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성·김종중·장충기 미전실 수뇌부 등 나머지 피고인 13명도 무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부당합병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이 회장의 경영권 강화 만이 합병의 목적이라거나, 합병으로 지배력 강화가 수반됐다 하더라도 부당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재판장 박정제)는 5일 오후 부정거래행위 및 시세조종(자본시장법 위반)과 업무상 배임,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회장에 대해 “검찰의 공소사실이 모두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 나머지 피고인 13명도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이 회장의 승계나 지배력 강화가 유일한 목적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부당하다고 볼 수 없고, 비율이 불공정해 주주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합리적인 사업적 목적이 존재한다”며 “경영권 안정화가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도 이익이 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관련한 거짓공시·분식회계를 한 혐의도 무죄로 판단됐다. 재판부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성공 여부가 불확실했던 상황 등을 고려하면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에 대한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분식회계 혐의도 회계사들과 올바른 회계처리를 한 것으로 보여 피고인들에게 분식회계의 의도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재판부는 2019년 국정농단 의혹 관련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대해서도 “미래전략실(미전실)이 삼성물산 이사회를 배제하거나 의사에 반해 승계를 추진했다는 취지는 아니다”라며 “선행 사건에서 대법원은 이재용이 위법 부당하거나 불법적 합병 방법이 사용돼 손해를 끼쳤다는 판단도 내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법원은 검찰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압수수색이 위법했기에 취득한 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으며, 검찰이 대주주 이익을 위한 약탈적 불법승계 계획안이라고 주장한 ‘프로젝트-G’ 문건은 경영권 승계 문건으로 보기 어렵다고도 봤다.

선고 이후 이 회장은 등기이사 복귀 계획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 말 없이 법원을 떠났다. 대신 이 회장의 변호인은 ”이번 판결로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가 적법하다는 점이 분명히 확인됐다”며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신 재판부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2015년 그룹 지배력 강화 및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구 에버랜드)을 합병하는 과정에서 불법을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최소 비용에 의한 승계와 지배력 강화’라는 총수의 사익을 실현할 목적으로 합병을 추진하면서 제일모직 주가를 높이고 삼성물산 주가를 낮추려 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거짓 정보 유포, 중요 정보 은폐 등 시세조종을 포함한 각종 위법이 동원됐고, 이 회장은 미래전략실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는 등 범행을 총괄했다고 보고 있다.

한편 이 회장은 국정농단 뇌물 사건으로 2021년 1월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받은 후 지난 2022 7월 형기가 만료됐다. 지난해 8월 광복절 특사로 사면·복권돼 5년간 취업제한 조치가 해소됐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