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RA 해외우려 기업 세부 지침에 中기업들 미국 공급 막히자 ‘반사이익’ 기대
미국에 전해액 생산 시설 있는 국내기업 주가 급등···中비중 높은 천보는 ‘우하향’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최근 국내 증시에서 엔켐과 솔브레인홀딩스, 동화기업, 이수스페셜티케미컬 등 2차전지 전해액 생산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새로운 2차전지 투자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2차전지는 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 등 4개의 소재로 구성되고 리튬이온이 양극재와 음극재 사이를 전해액을 매개로 오가면서 충전과 방전이 되는 구조다.

그동안 국내 증시에서는 양극재를 생산하는 에코프로비엠이나 포스코퓨처엠 등이 2차전지 시장을 주도했다.

하지만 새해 들어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내 해외우려기업(FEOC) 세부지침을 통해 중국 기업들이 미국 내 생산하는 전기차에 납품하지 못하도록 사실상 막으면서 반사이익이 기대되는 국내 전해액 기업들에 투자자들이 몰려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 양극재株 이어 전해액株 뜬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엔켐, 솔브레인홀딩스, 동화기업 등 전해액 기업들의 주가는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엔켐은 이날 장중 21만6000원에 거래되며 지난 2021년 11월 코스닥에 상장한 이후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날 엔켐이 기록한 최고가는 상장 당시 공모가 4만2000원 대비 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올해 들어 엔켐의 신고가 갱신은 이어지고 있다. 엔켐의 지난해말 주가는 7만9500원이었고 시가총액은 1조3593억원으로 코스닥 시가총액순위 39위에 해당했다. 하지만 어느덧 엔켐의 시가총액은 3조원을 훌쩍 넘어섰고 코스닥 시가총액순위도 7위로 올라섰다.

솔브레인홀딩스 주가도 전날 장중 5만5000원에 거래되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솔브레인홀딩스는 반도체 소재회사 솔브레인의 지주사로 유명하지만 전해액 사업도 하고 있다. 특히 해외사업장은 솔브레인이 아니라 솔브레인홀딩스가 가지고 있고 100%자회사인 솔브레인MI를 통해 미국에서 전해액 사업도 영위하고 있다.

동화기업 주가 역시 이날 장중 8만4400원에 거래되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동화기업은 목재산업으로 유명하지만 미래를 위해 2009년 동화일렉트로라이트를 설립하며 전해액 사업에 뛰어들었다. 동화기업은 자회사 동화일렉트로라이트 지분 72.93%를 가지고 있고 전해액이 고체화된 전해질도 개발하고 있다.

이수스페셜티케미컬 주가 역시 최근 급등하고 있다. 이날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은 장중 26만6000원에 거래됐는데 최근 3개월 기준 최고가다.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은 지난해 5월 이수화학이 전고체 전지·소재 사업 부문을 인적분할해 출범했다. 고체 전해질의 원료인 황화리튬(Li2S)을 생산·판매한다.

최근 전해액 관련 국내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하고 있는 배경으로는 미국이 새해 들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해외우려기업(FEOC) 세부 지침 발표가 꼽힌다. FEOC는 중국과 러시아, 북한, 이란 등이 소유하거나 관할하는 외국 법인이 제조, 조립한 배터리 부품을 포함한 전기차에 대해 IRA 세액공제 혜택을 제한하는 내용을 핵심 사항으로 담고 있다. 전해액은 중국 기업들이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는데 사실상 미국 내 전기차 생산시설에 대한 납품이 막히게 됐다는 분석이다.

◇ 미국 매출 발생 가능성이 핵심···천보는 ‘우하향’

모든 전해액 기업들의 주가가 상승세인 것은 아니다. 투자자들은 미국 내 생산시설이 있거나 증설이 추진되고 있는 전해액 기업들을 선별해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전해액은 폭발 위험성이 높아 캐니스터라는 특수 회수용기를 사용한다. 용기 무게로 인해 운송비가 많이 들어가기에 배터리 기업 인근에 공장 설비가 필요하다. 유통기한 역시 6개월 미만으로 짧은 편이다.

북미지역에서 전해액 생산시설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리튬염에는 유독물질인 불소가 들어가 인허가 문제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신규 허가보다 증설이 쉽기에 기존에 생산 허가를 받은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공급을 늘리기에 유리하다.

엔켐과 솔브레인홀딩스, 동화기업은 모두 미국 현지에 생산시설을 확보한 기업들이다.

엔켐은 지난 2019년 현지 법인 ‘엔켐아메리카’를 설립하며 미국 진출에 일찍 나섰고 2020년 조지아에 소재한 토요타 공장부지를 매입해 2022년 1공장을 준공했다. 엔켐은 올해 말까지 조지아 공장을 연간 10만톤(t) 규모로 증설하고 내년 말까지 총 20만톤 규모로 확대할 예정이다.

솔브레인홀딩스 역시 지난 2010년 미국에 솔브레인MI를 설립했고 지난 2011년 6월 미국 미시간주 노스빌에 전해액 공장을 준공했다. 솔브레인MI는 2022년 12월 미국 인디애나주에 7500만 달러(약 980억원)를 투자해 리튬이온 배터리용 고순도 전해액 생산기지를 추가로 건설 중이다. 솔브레인MI 신공장에서 생산된 전해액은 인디애나주 코코모시에 건설되고 있는 삼성SDI와 스텔란티스의 합작법인 ‘스타플러스에너지’ 배터리 공장에 공급될 예정이다.

동화기업 역시 자회사인 동화일렉트로라이트가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연산 8만톤 규모의 전해액 공장을 짓기로 결정했다. 테네시주는 SK온과 포드의 배터리 생산 합작법인인 ‘블루오벌SK’의 배터리 공장이 있다. 동화일렉트로라이트는 이미 헝가리와 국내에 전해액 공장을 가지고 있는데 테네시 공장 완공 이후 국내·외 연간 총 생산량은 15만톤에 달할 전망이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이들과 달리 천보 주가는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천보는 지난해 4분기에 매출 390억원, 영업손실 7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반토막 났고 적자로 전환했다.

천보는 전체 2차전지 소재 매출에서 중국시장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달할 정도로 높다. 중국에서 단가인하 경쟁이 펼쳐지자 천보의 수익성도 악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IRA FEOC 세부 조항에 따르면 자동차 제조사는 핵심광물 추적을 위한 시스템을 2026년까지 구축해야 하는데 그때까지 원산지 추적이 어렵고 배터리셀 제조원가 비중이 2% 미만인 특정 광물에 대해서는 FEOC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됐다”며 “천보가 주력하는 전해질이 이에 해당될 가능성이 존재하는데 당장 탈중국화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은 아닐 수 있어 IRA FEOC 수혜 시점이 2026년 이후로 지연될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