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H지수 ELS 대규모 투자 손실 사태로 고위험 상품 판매 전면 금지 주장 나와
고위험상품 불완전판매 논란 이번 처음 아냐···금융시장 신뢰성 하락 불가피
설명의무, 투자자 성향 분류 등 형식적으로 이행돼 실질적 투자자 보호 구현 못해
늦었지만 이미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시점에서라도 투자자 보호 실효성 있게 작동하도록 개선 필요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투자 손실 사태로 불거진 불완전판매 논란에 시중은행들의 고위험·고난도 금융상품 판매를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예·적금과 같은 원금보장과 안정성을 기대하고 은행을 찾는 금융소비자 특성상 애초부터 증권사가 아닌 은행에서의 판매 자체가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2021년 2월부터 홍콩H지수가 폭락하면서 지난달 26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NH농협은행 등 4대 시중은행에서 판매한 홍콩H지수 ELS 만기 손실액은 3121억원으로 집계됐다. 확정 만기 손실률은 53% 수준으로 원금이 반 토막 난 상태다.

ELS는 기초자산으로 삼은 지수 등에 연계돼 투자수익이 결정된다. 통상 3년 뒤 만기가 됐을 때 가입 당시보다 H지수가 70% 아래로 떨어질 경우 하락률만큼 손실을 보는 구조다. 2021년 2월 당시 1만2000선을 넘어섰던 H지수는 최근 5300대로 주저앉았다.

문제는 현재까지 확정된 손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와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홍콩H 관련 ELS 만기 상환 금액은 10조원 넘게 집중돼 있다. 월별 H지수 ELS 만기 상환 금액은 1월 9172억원에서 2월 1조6586억원, 3월 1조8170억원에 이어 4월 2조5553억원으로 점차 늘어난다. 5월에는 1조5608억원, 6월에는 1조5118억원이 예정돼 있다. 업계에서는 현재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상반기 손실이 5조~6조원대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논란이 커지자 시중은행들은 ELS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의 홍콩H지수 ELS 상품의 불완전판매 여부를 강도 높게 검사하고 있는 가운데 결과에 따라 피해자 보상안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그 방법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시중은행들의 고위험상품 불완전판매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 사고에 이어 라임자산운용 사태,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사기 판매에 이르기까지 업계에서는 매년 관련 사고가 잇따랐다.

아직 ELS 사태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이미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금융시장 전반의 신뢰성 하락은 피할 수 없게 됐다. DLF·라임 사태, 옵티머스 펀드 사기 판매로 인한 타격이 아물기도 전에 ELS 사태까지 터지면서 금융시장 위축도 피할 수 없게 됐다. 투자자들이 판매사를 믿지 못하면 업계 고사(枯死)는 시간문제다.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도 제고가 절실한 시점이다.

DLF 사태 이후 2019년 11월 금융원원회의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 마련 등으로 투자자 보호장치 강화됐음에도 판매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설명의무, 투자자 성향 분류 등이 형식적으로 이행돼 실질적 투자자 보호가 구현되지 못하고 있는 만큼 투자자 보호가 실효성 있게 작동하도록 개선이 필요하다.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는 격의 처방으로는 앞으로도 은행에서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는 상품을 판매하는 한 유사한 불완전판매 논란이 반복될 것이다. 늦었지만 이미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시점에서라도 한국금융의 문제점을 점검하고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절실할 때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