 갈등국면으로 접어들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노조 관계자는 “주식회사가 주주들에게 이익을 나눠주는 것은 의무이고 조합원들도 이를 인정하는 편이다”라며 “하지만 임금 조건이 계속 악화되는 동시에 주주환원율이 높아지면 조합원들의 생각은 바뀔 수 있다”라고 말했다. 

/자료=각 사,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자료=각 사,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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