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조원 이상 국비 투입, 경제성 의문 사업···국회 논의 난항 끝 본회의 통과
다른 철도 사업 예타 면제 요구 증가 가능성···“장기적 재정건전성 우려”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6조원 이상의 혈세 투입이 예상되는 달빛철도(대구~광주) 사업을 예비타당성조사를 건너뛴 채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특별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토균형발전 취지로 진행되지만, 자칫, 철도 사업 예타 무력화의 단초가 될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된다. 습관성 예타 면제로 애물단지로 전락한 지방공항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단 지적이다.

25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달빛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 제정안을 재석 216명 중 찬성 211표, 반대 1표, 기권 4표로 통과시켰다. 

달빛철도 사업은 오는 2030년 완공을 목표로 대구(달구벌)와 광주(빛고을)를 잇는 총연장 198.8km의 철도 사업이다. 대구, 경북, 경남, 전북, 전남, 광주 등 6개 광역시와 기초 지자체 10곳을 경유한다. 지난 2006년부터 제안된 사업이나 사업성이 떨어진단 이유로 추진이 지지부진했다.

특별법은 국가의 행정·재정적 지원, 예타 면제, 달빛고속철도추진단 신설 등 달빛철도를 신속하게 건설하기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은 헌정사상 최다인 여야 국회의원 261명이 공동발의해 논의 절차가 순탄할 것으로 보였으나, 실제론 상당한 반대 의견에 난항을 겪었다. 

핵심은 예타 면제 조항이었다. 국가재정법상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 국가 재정지원 300억원 이상인 신규 사업은 예타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하지만, 특별법 적용을 받으면 2022년 추산 사업비 6조429억원(단선 일반철도 기준)의 달빛철도 건설사업은 예타를 건너뛸 수 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달빛철도는 경제성이 떨어진단 평가를 받는다. 지난 2021년 국토교통부 사전타당성조사에서 비용 편익 수치(B/C)는 0.48이었다. 일반적으로 B/C는 1.0을 넘어야 경제성이 있다고 본다. 예타 진행시 통과가 굉장히 어려운 수준이다. 

적자가 뻔히 예상되는 사업이다 보니 법안 소관인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정부와 일부 의원들은 철도 포퓰리즘 남발로 이어질 수 있다며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기획재정부 측은 “제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는 58.8조원 규모의 총 44개 신규사업(노선 1448km) 등이 포함돼 있는데 타지역 철도사업 등도 특별법을 통한 예타면제를 추진해 과도한 재정부담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며 타지역 SOC 개발사업으로 파급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일부 여야 국토위원들도 “자괴감을 느낄 정도로 무리하다” “국회의원 양심상 맞는지 모르겠다” 등 강도높은 우려를 제기했다. 이에 법안 논의과정에서 기존안인 복선 고속철도에서 단선 일반철도로 변경하는 등 소요 재원을 일부 축소했으나, 예타 면제 조항은 끝내 철회되지 않았다.

이날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달빛철도특별법이 철도 예타면제 특례법의 단초가 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현재 부산, 울산, 경남 주요지역을 경유하는 동남권 순환 광역철도, 서울지하철 5호선 연장 등 예타 면제를 담은 철도 사업 추진 법안이 다수 발의돼 있다. 지난해 9월엔 아예 비수도권 전체의 도시철도사업에 대한 예타 면제 법안도 제출됐다.

공항이 예타 면제 남발로 예산 낭비 대표사례로 비판받는 점을 돌아봐야 한단 지적이 제기된다. 현재 전국 15개 공항 중 인천, 제주, 김포, 김해공항을 제외한 11곳은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일부 공항은 활주로에 고추 말리는 공항이란 조롱을 받지만, 지금도 가덕도신공항, 새만금신공항, 대구경북신공항 등 공항사업은 특별법을 통해 예타 없이 진행되고 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동안 예타가 정치인들의 포퓰리즘으로 인해 타당성이 안맞는 사업을 하기 위해 완화하는 쪽으로 제도가 바뀌었다”며 “장기적으로 재정 건전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균형발전 취지에서 예타 문턱을 낮춰야 한단 의견도 명분은 있지만 너무 사업성이 없는데도 하는 건 문제가 있다”며 “B/C가 0.7~0.8 정도까진 만들어 놓으면 사람들이 들어오니 긍정적일 수 있지만, 0.5도 안 나오는 사업을 하는 건 문제가 있다. 사업성이 부족한 다른 사업들도 예타를 다 뛰어넘으려고 할 가능성도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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