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검찰, 징역 5년·벌금 5억원 구형
기소된 지 3년5개월 만에 1심 선고···사법리스크 기간 삼성 경쟁력 악화 평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부당합병·회계부정 관련 1심 결심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부당합병·회계부정 관련 1심 결심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불법합병 및 회계부정 관련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한 1심 법원의 판결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재계를 중심으로 이번 1심 선고 결과에 따른 이재용 회장의 ‘사법리스크’ 해소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4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박정제 지귀연 박정길 부장판사)는 오는 5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 등 전·현직 임직원 14명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을 연다.

이 회장이 기소된 지 3년5개월 만에 나오는 법원의 첫 판단이다. 이 회장 등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과 관련해 자본시장법 위반과 업무상 배임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재판은 기소 이후 거의 매주 한 차례 열렸다. 이 회장은 이번 부당합병·회계부정 건으로 지난 2021년 4월부터 지난해 11월 결심 공판까지 재판에만 총 95번 출석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결심 공판에서 이 회장에게 징역 5년에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지난 2015년 이 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의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춰 제일모직에 합병하도록 부당 개입했다고 보고 있다. 

또 검찰은 이 회장 측이 합병 이후 경영권 불법 승계 논란을 막기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에 가담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합병 여파로 제일모직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본잠식 위험에 처하자, 회계처리 방식을 ‘지분법’으로 바꿔 기업 자산가치를 부풀렸다는 것이다.

반면 이 회장 측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삼성물산의 경영 안정화를 위한 합리적인 경영 판단이었다며 무죄를 주장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선 국제회계기준에 맞게 작성돼 법 위반이 없었다는 입장이다. 삼성은 재판부가 이 회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거나 검찰 구형량보다 낮은 형을 결정해 집행유예로 이어질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9일 기흥 캠퍼스의 차세대 반도체 R&D단지 건설현장을 방문했다. /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0월 경기 용인 삼성전자 기흥캠퍼스를 찾아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R&D)단지 건설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 사진=삼성전자

재계도 이 회장이 2016년 국정농단 사태부터 햇수로 9년째 겪고 있는 사법 족쇄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이 회장은 국정농단 사태로 지난 2017년 2월 구속기소 된 뒤 2018년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기까지(354일)와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이 선고된 뒤 가석방될 때까지(211일)를 더하면 구속된 기간만 565일이다.

현재 이 회장은 비상근을 제외한 ‘무보수’와 ‘미등기’ 등 2가지를 유지하고 있다. 그간 총수의 경영 활동 제약이 이어지면서 대규모 투자 결정이 미뤄졌고 삼성전자의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했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이번 재판에서 유죄 판결이 내려질 경우 총수 부재에 따른 리더십 공백으로 경영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 회장은 지난 2011년 삼성바이오로직스 설립과 지난 2016년 하만 인수 등을 지휘하며 미래 먹거리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사법리스크 발생 이후 삼성은 사실상 새로운 사업에 나서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주력인 반도체 부문도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14조88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하면서 2년 만에 세계 반도체 매출 기업 1위 자리를 인텔에 넘겨줬다. 스마트폰 부문은 출하량 기준으로 지난해 처음으로 애플에 선두 자리를 내주게 됐다. 지난해 전체 스마트폰 출하량이 3.2% 감소한 가운데 애플은 3.7% 성장했지만, 삼성은 전년보다 13.6% 감소했다.

다만 이번 선고 결과와는 무관하게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장기화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법원이 무죄 또는 집행유예를 선고한다면 이 회장 경영 활동 폭이 넓어질 수 있지만 검찰 측이 1심 결과에 항소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 회장에 대한 실형 선고가 이뤄진다면 이 회장 측이 항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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