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음모론, 2차 가해·극한 대립 심화 우려
당국 철저한 조사 필요, 정쟁화 움직임 지양해야
유튜브 관리 강화, 허위정보 제제 법안 속도내야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나와 100% 똑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주변 이웃, 더 나아가 대한민국 국민 전체 머릿속이 제각각이기에 우리 사회는 필연적으로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개개인의 다른 생각을 존중한다. 이념적으로 격하게 충돌하더라도 선을 넘지 않는 수준에서 자유가 인정된다. 넘지 말아야 할 선은 바로 폭력이다. 

여야 정치인들이 백주대낮에 잇따라 피습당하면서 5000만 생각들이 살아 숨 쉬는 민주주의가 흔들리고 있다. 연초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둘러보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 남성에게 흉기 습격을 받아 목 부위를 크게 다친데 이어 지난달 하순엔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 모처에서 개인일정을 소화하던 중 10대 남성으로부터 10여차례 이상 머리를 무차별 가격 당했다. 

정치인을 겨냥한 테러는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위다. 나와 다른 생각을 폭력적 방법으로 억압하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특히,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 피습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자칫 진영간 대립이 더욱 극렬해지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다름을 인정하는 민주주의 본질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정당의 존재 이유는 국민 선택을 받아 정권을 잡는 것이지만 그 수단은 좋은 정책이어야 한다. 상대 진영을 악마화해 증오를 부추기는 방식이 표를 얻는 데 도움 된다고 방관한다면, 그 결과는 민주주의의 사망으로 이어질 것이다. 

유대인에 대한 증오로 정권을 잡은 히틀러와 지주, 유산가를 먹잇감 삼아 절대 권력을 구축한 20세기 공산주의 정권 등 전체주의 사회로 이어진 사례를 돌아봐야 한다.

특히, 이 대표와 배 의원 피습 이후 제기된 가짜뉴스와 음모론은 우리 사회의 극단화를 부추길 수 있단 점에서 더욱 경계해야 한다. 경찰 조사 결과 두 사람을 노린 범죄가 확인됐음에도 유튜브 등 일부 온라인에선 진영논리에 따른 근거 없는 얘기들이 퍼지며 사안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배 의원 피습을 두고 쇼 아니냔 비아냥이 나오는가 하면, 이 대표를 두곤 칼이 아닌 나무젓가락에 맞았단 주장과 근거라면서 제시한 사진이 걷잡을 수 없이 유포되기도 했다. 2차 가해이자 보복성 추가 테러를 부추기는 범죄행위이다. 당국은 국민 상식을 갉아먹는 악성 루머 유포자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사회 분열을 부추기는 허위정보를 제도적으로 막을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현행법상 정치인 피습에 대한 각종 가짜뉴스를 처벌하긴 쉽지 않다. 유튜브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 대상으로 포함하고 국회에 계류된 허위정보 규제 법안 처리에도 속도를 내길 바란다.

정치권은 피습을 두고 자극적 공방을 지양해야 한다. 특히, 테러를 두고 총선에 미칠 유불리를 셈하는 분위기도 있는데 바람직하지 않다. 사건 진상은 수사 당국에 맡기고 우리사회를 극단화하는 행보는 자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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