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누스, 지난해 영업익 72%나 감소
실적 악화에 주가도 ‘1만원대’ 이어가
올해 “제품 경쟁력 통한 턴어라운드” 강조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최근 전통 가구 업체들부터 유통 대기업까지 침대 매트리스 시장에 뛰어들며 경쟁이 더해지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역시 역대 최대 금액을 써내며 지누스를 인수했지만, 지누스가 예상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자 우려를 사고 있다. 수익성은 물론 주가마저 힘을 못 쓰면서 지누스가 현대백화점의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하는 분위기다.

6일 지누스는 지난해 매출 9523억원, 영업이익 183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8%, 72%나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1.9%나 줄어든 52억9718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누스 실적 추이 및 주가 흐름. / 자료=지누스, 표=김은실 디자이너
지누스 실적 추이 및 주가 흐름. / 자료=지누스, 표=김은실 디자이너

지누스는 1979년 설립된 침대 매트리스, 가구 제조·판매업체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5월 창업주인 이윤재 지누스 회장이 보유한 지분 30%와 경영권을 8790억원에 인수했다. 이는 현대백화점이 ‘리빙 사업 매출 5조원’을 목표로 진행한 역대 최대 규모 인수합병이다.

그간 현대백화점은 지누스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앞서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8월 한화투자증권·유진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을 대상으로 기업설명회를 진행하고 현대백화점의 최근 경영 현황과 앞으로의 경영 전략 등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지난해 하반기 지누스의 영업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김형종 현대백화점 대표 역시 지난해 정기주주총회에서 “현대백화점을 비롯한 그룹 계열사와 본격적인 시너지로 지누스 브랜드 인지도 확대에 주력할 것”이라며 “프리미엄 제품을 연이어 출시해 3년 내 국내 매출을 3000억원대로 키워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누스 인수 이후 미국에 치우쳐 있는 매출 구조를 다각화하기 위해 전국 백화점에 지누스 매장을 열며 지원에 나섰다. 이와 함께 현대백화점은 복지플랫폼 전문기업 현대이지웰에 지누스 전문관을 열고 현대리바트, 현대L&C 등 리빙·인테리어 부문 계열사 간 협력을 통해 상품 공동 개발 등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글로벌 경기 침체에 원자재, 물류 가격 상승이 겹치며 지누스는 업황 부진을 넘어서지 못했다.

지누스 관계자는 “주력 제품군인 매트리스와 4분기 매출이 18.3% 증가하는 등 2분기부터 신장세를 이어갔으나, 미국 등 글로벌 침실가구시장 침체 영향으로 침대 프레임 등 가구 제품군 매출이 40% 줄어들며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실제 지누스 IR 자료를 보면, 지누스는 지난해 매트리스 부문서 매출 6401억8800만원으로 전년 대비 1.3% 신장했다. 그러나 침실가구는 2821억9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40.9%나 줄어들었다. 미국에서도 전년 대비 19.9%나 줄어든 7825억8400만원의 매출을 냈다.

지누스는 메모리폼 매트리스를 돌돌 말아 배송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명 ‘아마존 매트리스’로 불리는 지누스는 전체 매출의 80%가 미국에서 나올 정도로 미국 의존도가 높다. 다만 미국 고객사들이 시장 침체로 발주를 제한하면서 지누스 영업이익은 하락세를 맞았다.

일각에선 지너스가 성과나지 않는 부분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다. 지너스가 현대백화점의 아픈손가락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가의 유통망을 적극 활용하고 있음에도 시너지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않아서다. 현대리바트와 현대L&C 등 계열사와의 시너지로 ‘리빙사업 매출 5조원’을 내겠다는 목표 역시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적 악화로 인한 지누스의 주가 역시 하락세로 직결됐다. 지누스는 현대백화점이 인수를 결정할 지난 2022년 3월만 해도 7만4000원대 주가를 이어갔으나 지난해 3만원대로 고꾸라졌다. 올해 1월24일 1만3040원으로 최저점을 찍은 지누스 주가는 이날 1만4850원에 장을 마감했다.

지누스는 IR 자료를 통해 베스트셀러 제품이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물류 절감을 통해 가격 경쟁력 확보, 품질 업그레이드에 나서겠다면서 비대한 비용 구조를 슬림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올해는 한국, 중국 일본에 대한 통합 영업 활성화 전략과 함께 EU 국가에서도 매트리스 판매를 본격화하겠다고 언급했다. 지난해 말부로 신규 설립한 멕시코 법인 영업도 본격화하겠다고 명시했다.

심재형 지누스 대표는 CEO 레터를 통해 “제품 경쟁력에서부터 실적 턴어라운드의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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