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지구 3일 총회서 ‘50층 미만 준초고층’ 결정
70층 추진 시 공사비·기간 증가 우려
2~4지구 층수 결정에 영향 미칠 듯

/ 그래픽=시사저널e DB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성수전략정비구역 내 조합원들이 상징성 대신 속도와 가성비로 눈길을 놀리는 모양새다. 1지구는 내부적으로 70층 대신 49층 건립을 선택했다. 공사비와 공사 기간이 늘어남은 물론 인허가 절차가 까다로운 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구역 대장으로 꼽히는 1지구가 준초고층 건립을 선택하면서 다른 지구의 층수에도 변동이 예상된다.

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성수전략정비구역 1지구는 지난 3일 열린 정기총회에서 ‘층수 결정의 건’ 안건을 상정했다. 투표 결과 ‘50층 미만 준초고층’이 523표 ‘50층 이상 초고층’이 487을 각각 획득했다. 높이 제한이 사라져 70층 개발이 가능함에도 50층 미만을 선택한 것이다.

앞서 성동구청은 ‘성수전략정비구역 제1주택정비형 재개발사업’에 대한 정비계획 변경안을 공람공고 했다. 이번 공고안에선 최고 높이 규제가 사라졌다. 당초 계획안엔 높이 제한을 ‘150m·50층’으로 규정했으나 이번엔 따로 정하지 않았다. 70층 개발이 가능한 셈이다.

초고층 개발을 포기한 건 빠른 준공을 위해서다. 1지구 조합에 따르면 70층 건립을 추진할 경우 50층 미만에 비해 공사기간이 10개월 이상 미뤄지고 공사비도 1.2배 증가한다. 인허가 절차가 더 까다로운 만큼 변수가 생기면 언제든 사업 기간이 늘어질 수 있다. 공사 기간이 늘면 조합원들 입장에선 추가 분담금 부담도 커지게 된다.

/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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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지구는 성수전략정비구역 내에서 규모와 사업성 모두 대장주로 평가받는다. 부지 면적이 19만4000㎡으로 4개 지구 중 가장 넓다. 공급 물량 2909가구 중 일반분양 물량이 2414가구에 달한다. 지구 내 가장 많은 물량이다. 수인분당선 서울숲역과 서울 지하철 2호선 뚝섬역 더블 역세권에 자리해 입지도 우수하다는 평가다.

1지구의 선택은 나머지 지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2지구는 70층 이상, 3지구는 최고 80층, 4지구는 77층 재개발을 추진 중이다. 2지구는 다음 달 총회를 열어 층수를 결정할 계획이다. 3·4지구 역시 조합원 의견을 모을 예정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70층 이상으로 지으면 상징성이 있지만 공사비 증가로 인한 추가 분담금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50층 미만과 비교해 건축심의와 사전재난영향평가, 안전영향평가 등 인허가 절차도 까다로운 편이다”고 말했다. 이어 “나머지 지구도 1지구처럼 초고층과 준초고층 간 의견이 팽팽이 맞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성수전략정비구역은 한강변을 따라 노후한 저층 주거·상가들이 밀집한 성수동 일대 53만㎡ 부지를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하는 대규모 사업지다. 압구정아파트지구 특별계획구역과 마주보고 있는 데다 영구 한강 조망이 가능해 한강변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재개발이 완료되면 1만가구 규모 아파트촌으로 탈바꿈한다.

/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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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 지구는 서울시와 정부의 정비사업 활성화 기조에 맞춰 속도를 내고 있다. 2지구는 강변북로 지하화에 따른 한강수변공원 수혜지역이다. 성수동2가 일대 13만1980㎡에 2400가구 규모 개발을 추진 중이다. 추정 분담금 산출을 위한 감정평가 작업을 마치고 조만간 정비계획변경안을 공람할 예정이다.

4지구와 3지구는 조합 내홍 이후 정상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4구역은 지난해 말 새로운 집행부를 꾸렸다. 지난해 2월 기존 조합장 해임 이후 10개월 만이다. 집행부가 정상화되면서 재개발 사업이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현재는 추정 분담금 산출을 위한 감정평가 작업 중이다. 이곳은 8만2927㎡ 규모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1579세대 규모를 신축한다. 구역 내 규모가 가장 작지만 조합원 비율이 낮아 사업성이 높다는 평가다.

3지구는 조합장 자리가 공석이다. 현재 조합장 재건출 작업과 정비계획변경안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이르면 다음 달 말 조합장 선정 총회를 열 계획이다. 이곳 역시 추정 분담금 산출을 위한 감정평가 업무가 진행 중이다. 기존 계회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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