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분양자 잔금 부담 줄고 전셋값 상승 속도 조절에 도움
반면 앞으로 분양 예정인 메이플자이 등 분양가상한제 사업장은 투자수요에 혜택 돌아가는 사례 늘어날 듯

분양가 상한제 지역의 청약 당첨자들에 대한 실거주 의무가 3년간 유예될 것으로 점쳐지면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이미 분양권을 획득한 수분양자들은 자금마련에 숨통이 트이면서 반기는 반면, 이제 청약을 도전하려는 무주택자들은 실거주의무 유예로 투자수요가 유입됨에 따라 당첨 문턱만 높아질 것이라며 볼멘 소리를 하고 있다. 사진은 수도권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 사진=연합뉴스
분양가 상한제 지역의 청약 당첨자들에 대한 실거주 의무가 3년간 유예될 것으로 점쳐지면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이미 분양권을 획득한 수분양자들은 자금마련에 숨통이 트이면서 반기는 반면, 이제 청약을 도전하려는 무주택자들은 실거주의무 유예로 투자수요가 유입됨에 따라 당첨 문턱만 높아질 것이라며 볼멘 소리를 하고 있다. 사진은 수도권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국회가 분양가 상한제 주택의 실거주 의무 유예를 논의하며 주택시장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이미 분양권을 획득한 수분양자들은 임차인을 구해 전세보증금으로 잔금을 마련할 수 있게 돼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반면 당장 다음 주초부터 청약일정에 돌입하는 실수요자들은 이번 결정으로 투자수요가 유입돼 경쟁률이 더 치열해질 것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 29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의 실거주 의무를 3년 유예할 것을 제안했다”며 “이제라도 실수요자들의 불안과 주택시장의 혼란을 조금이나마 줄일 가능성이 엿보이게 돼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1월 1·3 부동산 대책 발표를 통해 전매제한 완화와 함께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겠다고 밝혔지만 민주당은 이에 대해 투자수요의 유입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고수해왔다. 다만 정부의 발표를 믿고 주택청약을 진행한 이들의 잔금마련 등 사회적 혼란이 커지자 야당은 이에 대해 최근 3년을 유예하는 주택법 개정안을 정부와 여당에 전달한 것이다. 합의가 이뤄지면 내달 1일 본회의에서 개정안이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전셋값 상승 속도를 조절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1만921가구로, 이는 부동산R114가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0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과거 입주 물량이 가장 적었던 2011년(2만336가구)보다도 반토막 난 수준이고, 1년 전인 지난해 실적인 3만2795가구에 견주어보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실거주 의무가 유예되면 올해 입주 예정인 신축 아파트 물량이 전세로 풀리며 꾸준히 오름세를 보여온 전셋값 상승 속도를 늦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매맷값과 달리 36주 연속 오르는 등 예사롭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세 수요는 늘어나는데, 전세로 나온 물량은 줄면서 계속 가격이 오르는 것이다.

실거주 의무 대상 단지를 분양받은 수분양자들은 잔금 자금조달에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실거주 의무 대상은 전국 72개 단지로 4만8000세대에 이르며 당장 다음달 입주가 예정된 강동구 상일동 e편한세상, 강일어반브릿지,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등 등이 있다.

이처럼 시장 전세수급 조절과 수분양자의 자금난 해소에 도움을 줄수는 있지만 불안요소도 있다. 이번 논의로 가장 불만을 제기하는 건 올해 줄줄이 예정된 분양가 상한제 지역의 청약을 준비해온 실수요자들이다. 정부의 청약제도 개편으로 1주택자가 청약 도전을 할 수 있는데다, 실거주 의무가 유입돼 잔금까지 전세보증금으로 충당할 수 있게 된다면 투자수요가 대거 유입될 수밖에 없어서다.

부동산 커뮤니티 카페에 청약을 준비 중이라고 밝힌 한 50대 직장인은 “3년 유예가 확정된다면 자금력이 충분치 않은 투자목적의 청약 수요들도 통장을 들이밀면서 실수요자의 내집 마련 문턱만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뿐만 아니라 실거주 의무 3년 유예이지 폐지가 아니기 때문에 3년 뒤에 다시 논란이 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게다가 올해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후분양 단지는 늘어나기 때문에 3년 뒤 이 문제로 다시 혼란을 겪는 세대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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