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합 후 대한항공 부채율 200→306.7% 급증 전망
후속작업 등에 자금 필요···대한항공 “조달계획 수립”

서울 강서구 외발산동 소재 대한항공 본사. / 사진 = 대한항공
서울 강서구 외발산동 소재 대한항공 본사. / 사진 = 대한항공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대한항공이 경영난으로 부채를 급격히 불린 아시아나항공을 결합하기 앞서 선제적으로 자금을 확보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이달 중순 4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추진 중이다.

이번 회사채에 국내 대부분 증권사들이 주관사나 인수단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이 지난해 10월 개선된 경영 여건과 능력을 인정받아 신용등급을 ‘A-/안정적’으로 높이며 상환 가능성을 높였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대한항공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6.8%나 감소한 1조7901억원을 기록했지만 “화물운송단가 정상화 등 업황 개선에 따른 실적으로, 여객 수익 창출 능력은 증명됐다”는 평가를 받은 점도 대한항공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은 요인으로 분석된다. 대한항공은 앞서 신용등급 상향 조정 후 한 달 만인 지난해 11월 채무상환 목적의 25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하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표=정승아 디자이너
표=정승아 디자이너

◇결합 후 대한항공 부채율 악화 예상···자금조달에 불리

대한항공이 최근 3개월여만에 수천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추진하는 것은, 향후 수년 내 기간 중 현재 자금 조달이 가장 쉽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대한항공은 연내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절차를 마무리하고 경영 정상화에 즉각 착수할 계획이다. 결합 이후 대한항공에 주어질 현안 중 하나가 지난해 3분기말 기준 현재 2100%를 넘는 아시아나항공 부채비율 해소다. 같은 시점 대한항공 부채율은 198.7%로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추후 아시아나항공 결합이 이뤄지면 회계법상 대한항공 연결 재무제표에 아시아나항공 부채가 반영돼 지금보다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양사 재무제표를 바탕으로 기업결합 후 대한항공의 연결 기준 부채율을 계산하면 306.7%로 급격히 악화다.

종속회사(아시아나항공)의 자본, 부채는 지배회사(대한항공) 연결 재무제표의 동일 항목에 단순 합산돼 기재된다. 결합 후 대한항공 재무구조 악화가 예상되기 때문에, 증권업계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불발되더라도 재무구조 개선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에 손해 볼 것 없다”는 말도 나온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 사진=연합뉴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 사진=연합뉴스

◇기업 결합 후 LCC 통합·신사업 등에 대규모 자금 필요

합병 후 자금 조달이 지금보다 어려워지면 기업결합을 비롯해 현재 대한항공이 추진하는 각종 사업계획도 더욱 고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결합에 필요한 지분 인수 비용(1조5000억원) 뿐 아니라 결합 후 경영 정상화까지 2조원 가량 투입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아시아나항공이 현재 피고로서 임하고 있는 각종 소송에서 모두 패소했을 때 원고에 지급해야 할 소송가액 2375억원이 우발부채로 잡힌 점도 부담을 가중시킨다.

대한항공이 가진 채무와 향후 전개할 사업에 관한 자금 소요도 크다. 이날 기준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대한항공 회사채의 규모도 1조3000억여원에 달한다. 또한 대한항공은 오는 2027년 말 투자 종료를 목표로 확충하고 있는 인천 운북지구 엔진정비공장 설립 계획에 당초(3346억원)보다 많은 578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이어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양사 저비용항공사(LCC)를 통합시키고 인천공항 제2터미널 고객 라운지 증설(662억원), 친환경 항공기 도입, UAM 서비스 개시 등 현재 추진 중인 작업에 많은 자금을 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대한항공이 결합 후 영업 실적을 개선해나갈 수 있음을 입증하고 시장 신뢰를 얻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신용등급과 수익창출능력을 외부로부터 인정받는 지금이 자금 조달의 최적 시점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신용평가는 “기업 결합 후 대한항공 차입금 증가가 예상되지만 재무여력, 현금창출력을 바탕으로 팬데믹 이전보다는 개선된 재무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항공운송수요 침체, 경쟁 심화, 외부변수 악화, 아시아나항공 통합(결합) 비용 상승 등으로 인해 이익창출력 및 재무안정성이 약화하면 (대한항공의)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한항공은 기업공시 사항에 해당하는 자금 조달 계획에 대해 공시 전 구체적인 언급을 삼가는 한편, 기업결합 완수에 대한 의지를 강조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자금 조달 계획은 있으나 규모, 조건, 목적은 현재 확정된 바가 없다”며 “기업결합에 관해서는 추후 EC(유럽위원회)의 조건부 승인을 받으면 미국 경쟁당국 심사에서 더욱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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