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억원 이하 주택 대상…금리 1~3%·최대 5억원
서울 아파트, 급매물 중심으로 거래량 회복세
중저가 아파트가 몰린 외곽 지역 거래 탄력 예상
“수요 한정적…지난해 반등 재현은 어려울 것”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부동산 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노도강’(노원·도봉·강북)과 ‘금관구’(금천·관악·구로)가 신생아 특례대출 수혜지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출 신청 대상인 9억원 이하 주택이 몰려 있어 꽁꽁 얼어붙은 거래 시장에 숨통이 트일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다만 수혜를 입는 가구가 한정적인 만큼 지난해 특례보금자리론처럼 반등을 촉진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예약건수는 현재까지 1846건으로 지난해 11월(1843건), 12월(1825건) 수준에 근접했다. 주택은 매매계약 이후 30일 이내 신고해야 한다. 아직 신고하지 않은 물량이 남아 있는 만큼 2000건은 물론 3000건을 넘어설 수 있다. 업계에선 지난해 12월 신생아 특례대출이 출시한 이후 급매물 중심으로 거래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금리 1%대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어서 출시 전부터 신혼부부들에게 관심을 받았다. 지원 대상은 대출 신청일 기준 2년 안에 출산한 무주택 세대주(대환 대출은 1주택)로서, 부부합산 연소득이 1억3000만원 이하, 순자산이 4억6900만원 이하여야 한다. 주택 가액 요건은 9억원 이하, 전용면적 요건은 85㎡ 이하다. 요건에 맞으면 정부는 주택도시기금을 통해 최대 5억원까지 연 1.6∼3.3% 금리로 대출을 지원한다. 고금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보기 힘든 저금리 상품이다보니 첫날부터 신청자가 몰려 신청 사이트 접속 대기 시간이 1시간 이상 걸리기도 했다.

/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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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선 9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가 몰린 서울 외곽 지역 거래량이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에서 9억원 이하, 전용 85㎡ 이하 주택 비중은 37%이다. 신생아 특례대출을 받을 수 있는 대단지 아파트는 이른바 ‘노도강’(노원·도봉·강북)과 ‘금관구(금천·관악·구로)에 위치해 있다.

지역별로 서울 아파트 평균 아파트 가격을 살펴보면 지난해 말 기준 도봉구(6억2694만원)가 가장 낮은 가격을 기록했다. 이어 ▲금천구(6억9300만원) ▲강북구(7억811만원) ▲노원구(7억2209만원) ▲중랑구(7억3008만원) ▲구로구(7억9332만원) ▲관악구(8억1515만원) 순으로 가격이 낮았다. 대부분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과 특례보금자리론 등의 대출 종료로 작년 4분기 거래가 위축되면서 매매가 하락폭이 컸던 지역이다.

신생아 특례대출로 인해 지난해 특례보금자리론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지난해 1월 30일 특례보금자리론 출시 이후 지난해 2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457건으로. 1월 1413건보다 1044건 증가했다. 이후 줄곧 거래량이 늘어 지난해 8월 3899건까지 늘었다. 일반형(6억~9억원) 특례보금자리론 종료 후인 지난해 10월부턴 매수 수요가 둔화돼 1000건대로 쪼그라들었다. 매매량 증가는 아파트값 상승세로 이어졌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월간 매매가격지수는 지난해 5월 0.01% 반등한 뒤 11월까지 상승세를 이어갔다.

다만 수혜를 입는 가구가 한정적인 만큼 특례보금자리론 보다 파급효과가 떨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신생아 특례대출 신청 60%가 기존 주택 구입자금 대출을 낮은 금리로 갈아타려는 대환 수요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매수 수요보다 이자 부담을 줄이려는 1주택자들이 더 많이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신규 주택 구입 용도는 20%에 그쳤다. 지난해 특례보금자리론 신청 당시 신규 주택 구입 용도 비중이 65%가 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셈이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수요가 한정적이고 금액적인 부분도 범위가 좁아 지난해처럼 반등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며 “이번 대출은 집값 상승 보단 하락을 막는 방패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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