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스스로 가치 제고 유도
저PBR주 중 수익성·사업구조·주주이익 개선 가능성 우수 종목 주목
금융주, 잉여자본 여력까지 감안하면 투자 매력 충분
주주환원정책 현재보다 진일보 전망···금융주로 머니 무브 가속화 관측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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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정부가 저평가주들이 스스로 가치를 제고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방안을 이달 중 발표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대표적인 저PBR(주가순자산비율)로 꼽히는 금융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코리안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주요 정책으로 두면서 저PBR주 중에서도 수익성, 사업구조, 주주이익 개선 가능성 등이 우수한 종목들이 주목받고 있는데 금융주의 경우 잉여자본 여력까지 감안하면 투자 매력을 충분히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사들의 주주환원정책이 현재보다 진일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금융주로의 머니 무브(자금 이동)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하나금융지주는 3400원(7.11%) 상승한 5만1200원에 장을 마감했다. KB금융지주는 전 거래일보다 4700원(8.30%) 올라간 6만1300원에 상승 마감했다. 또한 신한금융지주는 4.04%, 메리츠금융지주는 2.19%, 우리금융지주는 3.82%, BNK금융지주는 4.52%, JB금융지주는 9.97%, DGB금융지주는 8.77% 상승했다.

특히 하나금융지주는 지난해 4분기 4737억원의 지배주주 기준 순이익을 기록해 시장 전망치(컨센서스)를 7% 하회했지만 증권가는 보고서를 통해 주주환원율 상향에 대한 기대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해 4분기 주당배당금을 1600원으로 결정하고 자사주 3000억원을 오는 2월부터 매입 후 소각할 것이라고 공시했다. 한화투자증권은 하나금융지주의 지난해 기준 주당 총 배당금을 전년보다 100원 상승한 3500원으로 가정하면 연간 주주환원율은 34.8%로 상승한다고 분석하며 PBR을 0.44배로 상향 조정했다.

이처럼 금융주에 대한 증권가의 평가가 호의적인 이유는 금융당국이 저PBR주를 포함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연초부터 정부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 자본시장 살리기에 초점을 맞추면서 상장사의 기업가치를 제고하도록 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로 했다. 현재까지 논의된 프로그램 내용은 ▲기업지배구조보고서 내 기업 가치 제고 계획 기재 ▲공시우수법인 선정 시 가점 부여 ▲주주 가치가 높은 기업들로 구성된 상품지수 개발 및 이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상장 등이다. 연초 증시가 박스권에 갇힌 상황에서 정부 대책이 나오면 주가가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되고 있다.

PBR은 기업의 시가총액을 해당 기업이 보유한 자산으로 나눈 값이다. 회사의 시가총액과 회사의 자산 수준이 동일하면 PBR 값은 1배가 된다. PBR 값이 1보다 작은 경우 회사가 보유한 자산에 비해 시가총액이 작다는 뜻으로 실제 가치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의미다. 

지난달 31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PBR 1배 미만인 상장사는 540개로 전체(우선주·스팩주 제외) 801개 중 67.4%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날(1월 말일) 기준 61.84%(794곳 중 491곳)였지만 올 들어 5.56%포인트 늘었다. 2018년 47.77%(741곳 중 354곳)까지 떨어졌던 비율은 다시 70%를 목전에 뒀다.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에 따라 저PBR 기업을 중심으로 주주환원 강화 정책이 제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기업별로 주주환원 가능 여력과 업황, 영업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서 관련 내용을 결정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PBR이 낮다고 해서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정책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며 "결국 귀결 여부는 환원 가능한 재원에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금융주의 경우 안정적인 실적을 기반으로 현금 유동성과 이익잉여금이 양호한 트렌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과적으로 배당 규모 확대와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행동주의 펀드의 압박과 금융지주 자체 주주환원정책 강화도 금융주 주가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국내 7개 상장 은행지주에 지난해 발표한 자본배치와 주주환원 정책을 준수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안정적 실적을 기반으로 은행주는 향후 지속적인 배당이 가능할 것"이라며 "일부 금융사의 경우 분기 배당에 따른 지속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은행주의 배당수익률은 국고채 및 예금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이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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