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규제 완화 영향

수도권의 한 리모델링 추진 단지 모형도.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본문의 내용과는 관계없음. / 사진=시사저널e DB
수도권의 한 리모델링 추진 단지 모형도.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본문의 내용과는 관계없음. / 사진=시사저널e DB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정비사업에서 재건축·재개발과 함께 한 축을 담당했던 리모델링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정부가 재건축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리모델링을 추진하던 단지들이 재건축으로 선회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목련마을 2단지 대우선경아파트(목련2단지)는 최근 재건축 추진위원회를 발족했다. 이 단지는 지난 2022년 안양시에서 리모델링 허가를 최초로 받았지만 노후계획도시 특별법 등으로 재건축의 사업성이 좋아지자 효율적인 정비사업을 위해 재건축으로의 선회를 택한 것이다.

서울 강남구에서도 한 단지 내에서 리모델링과 재건축 주장하는 이들 간 갈등 격화되고 있다. 서울 개포동 대치2단지는 오는 4월 리모델링 조합 해산총회를 앞두고 있는 것이다. 조합설립 후 십 수년이 지나는 동안 시공사와 계약 해지 및 소송전이 진행되며 사업은 공회전하고 있다. 그 사이 아파트는 노후하고 재건축만 규제가 완화되며 리모델링 조합 해산을 요구하는 소유주들이 늘어난 영향이다.

서울 성동구 응봉 대림1차도 2007년 리모델링 조합설립인가를 받았지만 사업이 뜻대로 진행되지 않자 추가로 재건축 추진위원회를 구성한 단지 중 하나다. 이에 응봉 대림1차 주민들도 최근 리모델링 조합 해산을 요청했다.

실제 재건축 문턱은 낮아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와 함께 분양가 상한제 폐지(서울 강남3구 및 용산구 제외),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완화 등을 시행했다. 지난달에는 1·10 부동산 대책 발표를 통해 안전진단을 거치지 않고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는 재건축 패스트트랙도 도입했다. 또한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을 통해 1기 신도시를 포함한 노후계획도시 대상을 전국 108곳으로 확대하고, 이 지역 허용 용적률을 법적 상한의 1.5배까지 늘리며 재건축 사업성을 높였다.

이처럼 재건축 등에 초점을 맞춘 정책에 기존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일부 지자체의 경우 리모델링 규제를 더욱 옥죄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시는 1층을 필로티로 설계하고 1개층을 올려 리모델링을 하는 방식을 수직증축으로 판단하기로 했다. 이전에는 수평증축만 허가받아도 해당 방식을 추진할 수 있었는데 앞으로는 수직증축에 따른 2차 안전진단을 추가로 거쳐야 해 사업 추진 기간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주민들의 안전진단 비용 부담까지 증가하게 된 셈이다. 형평성에 어긋나고 재건축과 리모델링 사이에 갈등이 지속되면 사업이 미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리모델링 조합 해산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리모델링 단지가 모두 재건축에 성공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것도 아니어서 재건축을 검토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사업 방식을 바꾸는 게 어려울 수도 있다. 역세권이 아닌 단지나 통합재건축이 쉽지 않은 곳들은 용적률을 높이는데 한계가 있을 수 있어서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주택공급을 늘리는 차원에서는 리모델링 관련 정책을 보완하고 재건축과 연계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이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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