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만에 주가 5만원→17만원···새해 들어 시가총액순위 39위→9위 수직상승
美 IRA 해외우려기업(FEOC) 조항 적용에 中 독과점하던 전해액 수요 대체 주목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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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새해 들어 국내 2차전지 관련 종목들이 하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2차전지용 전해액 전문기업 엔켐의 주가는 역주행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엔켐 주가의 급등은 새해 들어 발표된 미국 인플레이션방지법(IRA)의 해외우려기업(FEOC) 세부 지침이 시행되면서 경쟁사인 중국 전해액 기업들의 수요를 엔켐이 대체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엔켐 주가 급등으로 엔켐이 발행한 전환사채(CB) 및 전환우선주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적지 않은 차익을 기대하고 있다. 엔켐은 그동안 글로벌 생산시설 확보를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 및 전환사채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해왔다.

◇ 2차전지 하락장에도 엔켐 주가는 ‘고공행진’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엔켐 주가는 전날대비 2.24%(3800원) 상승한 17만330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 2021년 11월 1일 상장 이후 종가기준 역대 최고가며 3거래일 연속 최고가 경신이다. 엔켐 주가는 이날 장중 17만7100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최근 들어 엔켐의 신고가 갱신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13.16% 급등한 12만9000원에 장을 마치며 상장 이후 3년 만에 역대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웠고 지난 26일과 29일에도 각각 19.28%, 25.09% 급등하며 신고가를 새로 썼다.

엔켐 주가 급등세가 지속되자 한국거래소는 전날 장 마감 이후 엔켐을 투자주의종목으로 지정하며 추가 주가 급등시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날도 엔켐 주가 상승세를 막을 수는 없었다.

엔켐 시가총액도 이날 종가 기준 2조8783억원으로 불어났다. 지난해말 엔켐의 코스닥 시가총액순위는 39위였는데 연이은 주가 급등으로 전날 9위로 올라섰다. 이날도 주가가 상승하면서 시가총액순위 8위인 레인보우로보틱스(2조9682억원)와 격차도 900억원까지 좁혀졌다.

엔켐 주가가 지난해 11월 1일 2차전지 종목들의 대거 하락에 휩쓸려 5만원까지 떨어졌던 것을 감안하면 3달 사이에 대반전이 일어난 셈이다.

엔켐의 주가 급등세를 놓고 새해부터 시행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해외우려기업(FEOC) 세부 지침이 원동력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FEOC는 중국과 러시아, 북한, 이란 등이 소유하거나 관할하는 외국 법인이 제조, 조립한 배터리 부품을 포함한 전기차에 대해 IRA 세액공제 혜택을 제한하는 내용을 핵심 사항으로 담고 있다.

2차전지는 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 등 4개의 소재로 구성되는데 엔켐이 주력하고 있는 전해액은 중국 기업들이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2022년 글로벌 생산량의 50% 이상을 장악한 글로벌 톱3 업체 모두 중국회사이고 엔켐은 글로벌 4위 업체로 평가받고 있다.

FEOC 세부지침 시행으로 미국에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엔켐의 반사이익이 예상된다. 전해액은 폭발 위험성이 높기에 특수용기 기술이 필요하며 유통기간이 6개월 미만으로 짧다. 통상 배터리 기업 인근에 공장 설비를 가동해야 유리하다.

엔켐은 지난 2019년 현지 법인 ‘엔켐아메리카’를 설립하며 미국 진출에 일찍 나섰고 2020년 조지아에 소재한 토요타 공장부지를 매입해 2022년 1공장을 준공했다.

엔켐은 지난해 3월부터 SK온 조지아 공장에 납품을 시작했고 지난해 8월부터는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합작법인인 ‘얼티엄셀즈’의 오하이오 공장에도 제품 공급을 개시했다. 네바다주에 소재한 일본 배터리 기업 및 SK온과 포드의 합작법인인 ‘블루오벌(켄터키주)’, 얼티엄셀즈의 제2공장(테네시주)에도 제품 공급을 준비 중이다. 올해 말까지 조지아 공장을 연간 10만톤(t) 규모로 증설하고 내년 말까지 총 20만톤 규모로 확대할 예정이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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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환전환우선주·전환사채 투자자들 ‘대박’

엔켐은 제일모직(현 삼성SDI) 출신인 오정강 대표가 지난 2012년 창업했다. 제일모직에서 수석연구원으로 2차전지 전해액을 개발하던 오 대표는 전해액 담당 부서가 매각된다는 소식에 2011년 사표를 내고 2012년 1월 자본금 10억원으로 충북 제천에 엔켐을 설립했다.

전해액은 폭발을 일으킬 위험이 있어 대기업들이 신생 회사와의 거래를 꺼렸기 때문에 엔켐은 국내 대형 배터리 사와 거래를 맺지 못하고 중국 중소기업에 전해액을 납품하며 명맥을 이어갔다. 그러다 2013년 LG화학에 전해액을 납품하는데 성공했고 SK이노베이션, CATL 등 글로벌 배터리 제조사들도 거래처를 확대할 수 있었다.

엔켐은 2021년 11월 코스닥에 상장한 이후 시설 확충 비용을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와 전환사채에 적극 나섰다.

특히 지난해에는 4월부터 7월까지 제3자배정 방식으로 177억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를 발행했고 지난해 5월과 6월, 7월 등 세 차례에 걸친 전환사채 발행으로 총 1915억원을 조달했다.

전환사채의 경우 만기이자율은 5% 수준이고 전환가격은 6만8048~7만3305원 수준이다. 주식전환은 1년 후부터 가능하기에 현재 주가가 올해 5월 이후까지 유지된다면 투자자들은 2배가량의 차익을 거둘 수 있다. 당시 전환사채 발행에는 정인파트너스, 아이비케이스톤브릿지혁신성장사모투자 등 VC자금이 고루 인수에 참여했다.

전환사채에는 주가 하락시 리픽싱 조항도 적용됐는데 지난해 4분기 엔켐 주가 하락시 일부 전환사채는 전환가격이 낮아지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5월 전환사채 물량이 대규모 출회된다면 주가 하락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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