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브’ 사업장 25곳 중 10곳이 대구···분양률 20%로 고전
‘빌리브 헤리티지’ 공매로···400억원대 공사금 회수 불투명
미분양 여파로 재무구조 악화···그룹 지원 나섰지만 유동성 위기 여전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대구 분양시장이 미분양으로 인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신세계건설의 고심도 깊어지는 분위기다. 공급 단지는 분양률이 20%대에 머물러 있고 재무구조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부동산 호황기에 대구를 중심으로 주택사업을 확대했는데 부동산 침체로 직격탄을 맞게 됐다. 신세계그룹이 지원에 나섰지만 미분양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불안정한 상황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구 사업장 미분양 장기화···공매로 넘어간 단지, 공사비 회수 ‘빨간불’

31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건설은 주택사업과 오피스텔 등의 분양 실적 부진으로 인한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신세계건설 사업장(지식산업센터 제외)의 평균 분양률은 53%다. 건설업계에선 통상 분양률이 70%를 넘어야 공사대금을 회수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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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사업 절반이 ‘미분양 무덤’으로 불리는 대구에 몰려 있다는 점이다. 신세계건설의 주택 브랜드 ‘빌리브’가 적용돼 진행 중이거나 완료된 사업장은 25곳이다. 이 중 10곳이 대구에 위치해 있다. 사업 규모는 6291억원에 달한다.

실제로 신세계건설이 대구에 공급한 단지는 분양 실적이 저조했다. 수성구 ‘빌리브 헤리티지’, 북구 ‘빌리브 루센트’, 대구 달서구 ‘빌리브 라디체’ 등이 분양률이 20%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3개 사업장의 도급액은 3300억원이다.

빌리브 헤리티지에선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 미분양 물량이 공매로 나왔다. 이곳은 146가구 규모 후분양 단지다. 지난해 8월 준공됐지만 분양률이 17.12%(25가구)에 그쳤다. 준공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121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PF 만기 연장에 실패했고 지난 30일 미분양 물량 121가구가 공매에 부쳐졌다.

공매로 나오면서 자금 손실 가능성이 커졌다. 신세계건설은 해당 사업장의 시공권을 609억원에 수주했다. 현재 시행자로부터 받지 못한 공사금액이 436억원에 달한다. 공매로 나올 경우 대주단 중에서도 배당순위가 4순위로 자본금을 회수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구 수성구 ‘빌리브 헤리티지’ 전경 / 사진=신세계건설
대구 수성구 ‘빌리브 헤리티지’ 전경 / 사진=신세계건설

공매로 나온 물건 모두 이미 두 차례 유찰됐다. 전용면적 151㎡ 102동 2001호 물건의 경우 입찰가격이 최초 16억9500만원이었지만 현재 14억3397만원까지 떨어졌다. 마지막 5회차까지 진행된다면 1차 대비 75% 수준인 12억6705만원까지 내려간다. 분양가격(약 16억원) 대비 3억원 넘게 하락한 금액이다. 빌리브 루센트(분양률 21.6%)와 빌리브 라디체(22.9%)도 미분양으로 고전 중인 만큼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00억대 적자 전환, 부채비율 태영건설과 비슷···신세계그룹 추가 지원 가능성도

신세계건설은 미분양 여파로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된 상태다. 올해 3분기 연결 누적 기준 영업손실 903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에만 485억원의 적자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비율도 2022년 265.0%에서 지난해 3분기 470.0%로 증가했다. 부채비율 300%를 넘으면 고위험으로 본다. 최근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의 부채비율 478.7%와 유사한 수준이다.

대손충당금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는 사업지의 공사미수금도 빠르게 늘었다. 공사미수금 총액은 3분기 2600억원 규모로 1분기 1400억원보다 85% 증가했다. 3분기까지 기준 대구 현장에서만 1065억원 규모 공사미수금이 발생해 전체 공사미수금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그 밖에 구리 갈매 지식산업센터 공사에서 230억원, 부산 오피스텔 사업지 두 곳에서 222억원의 공사미수금이 설정된 상태다.

/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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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이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미분양 해소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 불안한 상황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세계건설은 최근 그룹으로부터 2000억원 자금 수혈을 받은 상태다. 신세계건설이 발행하는 2000억원 사모사채를 KDB산업은행(1400억원)과 정보통신(IT) 계열사인 신세계아이앤씨(600억원)가 각각 매입하기로 했다.

이번에 조달한 자금은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차입금 상환에 투입될 전망이다. 신세계건설의 총차입금은 올 3분기 3785억원으로 2022년말 1125억원 대비 3배 이상 급증했다. 이중 단기차입금은 1700억원으로 올해 상반기에만 1100억원 만기가 돌아온다.

다만 자금 수혈로 부채비율은 40%포인트 개선되는 데 그쳐 유동성 위기 불씨가 꺼지기 힘들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지원으로 상반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 상환 등 급한 불은 끈 모양새다”며 “다만 대구 미분양 적체 등으로 악화된 재무구조를 개선하기엔 한계가 있는 만큼 그룹의 추가지원이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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