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고배 마신 후 재도전끝에 '대권'
고금리·경기침체 속 지역농협발전 '숙제'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당선자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강호동 경남 합천 율곡조합장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제25대 농협중앙회장에 당선됐다. 

25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대강당에서 실시된 제25대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강호동 후보가 최종 당선됐다. 이날 열린 1차 투표에서 강 당선자는 607표를 받아 1위를 했지만 과반을 얻지 못해 2위인 조덕현 후보(동천안농협조합장)과 결선투표에서 맞붙었고, 가장 많은 표를 획득했다. 

이번 선거는 2007년 이후 17년 만에 전체 조합장이 참여하는 직선제로 진행돼 선거전이 어느 때보다 뜨겁게 전개됐다. 또 '부가의결권' 제도가 도입돼 조합원 수 3000명 미만 조합은 한 표를, 조합원 수 3000명 이상 조합은 두 표를 각각 행사했다. 이에 조합장 수는 1111명이었지만 행사된 표는 총 1252표였다. 

강 당선자는 4년 동안 농협중앙회를 이끈다. 농협중앙회장은 206만명에 달하는 농협 조합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농민의 대통령’이라 불린다. 농협금융·경제지주 등 중앙회의 계열사 인사도 사실상 좌지우지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2020년 제 24대 중앙회장 선거에 출마했지만 고배를 마신 바 있다. 당시 1차 투표에서 56표로 3위를 기록해 결선 투표에는 올라가지 못했다. 하지만 당시 선거에서 쌓은 인지도에 힘입어 이번엔 대권을 차지한 것으로 분석된다.  

강 당선자는 1963년 생으로 1987년 경남 율곡농협 입사 후 37년을 한 조직에 몸 담은 ‘농협맨’이다. 만 42세에 율곡농협 조합장에 당선된 후 현재까지 5선 조합장의 경력을 쌓았다. 농협중앙회 이사와 농협경제지주 이사, 농협대학교 평의회 의장 등 농협 내 요직들도 거쳤다. 한국딸기생산자대표조직 회장, 전국친환경농업협의회 이사 등도 맡고 있다. 

강 당선자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녹록지 않다. 올해도 고금리의 장기화로 인해 경기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농업 역시도 어려운 시기를 보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더구나 농협중앙회와 자회사는 계속 성장하고 있지만 지역 농·축협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도 해결해야 한다. 지역 농·축협 가운데서도 수도권 비(非)수도권 간의 벌어지는 격차도 당면한 문제다.  강 당선인은 이번 선거에서 ‘지역 농·축협 경제사업 활성화’를 전면으로 내세운 이유다. 

다만 강 당선자가 약속한 ‘중앙회와 경제지주 통합’안은 시행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2012년 신경분리로 중앙회의 경제사업 부문이 분리돼 독립법인으로 출범한 농협경제지주는 하나로유통, 농협홍삼, 남해화학 등을 계열사로 보유하고 있다. 중앙회가 경제지주를 다시 흡수해 지역 농·축협 경제사업 활성화를 돕는다는 방안이다. 

이를 위해선 농업협동조합법(농협법)을 다시 개정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더구나 경제지주가 이미 독립법인으로서 대규모 사업을 하고 있기에 다시 중앙회로 흡수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앞서 김병원 제23대 농협중앙회장도 2016년 선거 당시 비슷한 이유로 경제지주를 폐지할 것을 약속했지만 결국 실천하지 못한 것도 이러한 현실적 어려움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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