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 공사비’ 내세운 건설사 수주 잇따라
“공사비 증액 문제로 갈등 빚을 수도”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최근 굵직한 대형 정비사업장에서 건설사들이 저가 수주 전략으로 시공권을 따내고 있다. 사업성이 보장되거나 상징성이 있는 지역이라면 약간의 손해를 보더라도 수주전에 뛰어드는 모양새다. 다만 업계에선 무리한 저가 수주가 향후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이앤씨는 서울 동작구 노량진1구역의 시공사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건설사 중 유일하게 입찰보증금 500억원을 냈기 때문이다. 시공사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선 입찰마감일(15일) 전날까지 입찰보증금을 내야 한다. 포스코이앤씨 한 곳만 참여할 경우 경쟁입찰이 성사되지 않아 입찰은 유찰된다. 2회 이상 유찰될 경우 조합은 수의계약을 진행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1차 시공사 선정 입찰이 건설사 참여 없이 유찰된 만큼 포스코이앤씨와 계약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노량진1구역은 조합이 제시한 공사비가 낮아 건설사들이 참여를 주저하던 곳이다. 조합은 3.3㎡당 공사비를 730만원으로 책정했다. 하지만 건설업계에선 서울 정비사업 적정 공사비로 800만~900만원으로 보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오래전부터 노량진1구역에 관심을 가져왔지만 조합이 제시한 공사비론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며 “공사비가 급등한 상황에서 700만원대 공사비론 마진을 남기기 어렵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포스코이앤씨가 노량진1구역의 사업성과 상징성에 주목했다는 평가다. 노량진1구역은 노량진뉴타운 내에서 대장주로 평가된다. 이곳은 2992가구로 노량진뉴타운 내에서 규모가 가장 크고 중심부에 위치해 랜드마크 단지로 꼽힌다. 포스코이앤씨가 수주에 성공할 경우 노량진3구역과 함께 브랜드타운도 기대해 볼 수 있다. 또한 조합원 수가 1015명으로 일반분양 물량이 1000가구에 달해 사업성이 높단 평가를 받는다.

포스코이앤씨는 부산 시민공원주변 촉진2-1구역에서도 저가 수주 전략으로 시공권을 따냈다. 경쟁사인 삼성물산은 3.3㎡ 공사비로 969만원(1조3559억원)을 제시한 반면 포스코이앤씨는 891만원(1조3274억원)으로 입찰에 나섰다. 촉진2-1구역 조합은 당초 GS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했지만 공사비 증액에 대한 이견이 발생하면서 지난해 6월 계약을 해지했다. GS건설이 요청한 3.3㎡당 공사비는 987만원 수준이다. 이곳은 지상 69층 높이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 1902가구와 오피스텔 99실 등을 짓는 사업이다. 공사비만 1조원이 넘어 부산 재개발 최대어로 꼽힌다.

또한 포스코이앤씨는 지난해 말 경기 안산 재건축 단지 안산주공6단지에서 3.3㎡당 공사비 578만원을 써내 대우건설(612만원)을 누르고 시공사로 선정됐다. 당시 대우건설은 대물변제는 물론 이주비로 5억원 지원을 내거는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면서 눈길을 끌었지만 조합원들은 더 저렴한 공사비를 제시한 쪽을 택했다. GS건설 또한 지난해 11월 4732억원 규모의 서울 송파구 가락프라자 재건축에서 경쟁사보다 10% 가량 저렴한 공사비를 제시해 수주를 따냈다. 당시 3.3㎡당 공사비는 718만원으로 조합이 제시한 780만원보다 낮았다.

업계에선 무리한 저가 수주로 인해 향후 후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사비를 낮춘 전략으로 당장 일감을 확보할 수 있지만 원자잿값이 계속 오르면 결국 공사비 인상이 불가피하고 조합과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건설 경기가 풀리면 문제가 없겠지만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사업장이 많은 만큼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고금리와 부동산 자금시장 경색, 미분양 적체 등 주택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건설 경기가 풀리면 문제가 없겠지만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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