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생법 개정안 지난 1일 국회 본회의 통과
산업계 "세포·유전자치료제 개발 탄력 기대"
GC셀, 이뮨셀엘씨 췌장암 임상 3상 진행 중
차바이오텍, 면역세포치료제 ‘CBT101’ 개발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첨단재생바이오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로 국내 세포·유전자치료제 연구개발(R&D)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NK세포치료제 연구개발 대표 기업인 GC셀과 차바이오텍은 첨생법 통과를 바탕으로 세포·유전자치료제 개발 영역을 넓히고 재생 의료 수요를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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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첨생법) 개정안./ 표=김은실 디자이너

5일 업계에 따르면 중대 질환 및 희귀·난치질환자가 국내에서 첨단재생의료 치료를 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첨단재생바이오법) 개정안이 지난 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당초 손상된 조직이나 장기를 되살릴 수 있는 첨단재생의료는 그동안 대체 치료제가 없거나 중증 희귀난치성 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목적 임상 연구로만 사용할 수 있었다. 첨단재생의료는 줄기세포 치료제, 세포치료제, 유전자치료제, 인공장기 등을 아우른다. 

첨생법은 지난 2020년 처음 제정됐다. 첨단바이오의약품에 대한 규제를 일원화한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다만 작용, 생명윤리 등을 우려하는 일부 여론의 반발로 신약 연구개발, 허가, 출시 범위를 대폭 제한해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임상 연구와 치료받을 수 있는 환자 범위에 제약이 있어 첨단재생의료 기술 발전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관절염, 면역치료를 목적으로 매년 1~2만명의 환자들이 해외로 원정 치료를 가거나, 국내 음성적 시술의 비대화가 지속됐다.

그러나 첨생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규제가 대폭 완화됐다. 연구대상자가 아닌 환자도 재생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특히 중증, 희귀·난치성 질환 환자의 첨단재생의료 치료가 자유로워졌다. 환자들의 줄기세포 및 유전자치료 길이 열리면서 바이오 산업에도 큰 수혜가 예상된다.

GC녹십자그룹의 세포·유전자치료제 계열사 GC셀은 미국 현지 관계사 ‘아티바 바이오테라퓨틱스’를 통해 NK세포치료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회사는 식약처로부터 항암면역세포치료제 ‘이뮨셀엘씨’의 간세포암 제거술 이후 보조요법에 대해 품목허가를 받았다. 다른 암종에서도 실제 ‘적응증 외 처방’(오프라벨)으로 사용되고 있는 만큼 여러 암종으로 적응증 확장을 추진할 방침이다. 2021년부터는 이뮨셀엘씨 췌장암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GC셀은 최근 고형암 타깃 세포치료제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고 있다. T세포뿐 아니라 NK(자연살해세포), CIK(사이토카인 유도 살해세포) 등 다양한 면역세포를 활용한 고형암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엔 한국과 호주에서 동종유래 NK세포를 활용한 고형암 치료제 ‘AB-201’의 임상 1상 시험계획(IND)을 승인받기도 했다.

GC셀 관계자는 “이번 첨생법 개정안 통과를 계기로 중증 희귀·난치성 질환 환자들의 치료 기회가 확대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며 “회사가 진행하고 있는 세포유전자 치료제 개발에 탄력이 붙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바이오텍은 면역세포치료제 ‘CBT101’을 개발 중이다. CBT101은 환자 본인의 혈액에서 선천적 면역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자연살해(NK)세포를 추출한 뒤, 체외에서 증식해 제조한 면역세포치료제다. 2020년 9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악성신경교종 희귀의약품으로 지정 받았다. 차바이오텍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임상 1상에서 안전성과 내약성을 확인했고 다국적 임상시험을 준비 중이다.

차바이오텍은 이번 첨생법 개정안 통과로 CBT101 상업화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건부 품목허가나 신속심사제에 대한 규정이 명확해지면서 세포치료제 등 바이오의약품 개발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설명이다. 차바이오텍 관계자는 “심사기간이 단축되면서 임상 들어가는 시간을 줄일 수 있고, 상용화 절차가 간소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앞서 차바이오텍은 만성 요통 세포치료제 ‘CordSTEM-DD’, 뇌졸중 세포치료제 ‘Cordstem-ST’의 임상 1·2상을 종료한 바 있다. 난소기능부전 세포치료제 'CordSTEM-POI'는 올해 임상 1상을 시작해 데이터를 확보할 계획이다.

세포유전자치료제 글로벌 시장 규모./ 표=김은실 디자이너
글로벌 세포유전자치료제 시장 규모./ 표=김은실 디자이너

업계에서는 첨생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세포치료, 유전자치료, 첨단재생의료 시장에 큰 변화가 생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관련 법령이 정비되면서 제품 허가와 상용화에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기술 개발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프로스트 앤드 설리번에 따르면 글로벌 CGT 시장은 2021년 46억7000만달러(약 6조600억원)에서 2027년 417억7000만달러(약 54조1700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성장률(CAGR)은 44.1%에 달한다.

황주리 한국바이오협회 교류협력본부장은 “시행령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고 단계별 접근을 한다는 점이 있지만, 임상 허용 범위를 늘렸다는데 크게 의의가 있다”며 “세포유전자치료제 개발 기업들은 임상시험 대상자가 기존 희귀·난치 질환자에서 범위가 늘어 상업화를 위한 의미 있는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발전”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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