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보정심 열어 확정, 2035년까지 의사 1만명 확충···의협 총파업 선언, 협의체는 파행

복지부, 총파업 시 업무개시명령 등 강경 대응 전망···의료계 총파업 주도 세력은 전공의 예상  

국민 여론 주목, 작년 89.3%가 정원 확대 찬성···파업 주도 세력 처벌 여부도 관심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당초 정부가 예고했던 대로 의과대학 정원이 2000명 확대됐다. 이에 당장 내년 의대 입학 총정원이 5058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반발한 의료계가 총파업을 선언한 상황에서 현재로선 설 연휴 이후 총파업이 개시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6일 보건복지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2025학년도 입시 의대 입학 정원 확대 규모를 확정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내년 대학입시의 의대 입학 정원을 현재보다 2000명 늘리기로 했다. 의대 정원은 지난 2006년 3058명이 된 이후 그동안 동결 상태가 지속됐다. 2025학년도부터 2000명이 추가 입학하게 되면 오는 2031년부터 의사가 배출돼 2035년까지 최대 1만명 의사 인력이 확충된다는 것이 복지부의 설명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 참석한 모습. / 사진=보건복지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 참석한 모습. / 사진=보건복지부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정부는 10년 뒤인 2035년 수급 전망을 토대로 의대 정원 확대 규모를 결정했다”라며 “의료 취약지구에서 활동하는 의사인력을 전국 평균 수준으로 확보하려면 5000명이 필요하고 급속한 고령화 등으로 늘어나는 의료수요를 감안할 경우 2035년에 1만 명 수준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전문가들이 전망한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늘어나는 의대 입학 정원의 대학별 배정은 ‘비수도권 의과대학을 중심으로 집중 배정한다’라는 원칙 하에 각 대학 제출 수요와 교육 역량, 소규모 의과대학 교육 역량 강화 필요성, 지역의료 지원 필요성 등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공식 발표하자 의료계는 즉각 반발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오전 정부가 의료계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의대 정원 확대를 강행할 경우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이필수 의협 회장은 “정부는 의료계의 거듭된 제안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협의 없이 일방적 정책만 발표하고 있다”며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발표를 강행할 경우 의협은 지난해 12월 실시한 파업 찬반 전 회원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총파업 절차에 돌입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어 이 회장은 “총파업 강행 시 회원과 전공의, 의대생을 보호할 대책을 어젯밤 열린 긴급 상임이사회에서 의결했다”며 “법적 문제 발생 시 의대생과 전공의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협 집행부는 총사퇴하고 임시대의원총회를 소집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총파업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정부가 설 연휴 직전 의대 정원 확대 규모를 발표하면 연휴 기간 파업에 돌입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설이 끝나면 비대위를 구성하고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말했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이 6일 의협회관 대강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발언하고 있다. / 사진=대한의사협회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이 6일 의협회관 대강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발언하고 있다. / 사진=대한의사협회

복지부와 의협은 이날 오전 의료현안협의체를 열고 그동안 논의해왔던 의대 정원 확대와 필수의료 대책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키로 했지만 의협측 퇴장으로 파행했다.

의협 측 협상단장인 양동호 광주광역시의사회 대의원회 의장이 “의료계와 소통 없이 독단적으로 추진되는 의대 정원 확대 정책으로 앞으로 발생하게 될 의학교육 질 저하와 국민 의료비 부담 가중, 의대 쏠림 가속화에 대한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비판한 뒤 협의체를 떠난 것이다. 

핵심은 향후 의료계가 진행할 총파업 돌입 여부다. 의료계 관계자 A씨는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를 정치적 시각에서 접근했으며 2000명이라는 확대 규모도 비과학적으로 결정돼 총파업이 개시될 가능성이 높다”라며 “총파업이 시작되면 비대위보다는 전공의가 주축 세력이 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실제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강행할 경우 집단휴진 등 단체행동을 벌일 수 있다고 밝힌 상태다. 대전협은 수련병원 140여곳, 전공의 1만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88.2%가 의대 증원 시 단체행동에 참여할 의사를 보였다고 공표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총파업에서 전공의 참여도가 높고 투쟁 강도가 강하기 때문에 파업 성패가 전공의에게 달려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에 현재로선 의협 비대위와 대전협을 중심으로 의료계 총파업이 개시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하지만 향후 총파업이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진행될지는 전망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우선 이번 총파업이 의사들만의 주장으로 진행되며 일반 국민 동의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진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보건의료노동조합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국민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 89.3%가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한다’고 답변한 바 있다. 이 조사에서 85.6%는 ‘의협이 진료 거부 또는 집단 휴업에 나서는 것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밝혔다. 의료계 동향에 정통한 제약업계 관계자 B씨는 “지인들은 이번에 의료계가 왜 총파업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며 “의료계가 국민들에게 총파업 당위성을 논리적으로 설명해 설득시키는 작업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총파업을 주도하는 의사들이 현행 법 테두리에서 처벌 받을 가능성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의료계 관계자 C씨는 “관련 규정에 따르면 의사가 진료거부 시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수 있고 이에 불응하면 행정처분과 함께 형사 고발될 수도 있다”며 “의료계 일각은 금고 이상 형을 받은 의사에 대해 정부가 면허취소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도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인정하며 총파업 가능성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신현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도, 객관적 추계로도 현재 의사 숫자는 부족한 것이 맞다”며 “정부가 최근 발표한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를 현장에서 실현할 의사를 충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 연구위원은 “정부는 그동안 충분히 의사들과 대화했기 때문에 국민 생명과 직접 관계 있는 총파업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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