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계획 분양물량 지난해보다 소폭 증가
정비사업장 곳곳서 공사비 갈등에 제때 공급 가능할지 미지수

현대건설이 이달 초 부산 범청 1-1구역 재개발 조합에 공사비 인상 내용과 관련해 보낸 공문
현대건설이 이달 초 부산 범청 1-1구역 재개발 조합에 공사비 인상 내용과 관련해 보낸 공문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전국 곳곳의 주요 정비사업장에서 공사비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원자잿값, 인건비 등이 크게 오른데다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인해 공사비 부담이 커진 영향이다. 올해 전국에서 계획된 민간 분양물량은 26만5439가구로 지난해 계획물량(25만8003가구) 대비 소폭 증가한 수준이지만 공사비 갈등으로 충돌조짐을 보이거나 심지어 공사중단까지 치닫는 사업장도 생겨나는 만큼 목표치에 못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 1일 부산 범천 1-1구역 조합에 공문을 통해 공사비 인상안을 제시했다. 당초 3.3㎡당 공사비가 539만9000원이던 것을 926만원으로 높여야 한다는 게 시공사 측 입장이다. 이에 따라 도급계약을 맺는 총 공사비는 4159억원에서 7342억원으로 무려 71% 이상 늘어난다. 공사기간도 47개월에서 62개월로 늘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대건설은 그러면서 해당 공사비는 사업시행변경 2차 점수도면 기준으로 견적낸 공사비라고 설명했다. 전문위원회 심의시 나온 조건을 반영한 설계도서 기준과 협의 중인 기초설계가 확정되면 이를 반영하면서 추후 추가 증액될 수 있다는 것이다. 머지 않아 지방의 정비사업장에서도 3.3㎡당 1000만원을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조합은 터무니없이 높은 공사비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 조합 관계자는 “아무리 원자잿값이 올랐다지만 이렇게까지 공사비가 급증하는 사례는 보지 못했다”며 “대책을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강남권 알짜 일반분양 예정 물량마다 어김없이 이름을 올리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 방배삼익 재건축 조합도 공사비 증액을 두고 시공사 DL이앤씨와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3.3㎡ 당 545만원에서 621만원으로 인상하는 안에 합의한 지 불과 8개월여 만에 시공사가 또 다시 780만원으로 증액해 줄 것을 요청한 영향이다.

또 다른 강남권 알짜물량인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잠실진주 재건축도 삼성물산과 수개월째 공사비 협의가 안 돼 분양일정이 밀리고 있다. 시공사가 3.3㎡당 공사비를 660만원에서 889만원으로 올려줄 것을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공사비 인상 요인으로는 조합이 지정한 마감재가 지목됐고, 이를 삼성물산이 마감재를 지정해 주는 것으로 협상이 마무리됨에 따라 공사비 인하에 따른 갈등이 봉합될 가능성은 높아졌다.

이처럼 공사비를 둘러싼 시공사와 조합 간 신경전이 잇따르는 것은 코로나19 등을 겪으며 원자잿값, 인건비 등이 크게 올랐고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인한 금융비용까지 더해지면서 공사비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2023년 11월 건설공사비지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전국 주거용건물의 공사비지수는 152.54로 2020년 12월(122.0)과 비교해 24% 상승했다.

최근 4년 간은 한국부동산원에 공사비 검증을 요청하는 건수도 급증했다. 2019년에는 3건에 불과했으나, 2020년 13건, 2021년 22건, 2022년 32건, 2023년 30건으로 4년새 10배나 늘어난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공사비 세부내역을 계약 체결 전에 밝히고, 설계 변동 및 물가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 시 기준이 되는 정비사업 표준공사 계약서를 도입해 정비사업장의 분쟁을 최소화하고 신속하게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제도 취지는 좋지만 강제가 아닌 권고사항이라는 점에서 실제 분쟁을 해결하기는 힘들다는 지적이 많다. 한 조합 관계자는 “시공사가 안 받아들일 경우 조합에서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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