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17 적용 후 재무제표 신뢰성 낮아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알짜매물'로 평가받던 롯데손해보험 등 다수의 보험사들이 시장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선 올해만큼은 대형사들이 보험사 인수에 나서 시장 규모가 커질 것이란 예상이 제기된다. 하지만 새 회계제도 도입 이후 보험사들의 재무 실적 변화 폭이 커 올해도 원매자들이 적극적으로 인수합병(M&A)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만만치 않다.  

◇롯데·MG손보, 당국 가이드라인 여파 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손보의 최대주주인 JKL파트너스는 최근 매각주관사로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을 선정했다. JKL은 올해 안에 롯데손보 매각을 마무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손보는 현재 시장에 나온 보험사 매물 중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 곳이다. 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와 교보생명 등 손보 계열사가 없거나 약한 대형 금융사들이 롯데손보 인수를 검토한다는 관측이 꾸준히 나왔다. 

하지만 올해 롯데손보가 실제로 대형사 품에 안길지는 미지수란 의견도 있다. IFRS17 도입 후 산출한 재무제표에 대한 신뢰성이 아직 충분하지 못하다는 평가 때문이다. 롯데손보는 작년 상반기까지 누적 순익 1130억원, 보험계약마진(CSM) 약 2조원을 기록했다. 그간 적자를 보던 기업이 매년 2000억원 내외의 이익을 거둘 수 있는 곳으로 탈바꿈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롯데손보는 지난해 3분기 IFRS17 관련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을 적용으로 실적이 출렁였다. 당국의 원칙대로 가이드라인을 적용(전진법)하면 작년 3분기에 적자 전환(-57억원)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다만 금융당국이 가이드라인 적용의 예외적인 방법(소급법)을 허용한 덕분에 2629억원의 누적 순익을 거둔 것으로 회계 처리할 수 있었다. 재무제표에는 계속 실적이 늘어난 것으로 기록됐지만 롯데손보의 재무 실적에 대한 의심이 커졌다는 평가다. 

더구나 오는 3월 공개되는 작년 회계연도 기준 감사보고서에서 또 실적이 바뀔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감사보고서는 분기·반기보고서와 달리 외부 회계법인이 재무제표에 대해 면밀한 분석과 테스트를 진행해 검증한다. 특히 롯데손보는 소급법을 적용해 과거 재무제표도 뜯어고쳤기에 변동 사항이 추가로 나올 확률이 있다. 

한 보험업 전문가는 “가이드라인으로 계리적 가정에 대한 일부 변화가 있다고 해서 실적이 눈에 띄게 바뀌면 재무제표의 신뢰성에 대해 의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보험사 M&A를 생각하고 있는 주요 금융지주들은 이 문제를 더욱 크게 생각하는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손보사 매물인 MG손보는 지난해 CSM 액수가 계속 바뀌었다. 연초 기준 8414억원이었던 CSM은 그 해 9월 말 3300억원으로 절반 넘게 줄어든 것이다. 특히 3분기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 적용으로 인한 충격이 컸다. 더구나 MG손보의 최대주주인 JC파트너스와 금융당국 간의 소송전도 매각 가능성을 떨어트리는 대목이다. MG손보는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돼 현재 금융당국의 관리 하에 있다. JC파트너스는 금융당국의 조치가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낸 상황이다. 

/자료=각 사,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생보사 매물, 업황 부진에 새주인 찾기 '난항'

생명보험사 중 인수 매물로 꼽히는 곳은 대부분 사모펀드 외엔 새 주인을 찾지 어렵다는 평가다. 재무제표에 대한 신뢰성 문제 뿐만 아니라 생보업 자체가 부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ABL생명, KDB생명, BNP파리바카디프생명 등 중소형사가 매물로 거론된다. 

그나마 BNK금융지주가 BNP파리바카디프생명 인수에 관심을 보였지만 직접 사들이기는 어려운 처지다. BNK금융은 과거 주가조작 사건으로 인해 신사업 진출이 막혀있기 때문이다. 이에 사모펀드 운용사가 조성한 펀드에 자금을 태워 M&A에 간접 참여하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전망된다. BNK가 향후 인수를 하지 않을 가능성도 남게 된다. 

다만 생보사 최대 '잠재' 매물인 동양생명이 실제로 시장에 나올 수 있는 점은 변수다. 동양생명은 금융지주들이 노리는 보험사인 만큼 실제로 시장에 나오면 원매자들 간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 하지만 최대주주인 중국 다자보험그룹은 함께 보유하고 있는 ABL생명까지 모두 처분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ABL생명 매각 여부에 따라 동양생명의 M&A 일정도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KDB생명이 지난해 하나금융과 협상을 벌였지만 결국 매각이 실패했다"라며 "몸값을 높이려면 결국 종신보험이나 제3보험 판매를 늘려야하는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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