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니케이 ELS 가입, 2.5배 증가
홍콩H지수 ELS 악몽 재현될라
향후 전망 두고 관측 엇갈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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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일본 증시가 활황을 맞으면서 니케이225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주가연계증권) 상품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커졌지만 향후 전망을 두고 업계 의견이 엇갈린다. 시장 변동성을 예측하기 어려운 잠재적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일본 증시 역시 예외일 수 없다는 예상과 함께 이미 고점에 다다른 만큼 향후 떨어질 일만 남았다는 관측도 함께 나온다. 특히 최근 홍콩H지수(홍콩중국기업지수) 폭락으로 관련 ELS 상품에 대한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는 가운데 상환 시점에서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단 우려도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니케이225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ELB 포함)의 발행금액은 지난해 11조172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2년(4조3693억원) 대비 무려 2.5배(155.7%) 증가했다. 지난해 초만 해도 니케이225지수 ELS 발행금액은 5418억원에 불과했지만 7월부터 매달 급증해 월별 발행량이 1조원을 훌쩍 넘었다. 지난해 10월과 11월 니케이225지수 연계 ELS 발행액은 각각 1조4192억원, 1조3952억원에 달한다.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글로벌 증시가 침체했던 2022년 대비 투자심리가 살아나면서 해외지수 기반 ELS 발행액이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일본 증시가 엔화 약세, 글로벌 공급망 재편 수혜 등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대표지수인 니케이225기반 ELS 상품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크게 늘었다. 

앞서 니케이225지수는 지난 22일 종가 기준 3만6000선을 돌파하며 '거품(버블) 경제' 붕괴 이후 3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니케이지수는 1989년 말 버블 경제 시기 3만8915까지 올랐지만 버블 붕괴와 금융위기 등 영향으로 2009년 3월에는 7054까지 추락한 바 있다. 지난해 연초 2만5000선이었던 니케이225지수는 지난해에도 꾸준히 상승하며 3만 선을 탈환했고 이후 상승세가 지속되며 34년 만의 최고치를 연일 갈아치웠다. 니케이225지수는 지난해 28% 넘게 올랐고 올해 들어서도 7% 가까이 상승했다.

하지만 향후 전망을 놓고 업계의 관측은 엇갈린다. 상환 시점에 기초자산인 니케이 지수가 ELS에 가입할 때보다 상승하거나 유지돼야 하는데 고점에 달한 니케이225 지수가 최고치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단 분석이다. 니케이225 지수가 만기 시점에 1989년 역사적 고점 수준으로 치솟지 않는다면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업계는 최근 일본 증시 상승의 원동력으로 초저금리로 인한 엔화 약세와 그에 따른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 제고 등이 주효하게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향후 경기가 개선될수록 초저금리 통화정책이 수정될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는데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환차손 위험에 노출되고 수출기업들은 실적 개선세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ELS 상품은 원금보장이 되지 않아 지수가 하락하면 원금손실을 볼 가능성이 크다. 통상 ELS는 3년 만기로 조기상환이 되지 않으면 올해 발행된 ELS는 2025년이 만기다. 이미 니케이 지수가 최고점을 찍은 상황에서 섣불리 고위험 상품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유사 사례도 존재한다. 홍콩H지수 ELS 상품 사태다. 올해 들어 홍콩H지수 연계 ELS 상품 손실은 속속 현실화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이 판 홍콩H지수 연계 ELS는 1월 8~19일 2296억원 원금 손실을 확정했다. 8일부터 순차적으로 상품 만기가 도래하고 있는 가운데 11일 만에 손실액이 2300억원에 육박한 것이다. 원금(4353억원) 대비 손실액을 의미하는 손실률은 52.7%에 육박한다.

업계는 증시가 오를 때 관련 ELS에 투자하는 것은 리스크가 확대되고 이익은 제한되는 투자 방식이라며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한다. 업계 관계자는 "변화가 잦은 세계 경제를 변수로 지수가 오르내리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홍콩 H지수 사태 이후 만약을 대비한 증시 하락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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