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커 칼슨 전 폭스뉴스 앵커와 인터뷰
"트럼프와는 좋은 관계·시진핑은 친구"

 

터커 칼슨 전 폭스뉴스 앵커(왼쪽)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8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 타스 연합뉴스
터커 칼슨 전 폭스뉴스 앵커(왼쪽)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8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 타스 연합뉴스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년 가까이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조만간(sooner or later) 합의에 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미국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공급 중단을 요구했다.

푸틴 대통령은 9일(한국시간) 영상이 공개된 터커 칼슨 전 폭스뉴스 앵커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협상을 결코 거부하지 않았다"며 "협상의 조건으로 미국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공급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이 지난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로 서방 언론인과 단독 인터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미국에 "러시아와 협상해서 합의하는 것이 낫지 않은가"라며 러시아가 자국의 이익을 위해 "끝까지 싸울 것임을 미국도 알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신들은 우크라이나 지도부에 싸움을 멈추고 협상에 나서라고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국의 전쟁은 러시아가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시작돼 2년 가까이 이어졌다.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는 체포영장이 발부되기도 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외교 채널을 통해 미국에게 우크라이나 무기 공급을 중단할 것을 협상의 전제 조건 차원에서 요구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가 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도 주장했다.

또 그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미국에서 대통령이 바뀌는 것만으로 러시아를 향한 미국의 태도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푸틴 대통령은 관련 질문에 "다른 지도자가 오면 무엇인가를 바꿀지를 물었는가. 그것은 지도자의 성격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엘리트 사고방식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좋은 개인적 관계였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 있을 때도 비슷한 관계였다고 덧붙였다.

푸틴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화한 것인 언제냐는 칼슨의 질문에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시작 전에 마지막으로 대화했지만 정확하게 기억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 밖에 푸틴 대통령은 "서방은 강력한 러시아보다 강력한 중국을 더 두려워한다"면서 "왜냐하면 러시아에는 1억5000만명의 사람이 있고 중국은 인구가 15억명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국 경제는 1년에 5%씩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고 그 근거를 제시했다. 푸틴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동료이자 친구'라 불렀다.

칼슨은 '트럼프의 입', '트럼프의 비선(shadow) 외교관'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해당 인터뷰는 그의 개인 사이트를 통해 공개됐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후 서방 언론과 최초로 인터뷰에 응하면서 미국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에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칼슨 전 앵커와 인터뷰에 대해 "친미국적 매체지만 다른 서구 미디어와 달리 균형감을 유지한다"며 인터뷰 수락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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