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로노이, 타그리소 내성 C797S변이 표적 'VRN11' 임상 1상 예정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C797S 표적 BBT-207 임상 1/2상 진행
에이비온, c-MET변이 표적 ‘바바메킵’ 임상 2상···美 첫 환자 투여

[시사저널e=김지원 기자] 국내 바이오 기업이 비소세포성폐암 1차 치료제로 널리 쓰이는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 내성 문제 해결에 나섰다. 타그리소 내성을 극복한 신약으로 '퍼스트인클래스' 자리를 노린다. 

1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보로노이,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에이비온 등이 비소세포폐암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이들은 현재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널리 사용되는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의 내성 문제를 해결한 신약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비소세포폐암은 현미경으로 보이는 세포에 따라 명명된 폐암의 한 종류다. 폐암은 현미경으로 보이는 암세포의 크기와 형태 등에 따라 소(小)세포 폐암과 비(非)소세포폐암으로 나누는데, 폐암 환자의 약 85%가 비소세포폐암에 해당한다. 

비소세포폐암 환자 중 약 40%는 표피성장인자수용체(EGFR) 변이를 가진 환자다. 즉 EGFR 변이가 전이성 비소세포폐암의 원인 중 하나가 되는 것이다. EGFR은 세포의 성장과 분화를 조절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단백질로, 세포 외부 신호를 내부로 전달해 여러 생화학적 경로를 활성화하는 역할을 한다. 

EGFR에 변이가 생기면, 세포 내에서 신호를 전달하는 효소단백질인 티로신키나아제(Tyrosine Kinase·TK)를 통해 하향신호경로가 과하게 활성화된다. 신호 경로가 과활성화되면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해 암을 유발하게 된다. 

이에 EGFR 돌연변이를 표적해 치료하는 티로신키나아제억제제(Tyrosine Kinase Inhibitor·TKI)가 등장했다. EGFR에 변이가 생긴 환자는 TK를 통해 하향신호경로가 과활성화돼 암이 생기므로, TK의 신호전달 과정을 억제하는 원리다.

아스트라제네카의 ‘이레사’(성분명 게피티닙), 로슈의 ‘타쎄바’(성분명 엘로티닙), 베링거인겔하임의 ‘지오트립’(성분명 아파티닙)등이 대표적인 EGFR 변이 표적 TKI다. 이들 치료제는 효과가 높았지만, 환자의 약 40~60%에서 T790M 변이가 발생했다. T790M로 인한 내성 문제로 약을 더 이상 쓸 수 없는 환자가 발생했다. 

이에 등장한 것이 T790M 내성을 극복한 3세대 TKI인 ‘타그리소’다. 유한양행의 31호 국산 신약인 ‘렉라자’ 역시 T790M 내성을 극복했다. 하지만 3세대 TKI 제제인 타그리소 역시 변이에 의한 내성 문제가 나타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수 연구 개발이 진행 중이다. 

 

./자료=각사, 표=정승아 디자이너
./자료=각사, 표=정승아 디자이너

 

국내 기업 역시 타그리소 내성 문제를 극복한 새로운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보로노이는 비소세포성 폐암 EGFR 표적치료제로 ‘VRN11’을 개발 중이다. VRN11은 타그리소 복용 시 나타나는 대표적인 획득내성인 C797S 돌연변이를 표적으로 한다. 타그리소가 비소세포성폐암의 최대 발병 국인 중국, 미국, 유럽에서 1차 치료제로 정착된 만큼, 타그리소 내성을 해결할 신약의 필요성이 크다는 점에 주목했다. 

VRN11은 C797S 돌연변이뿐 아니라 원발암, 희귀 돌연변이를 포함한 다양한 EGFR 변이에 대해 활성을 나타냈다는 게 보로노이측 설명이다. 또한 뇌 투과도를 높였다는 특징도 있다. 비소세포폐암은 뇌로 전이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비소세포폐암에서는 최대 50%까지 뇌전이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VRN11은 우수한 뇌 투과도로 뇌전이암 환자에게서도 높은 효과를 보일 것이라는 게 보로노이 측 설명이다.

보로노이는 올해 VRN11의 환자 투약을 시작한다. 앞서 지난해 국내에 이어 대만 식품의약품청(TFDA)으로부터 VRN11의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았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삼성서울병원을 비롯한 4개 대형병원에서 환자 투약을 시작하며, 대만에서도 2개 대형병원에서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IND를 진행한다. FDA IND 승인을 통해 VRN11의 1b 임상에는 미국 병원도 참여시킬 계획이다. 

보로노이 관계자는 “조만간 VRN11의 임상에 들어가는만큼,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특히 이전에는 뇌전이에 확실한 치료효과를 내는 약물이 없었던만큼, 높은 뇌 투과도를 바탕으로 하는 혁신신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임상 1상은 환자 5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며 “뇌전이 환자 역시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도 C797S 돌연변이를 표적하는 신약을 개발 중이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BBT-207’의 임상 1/2상을 진행하고 있다. BBT-207은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의 자체 발굴 1호 후보물질로, C797S 특이 EGFR 돌연변이를 표적한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에 따르면 BBT-207은 전임상 연구에서 C797S를 포함한 다양한 내성 돌연변이에 효과를 보였다. 뇌전이 억제능을 포함해 뇌전이 동물 모델에서 생존율도 개선됐다는 설명이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관계자는 “현재 BBT-207의 투약을 진행 중이며, 환자등록 등의 구축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만큼, 뇌전이가 동반된 사례도 포함된다”며 “다만 뇌전이 동반이 임상시험 선정요건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에이비온은 간세포성장인자 수용체(c-MET) 돌연변이를 표적으로 하는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바바메킵’(개발코드명 ABN401)의 글로벌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c-MET 돌연변이는 단독으로도 나타나지만, 타그리소 복용 후 내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타그리소 치료 후 c-MET 변이가 발생한 환자를 위한 치료 방법은 아직 없다. 이에 에이비온은 바바메킵의 임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에이비온 관계자는 ”임상 2상이 순항 중이며, 최근 미국에서도 첫 환자 투약이 시작하는 등 임상에 속도가 붙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미국 FDA에 제출한 희귀의약품 지정(ODD) 신청서 제출 결과도 이번 상반기 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에이비온 관계자는 ”FDA 희귀의약품 지정 결과고 올해 상반기 내로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한국 식약처와도 희귀의약품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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