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채 금리 3%후반대 유지···3개월 전보다 1%p가량 하락
12월 말 카드론·현금서비스 금리 전월 대비 상승
“연말 카드론 수요 증가···금리 높은 실수요자 위주로 대출 이용 늘어”

여전채 금리 추이/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여전채 금리 추이/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지난해 말 들어 여전채 금리가 3%대로 내려앉는 등 하향 안정화되는 추세지만 카드사들의 대출 금리는 오히려 오르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로 차주들의 상환 능력이 약화된 가운데 대출금리가 좀처럼 꺾이지 않으면서 카드사들의 건전성 관리가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3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기준 AA+ 등급 여전채 3년물 금리는 3.931%로 집계됐다. 이는 3개월 전인 10월 말(4.907%) 대비 0.976%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여전채는 카드사들의 주요 자금 조달 수단으로 카드사들은 영업 자금의 65% 이상을 여전채 발행을 통해 마련한다. 지난해 11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정책금리 인상 중단을 선언하자 시장에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그간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온 여전채 금리도 하락세로 전환했다.

여전채 금리 하락으로 카드사들의 조달금리가 낮아지면서 대출금리 역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카드론 및 현금서비스 금리는 오히려 상승세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작년 12월 8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BC)의 카드론 평균금리는 14.61%로 전월(14.46%) 대비 0.15%포인트 상승했다.

카드사별로 살펴보면 삼성카드의 카드론 평균금리가 15.54%로 8개 카드사 중 가장 높았으며 뒤이어 롯데카드가 15.01%로 15%대를 나타냈다. 뒤이어 ▲BC카드 14.95% ▲하나카드 14.59% ▲우리카드 14.47% ▲신한카드 14.41% ▲KB국민카드 14.32% ▲현대카드 13.57% 순이었다.

같은 기간 현금서비스 평균금리 역시 17.70%에서 17.87%로 0.17%포인트 올랐다. 롯데카드의 경우 지난해 12월 말 기준 현금서비스 평균금리가 18.60%로 카드사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으며 KB국민카드도 18.15%로 18%대를 넘어섰다. 뒤이어 신한카드(17.95%), BC카드(17.90%), 하나카드(17.91%), 삼성카드(17.49%), 우리카드(17.29%) 순이었다.

여전채 금리가 내려가면 대출 원가에 반영되는 카드사의 조달금리가 떨어지면서 대출 금리가 하락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지난해 연말 중·저신용자들의 대출 수요가 카드업계로 쏠리면서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금리가 전반적으로 상승한 것으로 분석된다.

카드사로 대출 실수요자들이 몰린 데에는 저축은행의 대출 문턱이 높아진 영향이 컸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저축은행이 취급한 민간 중금리대출(사잇돌대출 제외) 규모는 6조1598억원(잠정)으로 1년 전보다 42.9%(4조6244억원) 줄었다. 지난해 4분기만 보면 민간 중금리 대출 규모는 1조177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0%(3309억원) 감소했다.

저축은행이 건전성 관리를 위해 대출 공급을 옥죄면서 돈을 빌리지 못한 중·저신용자들의 대출 수요가 카드사에 몰렸고 그 결과 비교적 높은 금리를 적용받는 저신용 차주 유입이 늘어나면서 카드론과 현금서비스의 평균금리가 상승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연말이 다가올수록 카드론 수요가 늘어나는 한편 업계 전반으로도 비교적 높은 금리를 적용받는 실수요자들의 이용이 늘어나면서 금리가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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