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6월부터 선도지구 공모···연말 지정 목표
분당·일산 각 단지 주민 동의율 높이기에 안간힘
대형 건설사, 물밑 홍보···“1기 신도시 재건축 전초전”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1기 신도시 주민들이 재건축 1호 타이틀을 얻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양새다. 각 단지에선 ‘선도지구’ 신청을 위한 주민 동의율 확보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선도지구에 선정되지 못할 경우 재건축 사업이 장기전으로 갈 수 있는 만큼 총력을 다할 것으로 예상된다.

2일 국토교통부와 정비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1기 신도시 내 선도지구를 지정하기 위한 지방자치단체별 기준, 배점, 평가 절차 등을 오는 5월 공개한다. 이후 6월부터 공모를 받아 11~12월 선도지구를 지정한다는 계획이다.

선도지구란 분당·일산·중동·평촌·산본 등 1기 신도시를 향후 어떻게 재건축할지 보여주는 일종의 시범 사업지구다. 각 1기 신도시에서 가장 먼저 재건축에 돌입하는 단지로 주민들의 관심이 집중돼 있다. 단지 수가 많아 사업이 장기화될 수 있는 만큼 다른 단지보다 빨리 주택 가치상승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앞서 국토부는 1기 신도시 정비사업과 관련해 윤석열 정부 임기 내 첫 착공을 목표로 올해 안에 1기 신도시별로 선도지구를 최소한 한 곳씩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주민 참여도가 높고 주택 노후도가 심각하면서 기반 시설이나 공공 시설을 제공할 수 있는 여력이 큰 단지들이 우선적으로 지정될 전망이다.

/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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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우선 1기 신도시에서 재건축 성공 사례를 만든 후 다른 지역으로 확산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올해 선도지구로 지정된 구역은 바로 내년부터 사업 추진이 가능해진다. 2026년까지 관련 계획 수립과 인허가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2027년 착공해 2030년 첫 입주가 목표다.

1기 신도시 각 단지에선 주민 동의율 확보 경쟁을 벌이는 등 치열한 선도지구 지정 경합이 펼쳐지고 있다. 분당에선 1기 신도시 중 처음으로 통합 재건축 동의율 80%를 확보한 단지가 나왔다. 성남 분당구 정자동 한솔 1~3단지(청구·LG·한일)와 정자일로단(임광보성·서광영남·계룡·화인유천·한라)는 통합 재건축 동의율이 80%를 넘었다. 이 밖에 이매동 풍림·선경·효성, 구미동 까치마을 1·2단지·한양마을 5단지도 70% 이상 동의율을 확보했다.

일산에선 합쳐서 각각 2500가구가 넘는 후곡마을 3·4·10·15단지, 강촌마을 1·2단지, 백마마을 1·2단지 등이 주민설명회를 개최하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중동에선 금강마을 1·2단지가 동의율 70% 이상을 확보했다. 평촌에선 은하수·관악·샛별한양 1·2·3단지, 산본에선 한라주공 4단지·가야주공 5단지가 선도지구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업계에선 대규모 통합 재건축 단지인 ‘슈퍼블록’ 형성이 가능하면서 입주 연도가 빠르고, 대지 지분이 커 사업성이 높은 곳이 선도지구로 지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선도지구로 선정되지 못할 경우 재건축 사업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우려로 주민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며 “다만 작은 단지들이 뭉쳐 진행되는 만큼 의견조율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고 말했다.

일부 지역에선 1기 신도시 선도지구를 수주를 위한 대형 건설사들의 물밑작업이 벌써부터 진행되고 있다. 삼성물산은 일산 등 주요 단지에 홍보현수막을 내걸고 강촌·백마단지 주민설명회에 참석하는 등 적극적인 사업 참여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GS건설과 포스코이앤씨도 지난달 분당 성남구 까치 1·2단지·하얀 5단지에서 열린 통합 재건축 주민설명회에 참석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선도지구 사업장은 1기 신도시 수주전의 전초전이라고 볼 수 있다”며 “사업성과 입지 모두 뛰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건설사들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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