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할부 최저금리 평균 6%대
고금리 여파로 대손비용 증가
마진 확대로 비용부담 상쇄 필요성↑

카드사 및 주요 캐피탈사 신차 할부금리/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카드사 및 주요 캐피탈사 신차 할부금리/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지난해 말부터 여전채 금리가 하향 안정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카드사와 캐피털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들의 자동차할부 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 할부금리가 1년 전보다는 다소 내렸지만 부담스런 금리에 신차를 구매하려는 금융소비자들의 고민이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30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국내 카드사·캐피털사에서 현대자동차의 '디 올 뉴 그랜저'(현금비중 30%·36개월 할부 기준)를 구매할 경우 최저 할부금리대는 5.2~9.58%로 집계됐다.

업체별로 살펴보면 하나카드의 최저금리가 5.2%로 가장 낮았으며 우리카드와 현대캐피탈이 5.4%, 롯데카드 5.7%, 메리츠캐피탈 5.9% 등으로 뒤를 이었다. 신한카드와 삼성카드는 각각 6.1%, 6.9%로 집계됐으며 캐피털사 중에서는 BNK캐피탈이 7.3%로 최저금리가 가장 높았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자동차 할부 금리는 11%를 돌파하며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기준금리 인상 본격화와 함께 2022년 10월 강원도의 레고랜드 보증채무 미이행 사태 여파로 채권 시장의 자금 경색이 심화되면서 여전채 금리가 급등한 영향이 컸다.

실제로 AA+ 등급의 여전채 3년물 금리는 지난 2022년 11월 7일 6.088%까지 치솟으며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여전채 금리 상승으로 조달비용이 늘어나자 여전사들은 수익성 보전을 위해 할부금리를 상향했다.

그러다 지난해 2분기 들어 여전채 금리가 3% 후반대에 진입하는 등 하락세를 나타내면서 자동차 할부 금리는 소폭 내려앉았고 현재 5~9%대를 유지하고 있다. 연초보다 낮아졌지만 여전채 금리 수준이 3% 후반에서 4% 초반으로 현재와 비슷했던 2022년 6월 당시 신차 할부 금리가 평균 2%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 자동차 할부금리는 여전채 금리 추이에 비해 여전히 높은 셈이다.

여전채 금리가 하락세임에도 자동차 할부 금리가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 이유는 고금리 장기화로 여전사들의 연체율이 상승하고 대손비용이 확대되면서 여전사들이 할부금융 부문에서 수익을 보전해 이같은 비용부담을 상쇄하고자 하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7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카드)의 지난해 3분기 말 누적 이자비용은 2조818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9246억원)보다 46.4% 증가했다.

고금리 여파로 대출 부실이 늘어나면서 대손충당금도 증가했다. 주요 카드사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3분기 누적 대손충당금은 ▲신한카드 6381억원 ▲삼성카드 5617억원 ▲KB국민카드 5205억원 ▲하나카드 3923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KB국민카드가 94.9%로 가장 크게 증가했고 삼성카드 89.9%, 신한카드 72.9%, 하나카드 59.1% 순으로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여전사들의 상품 금리는 일반적으로 여전채와 연동돼서 여전채 금리가 내려가면 상품 금리도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여전채 금리 하락에도 최근 자동차 할부 금리가 더디게 내려가는 것은 여전사들이 자동차 할부금융 부문에서 이윤을 확대하고자 하는 의도가 깔려 있다”며 “고금리 장기화로 연체율이 상승하고 이에 따라 대손비용이 늘어나면서 마진을 확보해 비용 부담을 상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올해 상반기까지는 고금리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여전채 금리가 다시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도 자동차 할부 금리 하락세를 저지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기준금리 하락이 본격화되려면 최소한 올해 하반기까지는 기다려야 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며 “시장금리가 상승할 여지가 남아있는 만큼 여전채 금리가 다시 오름세로 전환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여전채 금리와 곧바로 연동해 자동차 할부 금리를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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