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2023년 전기차 판매···내수 주춤, 美 증가, 中·유럽 부진
시장 위축에 고심···하이브리드차 출시 가능성도

제네시스의 국내 전기차 판매 실적 및 비중 추이.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제네시스의 국내 전기차 판매 실적 및 비중 추이.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제네시스가 오는 2025년부터 순수전기차(BEV) 등 무공해차만 신차로 출시하기로 선언했지만, 무공해차 판매실적은 기복을 보이는 중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제네시스는 지난 2021년 국내에서 G80 전동화 모델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3년간 순수전기차(이하 전기차) 2만203대를 판매했다.

같은 기간 전체 판매량 40만369대의 5.0% 비중을 보였다. 연간 비중은 2021년 1.8%(2543대)에서 GV60, GV70 전동화모델 등 신차가 본격 판매된 2022년 8.3%(1만1266대)까지 상승했다. 이후 고물가, 고금리 기조가 이어진 동시에 시장 경쟁이 치열했던 지난해 5.1%(6394대)로 감소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GV60가 만들어지고 있다. / 사진=유튜브 캡처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GV60가 만들어지고 있다. / 사진=유튜브 캡처

◇지난해 한국서 벤츠·BMW보다 전기차 덜 팔아

지난해 반도체 등 부품 수급난이 대부분 해소되고, 고급 수입 전기차 시장이 성장한 점을 고려할 때 제네시스의 전기차 판매감소는 영업 부진 결과로 해석된다. 지난해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회원사인 수입차 업체의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2만3202대) 대비 14.5%나 증가한 2만6572대로 집계됐다.

1위 업체 테슬라의 실적(1만6461대,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 집계)을 보태면 제네시스 전기차와 경쟁하는 수입 전기차의 판매 증가세가 더욱 가팔랐다. 제네시스는 테슬라 뿐 아니라 벤츠(9184대), BMW(8225대) 등 유력 수입차 업체들보다 전기차를 적게 판매했다.

제네시스 전기차를 비롯한 국산 모델들이 비교적 낮은 가격에 첨단 사양을 두루 갖추고 있지만, 수입 전기차들이 주행보조사양과 주행성능 등 측면에서 국산차보다 호평을 얻은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성 측면에서도, 최근 수입차 업체와 딜러사들이 시장 점유율 제고 목적으로 수천만원대 할인 혜택을 제공하며 고객에게 편익을 제공하는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2020~2022년 기간 수입 전기차를 구매한 국내 고객들은 신기술(12%), 주행성능(10%) 등 항목에서 국산차보다 높은 평가를 부여했다.

컨슈머인사이트는 “대부분 테슬라 고객인 수입 전기차 사용자들은 자율주행·원격업데이트(OTA), 주행성능 등에서 뜻밖의 감동을 받아 경제성에 연연하지 않는 경향을 보였다”며 “국산 전기차는 경제성은 기본이고 뛰어난 상품성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현대자동차가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양산 판매 중인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 / 사진=제네시스
현대자동차가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양산 판매 중인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 / 사진=제네시스

◇미국 판매량 ‘쑥’···유럽·중국선 존재감 약해

반면 해외 주요 시장인 미국에서는 한국과 반대로 제네시스 전기차의 판매 실적이 개선돼왔다. 미국 자동차 전문 미디어인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제네시스의 현지 전기차 판매량은 진출 첫 해인 2022년 1671대를 기록했고 지난해 4배 가까이 증가한 6403대를 기록했다. 한국 판매 대수와 거의 동등한 수치다. 내연기관차 인기 상승세에 편승해 전기차 수요가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콕스 오토모티브는 “지난해 제네시스는 (현대차그룹 세 브랜드 중) 전년 대비 상승한 점유율을 기록한 유일 브랜드”라며 “제네시스 판매량은 새로운 전기 라인과 확장된 전용 딜러 네트워크 덕분에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제네시스는 또 다른 주요 시장인 유럽, 중국 등지에 최근 진출했지만 미미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독일 자동차 통계전문 미디어 데이터포스(Dataforce)에 따르면 제네시스의 유럽 내 완성차 판매량은 지난 2022년 2822대로 비교적 적다. 2015년 출범한 제네시스의 브랜드 역사가 짧아 인지도가 낮은데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현지 고급차 브랜드에 대한 유럽 고객 충성도가 매우 강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에서도 전기차 뿐 아니라 전체 제품 판매가 신통찮은 실정이다. 현지 온라인 경제 매체 지에미안 뉴스(界面新闻)에 따르면 제네시스는 지난 2022년 중국에서 1457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제네시스가 지난 2017년 공개한 수소연료전지 SUV 콘셉트카. 제네시스는 당초 2025년부터 무공해차만 신차로 판매하는 전략을 추진해오다 지난해 수소전기차 개발을 잠정 보류하는 등 전략 수정을 시사하고 있다. / 사진=제네시스
제네시스가 지난 2017년 공개한 수소연료전지 SUV 콘셉트카. 제네시스는 당초 2025년부터 무공해차만 신차로 판매하는 전략을 추진해오다 지난해 수소전기차 개발을 잠정 보류하는 등 전략 수정을 시사하고 있다. / 사진=제네시스

◇전기차 업황 변화에 “하이브리드차 개발 중” 풍문도

제네시스의 올해 전기차 판매실적 전망도 이어지는 전기차 시장 성장세 둔화 때문에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난해 9% 넘는 현대차 영업이익률에 기여한 제네시스의 수익성이 자칫 전기차 사업 때문에 약화할 여지도 존재한다. 실제 제네시스가 하이브리드차 개발을 추진 중이라는 업계 풍문이 확산되는 점만 놓고 봐도 달라진 전기차 시장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제네시스가 현대차그룹의 최신 2.5 터보 하이브리드 엔진을 장착한 모델을 출시할 것이라는 예상이 제기된다. 만약 제네시스가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하면 당초 지난 2021년 발표한 제네시스 전동화 전략을 크게 수정하는 셈이다. 제네시스는 하이브리드차 개발 여부에 관한 언급을 삼가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제네시스가 미국, 유럽 등지에서 안착했지만 내연기관차 중심의 성과”라며 “앞서 발표한 전동화 전략은 수정될 수 있는 부분이고, 전기차를 향한 과도기를 거치는 동안 하이브리드차를 출시하는 등 라인업 구성 변화에 고심 중일 것”이라고 말했다.

제네시스 브랜드를 운영 중인 현대차는 제네시스를 전기차 판매전략의 핵심에 두고 라인업의 양적·질적 향상을 지속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 따르면 제네시스는 올해 G80 전동화모델, GV70 전동화모델의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출시하며 라인업을 보강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6월 발표한 중장기 전동화 전략 ‘현대 모터 웨이’의 일환으로, 내년부터 6년간 2세대 전용 전기차 플랫폼을 바탕으로 제네시스 승용 전기차 5종을 출시할 계획이다. 현대차, 제네시스의 전기차 합산 판매비중도 지난해 8%에서 2030년 34%로 점차 늘린다는 전략이다. 다만 내년부터 무공해차만 출시하는 계획은 언급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오는 4월 현대차가 CEO 인베스터 데이를 연 후, 수정한 전동화 전략을 발표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제네시스 관계자는 “브랜드 전동화 전략은 현재 기존에 발표한 내용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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