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중 부사장만 유죄···“증거인멸 사실상 총괄”
횡령 혐의도 무죄···“차액보상 필요성 인정”

횡령과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태한 전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대표가 14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횡령과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태한 전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대표가 14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상장 과정에서 회삿돈을 횡령하고 분식회계를 은폐하기 위한 증거인멸을 교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태한 전 대표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증거인멸 범죄와 관련, 법원은 함께 기소된 김동중 전 부사장에게만 유죄를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박정제·지귀연·박정길)는 14일 오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및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전 대표가 김 전 부사장 등과 증거인멸을 공모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김 전 대표는 재판 과정에서 2018년 5월5일 이른바 ‘긴급대책회의’에 참석한 사실은 있으나 일찍 자리를 떠났으며, 자료 삭제를 논의한 사실 자체가 없어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주장해 왔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안중현 삼성글로벌리서치 사장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다만 재판부는 김 부사장의 증거인멸교사 혐의를 유죄로 판단,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삼성바이오 회계부정 의혹 검찰 수사에 대비해 삼성그룹 임직원들이 조직적으로 관련자료 삭제하기로 하고 피고인도 임직원들에게 관련 자료 삭제를 지시해 방대한 양의 자료를 삭제한 사안이다”며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고 관련자 수, 삭제·은닉된 자료의 양, 피고인이 증거인멸을 사실상 총괄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삼성바이오 상장 이후 매입한 주식과 자신이 받지 못한 우리사주조합 공모가 차액을 회삿돈으로 보전했다는 횡령 혐의에 대해선 모두 무죄로 판단됐다.

재판부는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삼성바이오 재경팀 직원의 노트북이 적법하게 수집되지 않았다며 이를 기초로 진술된 2차 진술 역시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차액을 계산하는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가 있던 것으로 보이긴 하나 차액 보상 필요성, 정당성과 다른 임원들에게도 차액보상을 통해 임직원과 형평을 맞추기 위한 점을 고려하면 횡령 고의나 불법영득의사를 갖고 실현하기 위한 행위를 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 전 대표는 2018년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에 대비해 삼성바이오와 삼성바이오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가 보유한 관련 자료들을 삭제할 것을 임직원에게 교사한 혐의로 2020년 10월 재판에 넘겨졌다. 삼성바이오 주식을 개인적으로 사들이면서 매입비용과 우리사주조합 공모가액 차액을 현금으로 받아내 28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김 전 대표 등을 기소하며 이 사건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삼성물산-제일모직 불법합병 및 로직스 분식회계 과정을 숨기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벌인 조직적 증거인멸’이라고 규정했다. 검찰은 2019년 압수수색 당시 삼성바이오 공장과 회의실 바닥재 아래에서 18테라바이트(TB) 용량의 백업 서버와 외장하드 2대, 업무용 PC 26대 등을 발견해 증거로 제출했다.

이 사건 재판부는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사건도 심리했다.

재판부는 지난 5일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 “회계기준에 비춰 반드시 공시돼야 하는 정보라고 인정하기 어렵고 분식회계의 고의도 인정할 수 없다”며 김 전 대표, 김 전 부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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