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호·넥센, 작년 실적 호조 힘입어 R&D 강화
모터스포츠 노하우·신기술 접목해 기술력 제고 박차

국내 타이어 3사의 영업실적 대비 R&D 지출 추이.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국내 타이어 3사의 영업실적 대비 R&D 지출 추이.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국내 타이어 업체 3곳이 올해 대내외 각종 호재에 힘입어 기술력 강화를 통한 경쟁력 차별화에 박차를 가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는 지난해 각 사 최고 수준의 이윤을 창출해 실탄을 확보한데 이어 올해 미국 반덤핑 관세율 하락 등 우호적 여건을 확보했다.

지난해 이들 3사의 연결 기준 잠정 영업이익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 1조3279억원, 금호타이어 3883억원, 넥센타이어 1867억원으로 총 1조9029억원에 달한다. 3사의 합산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은 것은 2016년 이후 7년 만이다. 

올해 실적 전망도 밝다. 전기차 시장이 주춤하지만 전체 신차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차 한국타이어 지난해 최고 기록의 결정적 요인이었던 원자재값이 같은 해 4분기 이후 올해 점차 증가하겠지만 연간으로 볼 때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전기차 대안으로 하이브리드차가 새롭게 부상한 점도 타이어 업체들에게 R&D 동기를 부여하는 요소다. 통항 하이브리드차는 내연기관차에 전기모터, 회생제동 시스템 등을 추가 장착하기 때문에 더 무겁다. 또한 전기 주행 모드를 지원하기 때문에 개선된 소음 차단 능력이 필요하다. 하이브리드차용 타이어는 내연기관차용 타이어보다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지고, 수익성 측면에서도 낫다는 평가다.

3사의 주요 시장인 미국이 지난 2021년부터 한국산 타이어에 매겨온 20% 안팎의 반덤핑 관세율을 크게 낮춘 점도 반가운 소식이다. 최근 미국 상무부가 현지 판매되는 한국산 타이어의 제조사별 관세율을 한국타이어 6.3%, 금호타이어 5.4%, 넥센타이어 4.3%로 대폭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각 사는 최고 1000억원의 관세를 환급받을 뿐 아니라 향후 미국 판매의 수익성이 강화할 전망이다.

각종 호재를 만난 3사는 일제히 올해 예상 매출액을 전년 대비 높게 잡고 국내외 생산 확대, 시장별 제품 구성 최적화 등을 통한 수익성 강화에 힘쓴다는 방침이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연구원들이 연구시설 한국테크노돔에서 타이어 소음을 측정하고 있다. / 사진=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연구원들이 연구시설 한국테크노돔에서 타이어 소음을 측정하고 있다. / 사진=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작년 호실적에 R&D 탄력···한국, 개발체계 고도화에 힘쓰는 중

연구개발(R&D) 확대도 올해 3사의 주요 관심사다. 전기차용, 18인치 이상 고(高)인치 등 고부가 타이어 제품을 순조롭게 보급하는 가운데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기술력 강화에 눈 돌리고 있다. 3사는 지난 코로나19 시국 속 납품, 재무구조 등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데 힘쓰느라 R&D를 제한적으로 전개해왔다. 다만 엔데믹 이후 실적을 크게 늘리며 R&D 강화의 추진력을 얻었다.

한국타이어는 모터스포츠 대회에 참가·후원하며 얻은 데이터를 R&D에 활용할 계획이다. 지난해부터 전기차 레이싱 대회 포뮬러-E에 독점 공급하는 레이싱 머신 전용 아이온(iON)이 주요 사례다. 한국타이어는 그간 모터스포츠 대회를 통해 축적해 온 기술력을 활용해 전기차 전용 타이어 아이온의 레이싱 전용 제품을 개발했다. 이를 장착한 레이싱 머신이 자웅을 겨루는 포뮬러-E는 차질없이 운영되며 한국타이어에 또 다른 기술 데이터를 공급하는 선순환을 일으키고 있다.

이 뿐 아니라 한국타이어는 아이온 제품에 적용한 핵심 기술로 체계를 정립하고 이를 구성하는 세부 요소를 각각 발전시키는 방식으로 R&D 효율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R&D 기능을 유지·강화하기 위해 조직 관리에 힘쓸 예정이다. 한국타이어는 전체 임직원 수 대비 연구원 비중 5.1%를 수년째 지키고 있다. 5%에 못 미치는 나머지 두 기업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전기차용, 고성능 타이어에 관한 선도적 기술력을 확보하도록 연구개발에 지속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용인시에 위치한 금호타이어 중앙연구소. / 사진=금호타이어
경기 용인시에 위치한 금호타이어 중앙연구소. / 사진=금호타이어

◇금호·넥센, 신기술로 R&D 효율 강화

금호타이어와 넥센타이어는 각종 신기술을 R&D 과정에 접목해 효율, 성과 확대를 추진하는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가상 개발(디지털 트윈), 센서,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해 R&D 기간을 단축시키고 관련 데이터를 적극 확보해나갈 계획이다. 현재 타이어를 가상 설계한 후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해 시뮬레이션 과정을 거쳐 시험, 평가한 후 실제 제품으로 제작하고 있다.

또 타이어에 장착한 센서 모듈, 무선 통신기를 통해 차량 운행 데이터를 확보한 후 시장 요구사항을 반영한 제품 개발에 활용 중이다. 연구소 출신인 정일택 사장이 올해 R&D에 더욱 힘 실을 계획이다. 그간 직접 관련 회의를 주재하는 등 R&D에 적극 공들여온 정 사장은 올해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을 최근 5년간 가장 높았던 4.3%(2020년)보다 더 높일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AI, 빅데이터를 활용한 디지털 트윈시스템으로 제품 개발 프로세스 효율성 증대와 혁신을 도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넥센타이어 연구원이 VR 장비를 활용해 가상 개발한 타이어 제품의 디자인 품평을 진행하고 있다. / 사진=넥센타이어
넥센타이어 연구원이 VR 장비를 활용해 가상 개발한 타이어 제품의 디자인 품평을 진행하고 있다. / 사진=넥센타이어

넥센타이어는 지난 2022년 하반기 효율 제고를 위해 재편한 단일 R&D 조직인 중앙연구소를 중심으로 세부 분야별 R&D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올해 전기차 타이어 판매 비중 목표를 작년 8%에서 2%P 상승한 10%로 설정하고 라인업 확대에 힘쓴다는 방침이다. 이 뿐 아니라 가상현실(VR), AI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연구개발 역량을 향상시켜 기술력 확보하는데 힘쓸 방침이다. 지난해에는 VR 헤드셋을 활용해 콘셉트 제품의 디자인을 품평하는 시스템을 구축했고, AI 기술을 접목한 타이어 소음 예측 시스템을 도입해 성능 강화를 추진했다.

넥센타이어 관계자는 “VR, AI 기술을 활용해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며 시장 경쟁력을 한층 높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타이어업계 관계자는 “타이어 시장 경쟁의 핵심은 결국 기술력 싸움”이라며 “R&D가 영업실적과 브랜드 이미지를 모두 개선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기업간 R&D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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