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바이오, 코로나19 치료제···호흡기 질환 치료제로 개발 선회
유바이오, 코로나19 백신 개발 포기···콜레라 백신 시장점유율 강화
장티푸스 백신 외 차기 신약 파이프라인 임상 속도···수익 구조 다각화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뛰어든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임상 전략을 선회하는 등 사업 방향을 재검토하고 있다. 코로나19 관련 신약의 시장 가치가 떨어지고 환자 모집도 쉽지 않아지면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바이오가 코로나19 치료제 ‘제프티’를 여러 항바이러스제로 개발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바이오로직는 이달 코로나19 백신 ‘유코백(EuCorVac)-19’의 국내 임상 3상 시험을 조기 종료했다. 대신 콜레라 백신의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현금 창출 능력을 강화하고, 장티푸스 백신 및 수막구균 백신 상업화로 수익 다각화를 모색 중이다.

현대바이오 파이프라인 현황./ 표=김은실 디자이너
현대바이오 주요 파이프라인./ 표=김은실 디자이너

현대바이오는 코로나19 치료제 제프티와 췌장암 신약 ‘폴리탁셀’을 대표 파이프라인으로 보유하고 있다. 제프티는 지난해 4월 국내 임상 2상을 완료했다. 폴리탁셀은 전임상을 마치고 호주 임상 1상을 준비 중이다.

현대바이오에 따르면 제프티에 대한 긴급사용승인 여부를 두고 식약처와 갈등을 빚고 있다. 현대바이오는 제프티에 대해 개발 초기 단계부터 긴급사용승인 가능성을 타진해왔다. 그러나 식약처는 최근 “제프티의 임상시험은 긴급사용승인을 위한 임상이 아니기 때문에 긴급사용승인을 위한 사전 검토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공식화하면서 현대바이오와 공방이 본격화됐다. 긴급사용승인 제도란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 대응하려는 목적에서 식약처가 임상 3상을 완료하지 않은 의약품에 대한 긴급한 사용을 허가하는 제도다.

이에 따라 제프티 허가 소식 역시 임상 2상을 마무리한 시점으로부터 1년 가까이 미뤄지고 있다. 만약 제프티 긴급사용승인에 실패할 경우, 현대바이오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및 상업화 전략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식약처가 제프티 임상 2상 결과만으로 긴급사용승인을 내주지 않을 경우, 임상 3상을 전개하거나 적응증을 달리해 처음부터 임상을 다시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제프티 임상 2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코로나19 치료제 긴급사용승인 및 식약처 품목허가 신청을 진행할 예정이었던 회사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현대바이오는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하고는 ‘제프티’를 호흡기 바이러스 질환 범용 항바이러스제로 개발하겠다는 전략이다.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공동개발로 전임상에 착수했다. 현대바이오 관계자는 “NIH는 전임상을 통해 인플루엔자, 메르스, 호흡기세포융합 바이러스 등 10가지 바이러스에 대한 제프티의 효능과 안전성을 살펴볼 계획”이라고 답했다.

유바이오로직스 파이프라인 현황./ 표=김은실 디자이너
유바이오로직스 주요 파이프라인./ 표=김은실 디자이너

유바이오로직스는 코로나19 백신 유코백 국내 3상을 조기 종료했다. 임상 조기 종료 배경으로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 미감염자 등 임상 참여자와 대조 백신을 확보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다만 오미크론 하위변이인 XBB1.5 대응 백신을 개발해 상반기 중 국내 임상을 신청하겠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인플루엔자 백신과 혼합백신 개발 관련 국내외 기업들과 협력도 진행 중이다.

무엇보다 유바이오로직스는 콜레라 백신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수익성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세계적으로 상용화한 콜레라 백신은 유바이오로직스의 유비콜(Euvichol)과 샨타바이오테크닉의 ‘샨콜(Shanchol)’뿐이다. 이중 샨타바이오테크닉은 샨콜의 생산 중단을 결정, 유바이오로직스는 콜레라 백신 시장을 독식하게 됐다.

아울러 이르면 2025년 하반기 장티푸스 백신에 대한 상업화가 예상된다. 유바이오로직스는 현재 ‘EuTCV’에 대한 3상을 완료하고 결과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장티푸스 백신을 콜레라 백신을 이을 차기 캐시카우로 키우겠다는 것이 회사 측 목표다.

수막구균 백신 ‘EuMCV’는 국내 1상을 완료하고 임상 2·3상 개시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글로벌 2·3상 임상시험계획(IND) 신청이 예상된다. 지난달에는 대상포진 예방 백신 ‘EuHZV’에 대한 국내 1상 IND 신청했다. 이달엔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예방백신에 대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사람 대상 임상에 돌입하기도 했다. 

유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가장 단기 성장 모멘텀으로 작용할 장티푸스 백신은 상업화 시점은 2025년~2026년 상반기쯤으로 보고 있다”며 “품목허가가 나면 유니세프를 통해 공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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