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상장 재추진 위해 주관사단 재선정 작업 돌입
기존 주관사단 교체는 비효율적···투자 시간과 비용 포기, 합리적 결정 아냐
IPO 시장 여건 바뀐 상황서 다시 증권사 대상 컨설팅 목적
기존 주관사들 비바리퍼블리카 입찰제안서 제출 행위에 거부감도··· 반사이익 여부 의문

최우형 케이뱅크 행장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최우형 케이뱅크 행장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지난해 2월 상장을 추진했다 철회한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다시 상장을 추진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최근 케이뱅크 이사회가 기업공개(IPO) 추진 안건 의결에 따라 주관사단 재선정 작업에 돌입한 가운데 관련 전략이 점차 구체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통상적으로 이미 선정해놓은 기존 주관사단을 교체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있음에도 재선정이라는 선택을 한 케이뱅크 결정 배경에 대해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국내외 주요 증권사에 유가증권시장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 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 마감 시한은 2월 초까지다.

앞서 케이뱅크는 지난 18일 이사회를 열어 IPO 재추진을 결의한 바 있다. 지난 2022년 6월 케이뱅크는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하면서 기업가치를 10조원으로 제시했으나 시장 여건 악화를 이유로 지난해 2월 상장을 철회했다. 약 1년 만에 재도전에 나서는 셈이다. 

재도전에 나서면서 주관사단도 새로 꾸리기로 결정했다. 기존 주관사단에는 NH투자증권·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JP모간이 대표 주관사로 삼성증권이 공동 주관사로 이름을 올린 바 있는데 이에 대해 재선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물론 주관사단을 교체할 수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연내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 기업 입장에서 주관사단 재선정은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케이뱅크는 지난 2022년 상장 추진 당시 주관사단에 유독 공을 들여왔던 만큼 그 동안 투자한 시간과 비용을 포기한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판단이 나온다.

특히 케이뱅크는 지난 2021년 7월 단행한 1조25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서 재무적투자자(FI)들에게 드래그얼롱을 부여한 바 있다. 드래그얼롱이란 대주주가 자신의 지분을 매각할 때 투자자의 지분도 함께 매각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동반매각청구권이다. 5년 내 IPO를 하지 못할 경우 보유 지분을 대주주인 BC카드가 재매입한다는 콜옵션 조건도 부여했다. 상장이 1년 이상 장기간에 걸친 작업임을 감안하면 올해에는 반드시 상장에 착수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기존 주관사단을 전격 교체한다는 인식은 쉽게 이해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런 우려가 분명 있음에도 케이뱅크의 주관사단 재선정은 IPO 시장 여건이 바뀐 상황에서 다시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컨설팅 받기 위한 목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최근 최우형 케이뱅크 행장 선임이 IPO 주관사 재선정의 시발점으로 작용했다는 관측이다. 최 행장의 임기가 2025년 12월까지인 만큼 최 행장이 주축이 된 이사회 입장에서는 증권사들로 하여금 프리젠테이션을 다시 실시하면서 케이뱅크의 상장 청사진에 대한 조언을 들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기존 주관사들이 비바리퍼블리카에 입찰제안서를 제출한 부분에 대한 거부감도 있었을 것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최근 모바일송금 애플리케이션(앱)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상장 예비 작업에 돌입하며 주요 증권사들로부터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서를 접수 마감했다.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가 토스 IPO 입찰제안서(RFP) 제출을 완료했다.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은 과거 케이뱅크 주관사단으로도 선정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동종업계인 이유로 케이뱅크 주관사들은 비바리퍼블리카 입찰제안서 제출 여부를 두고 고민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며 "비바리퍼블리카의 핵심 사업부문 중 하나인 인터넷전문은행 경쟁사의 상장 주관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이해상충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비바리퍼블리카의 예상 몸값이 15조원 이상으로 거론된 만큼 케이뱅크 입장에서 기업가치를 재조정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을지 여부에는 여전히 의문이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장외시장에서 기업가치는 비바리퍼블리카가 약 9조원, 케이뱅크는 4조원대의 시가총액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증시 상황이 첫 상장 추진 당시보다는 개선됐지만 케이뱅크 기업가치에 주효한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라며 "개별 기업이 몸값을 원하는 가치만큼 인정받을 수 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케이뱅크 관계자는 "주관사단 교체는 계약 만료에 따라 바꾸는 것이다"며 "특별히 다른 의도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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