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형 그대론데 내실 못 챙겨
주택시장 위축에 사업영역 다양한 대형사보다 실적부담 커지는 구조

주요 중견건설사의 지난해 영업이익 감소수준 비교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주요 중견건설사의 지난해 영업이익 감소수준 비교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다수 건설사가 지난해 실적을 내놓는 가운데 중견건설사의 실적 부침이 두드러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견건설사들의 주 무대인 비수도권에서 미분양이 늘고있는 데다 원가율 상승 압박까지 더해진 영향이다. 이들은 매출 증가로 외형을 키우거나 직전 해와 비슷한 규모를 지키고 있지만 영업이익을 보면 내실을 챙기는 데에는 실패했다는 공통점을 보인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신공영은 2023년 매출이 직전년도 대비 7% 증가한 1조3067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포항 한신더휴 펜타시티, 아산 한신더휴 등 2개 자체 사업장의 공사가 진행된 영향이다. 다만 영업이익은 394억원 대비 69%나 급감한 120억원에 그쳤다.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엇비슷한 금호건설이나 동부건설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금호건설의 지난해 매출액은 2조 2176억원으로 전년대비 8%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18억으로 61% 감소했다. 동부건설의 매출액도 1조9000억원으로 30%나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302억원으로 27% 줄었다.

중견사들의 영업익 급감은 부동산 시장 침체와 관련이 깊다. 중견사는 사회간접자본(SOC)과 주택 사업의 매출이 절대적이어서 공사 발주가 줄어들면 실적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특히 주택경기 중 지방 분양시장 분위기를 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일례로 금호건설의 경우 지난 수년간 매출에서 주택·개발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9년 26.0%에서 2020년 35.5%, 2021년 45.8%, 2022년 49.8% 등으로 꾸준히 증가했는데, 영업이익은 주택사업 비중 증가와는 반비례하며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2022년 하반기 이후 프로젝트는 미분양이 유난히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해외수주, 정비사업, 신재생 등 사업 영역이 상대적으로 다양한 대형 건설사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다. 뿐만 아니라 주택경기 양극화로 인해 주로 분양하는 서울 및 수도권 지역의 분양 성적도 여전히 뜨겁다. 덕분에 일부 대형건설사는 영업이익이 되레 증가하기도 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경우 지난해 매출 19조3100억원, 영업이익은 1조340억원을 기록하며 각각 전년 대비 32.3%, 18.2% 증가한 실적을 내놓았다. 연간 영업이익 1조원 돌파는 사상 최대 실적이기도 하다. 이는 카타르 태양광, 네옴 터널 등 해외 주요 프로젝트가 본격화한 영향이다.

현대건설도 지난해 자회사 연결 기준 매출 29조6514억원, 영업이익 7854억원의 실적을 냈다. 직전해에 비해 매출은 39.6%, 영업이익은 36.6% 늘어난 수준이다. 이 회사 역시 샤힌 프로젝트와 사우디 자푸라 가스전 1단계, 사우디 네옴 러닝터널, 이라크 바스라 정유공장, 폴란드 올레핀 확장공사 등 해외 대형 현장의 공정이 본격화된 것이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됐다.

건설업계에서는 불확실한 부동산 시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견사들이 올해도 가시적인 실적 반등을 꾀하긴 어려울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국내 주택 매매 수요가 위축돼 지방의 청약 시장이 지지부진한 상태가 계속될 것이 전망돼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시장 침체와 PF 사태 여파, 원가율 상승으로 건설사들의 경영 환경과 수익성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며 “일부 지방 사업장은 원가율이 100%를 웃돌고 있어 단기간에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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