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2종에 불과, 작년 판매량 전년比 33%↓
해외선 최신모델 출고 난항···“EV 확산 힘쓰겠다”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볼보자동차코리아(이하 볼보)가 지난해 국내 승용 수입차 시장에서 판매량 4위 업체로 발돋움하며 상승가도를 밟고 있지만 순수전기차(BEV, 이하 전기차) 시장 입지는 미미한 실정이다.

1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볼보의 전기차 판매실적은 지난해 669대로 전년(1000대) 대비 33% 감소했다.

같은 기간 볼보차의 글로벌 전기차 판매실적이 6만6749대에서 70%나 증가한 11만3419대를 기록한 것과 대조된다. 유럽(7만5476대), 미국(1만3609대), 중국(3281대) 등 주요 시장에서 두자릿수의 판매 신장율을 보인 점에 비교하면 한국 전기차 시장 내 볼보 입지가 크게 위축된 모양새다.

볼보자동차코리아의 전기차 판매 추이.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볼보자동차코리아의 전기차 판매 추이.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경쟁모델에 치여···“실적 위해 하이브리드차 판매에 집중” 분석도

볼보가 한국에서 비교적 저조한 전기차 판매실적을 보인 점에 대해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온다. 이 중 하나로 볼보 전기차가 경쟁 모델로부터 견제받은 점이 꼽힌다. 볼보는 지난 2022년 C40 리차지, XC40 리차지 등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2종을 나란히 출시해 수요를 공략해왔다.

이어 지난해 주행거리를 늘리고 신규 사양을 탑재한 모델별 연식변경 차량을 출시해 고객을 유인했다. 다만 벤츠 EQA, BMW iX1 등 인기있는 독일차 브랜드 경쟁 모델이 인기를 얻어 볼보 전기차를 앞섰다는 분석이다.

볼보가 신차 재고를 더욱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판매 확대 추세를 이어가기 위해 전략적으로 전기차 수입 물량을 줄였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실제 볼보는 전기차를 처음 출시하고 물량을 공격적으로 확보한 2022년 전체 판매대수가 전년 대비 감소했다. 2011년 이후 10년 연속 이어온 판매 증가세가 꺾였다.

볼보자동차코리아가 지난 2022년 4월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서 소형 전기차 2종인 C40리차지, XC40리차지를 전시했다. / 사진=볼보자동차코리아
볼보자동차코리아가 지난 2022년 4월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서 소형 전기차 2종인 C40리차지, XC40리차지를 전시했다. / 사진=볼보자동차코리아

같은 해 전기차 판매에 홍보, 비용 등 마케팅 역량을 분산한 결과 볼보의 신차 재고가 118억원 규모로 전년(37억원) 대비 3배 넘게 늘었다. 계획한 대로 모두 판매하지 못하고 이듬해로 이월한 신차가 늘었다는 뜻이다.

다만 이후 지난해 전기차 공급 물량을 줄이고 주력 상품인 하이브리드차 판매에 힘쓴 결과 연간 역대 최고 판매 실적을 갈아치웠다. 이윤모 볼보 대표가 브랜드 입지 강화를 위한 판매 확대에 공들이고 있는 만큼, 전기차보다 인기있는 하이브리드차에 판매 비중을 크게 둔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짐 로완 볼보 본사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말 국내 공개하기로 한 대형 전기 SUV EX90이 소프트웨어(SW) 문제로 출시 연기된 점도 시장 존재감을 더욱 낮춘 요인으로 꼽힌다. EX90은 볼보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된 신차다. 볼보는 지난해 말 차량을 공개한 후 올해 중순 출고 개시할 예정이었지만 기능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시·출고 시점을 6개월가량 미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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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자동차의 최신 전기차 EX30. / 사진=볼보자동차

◇올해 볼륨모델로 전기차 EX30 앞세워···전략변화 시사

올해 볼보가 발표한 전기차 판매 전략에 변화가 감지된다는 관측이다. 볼보는 지난해 11월 소형 전기차 EX30을 국내 공개하고, 올해 2000대 판매 목표를 밝혔다. 이는 연간 판매 목표 1만8000대의 11%로 기존 전기차 전체 판매 비중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EX30은 볼보 모그룹인 중국 길리(Geely)그룹과 공동 개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탑재한 첫 모델이다. 동급 내연기관차의 플랫폼을 공유하는 기존 전기차와 상품성 측면에서 차별화했다. 차급 대비 넓은 실내공간을 확보하고, 각종 신규 사양을 조화롭게 탑재해 향상된 수준의 고객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는 평가다.

또한 차량을 동급 모델 대비 저렴한 4000만원대 최저가에 판매될 예정이다. 볼보가 올해 EX30 판매목표에서 더 나아가, 2025년 글로벌 전기차 판매 비중을 50%로 높이겠다는 모기업 목표 달성에 본격 나섰다는 분석이다.

볼보 본사의 요아킴 헤르맨손 자동차 제품담당 리더는 지난해 국내 EX30 출시행사에 참석해 “2025년 전기차 판매목표 달성을 위해 브랜드 영향력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글로벌 고급차 브랜드들이 아직 진출하지 않은 B-세그먼트 시장에 EX30으로 앞서 진출해 폭넓은 고객층을 유치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볼보 EX90. / 사진=볼보차코리아
볼보자동차의 대형 전기 SUV 모델 EX90. / 사진=볼보자동차코리아

◇EX30·EX90, SW 문제에 출고 난항···볼보 “그럼에도 전기차”

볼보가 본사를 따라 전기차 확산 전략을 이어가는 가운데, 해외에서 발생한 신규 전기차 관련 이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볼보 본사는 최근 유럽에서 SW 문제로 EX30 출고를 잠정 중단했다. 볼보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부로 SW 업데이트를 통해 해당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당초 올해 중순 한국에 출고 개시하려던 EX90의 글로벌 출시 일정도 불투명한 실정이다. 볼보 본사는 EX90에 적용한 SW 코드의 복잡성으로 인한 기술적 문제를 해결한 후 올해 중순 해외에 먼저 출시할 계획이다. 주요 시장인 미국에서 EX90을 일정대로 출시되지 못해, 지난해 말 SUV 부문 ‘북미 올해의 차’ 후보에서 탈락하기도 했다. 당시 경쟁 후보였던 기아 EV9이 타이틀을 차지했다.

볼보는 전기차 사업을 둘러싼 여러 변수에 직면했지만, 본사의 전동화 브랜드 전환 목표에 발맞춰 전기차 판매 비중을 늘려나간다는 방침이다. 볼보 본사는 오는 2030년 전기차만 판매하는 전동화 브랜드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이 일환으로 충전소 확충, 충전 정보 안내 서비스 도입 등 고객 편익 강화 방안을 확대 전개하는 한편, 볼보 본사가 매년 1종씩 출시할 신규 전기차를 국내 도입하는 등 힘쓴다는 계획이다.

볼보 관계자는 “베스트셀링 모델인 XC60을 보다 많이 출고하기 위해 지난해 해당 모델의 수입 물량을 많이 늘렸고 XC40, C40리차지 등 일부 모델의 물량을 줄였다”면서도 “앞으로 더 많은 고객들이 이동의 즐거움과 환경에 대한 책임감 사이에서 자유로울 수 있도록 매력적인 전기차를 선보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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